1986년 미국(US, United States)에서는 ‘핸즈 어크로스 아메리카(Hands Across America)’ 캠페인이 진행됐다. 인종,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길거리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고 하나가 됐다. 33년 후 ‘어스’는 조던 필 감독 특유의 공포 연출력이 더해져 하나가 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 1PICK: ‘겟 아웃’의 연장선, 조던 필의 미국 바라보기

오스카 작품상 후보-각본상 수상작 ‘겟 아웃’은 미국 인종차별을 꼬집었다. 조던 필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결국 현재의 미국이었다. ‘어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감독은 흑인과 백인이라는 경계를 넘어 이민자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우리 모두 같은 사람이지만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사람에겐 거리를 두기 마련이다. 조던 필 감독은 이를 ‘도플갱어’라는 소재로 나와 같은 듯 다른 사람들도 살아야할 가치가 있다는 걸 말해준다.

‘핸즈 어크로스 아메리카’가 이 영화 첫 장면부터 마지막까지 장식한 건 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 캠페인으로 화합의 장이 열렸지만 현재 미국은 다양성, 이민자 문제 등으로 ‘화합’이란 단어를 잊어가고 있다. 나의 국가에 온 사람이 나를 위협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에게 내가 위협하고 있는 것인지, 조던 필 감독은 영화로서 관객에게 자신의 생각을 던진다.

# 2PICK: 루피타 뇽을 오스카 후보로!

장편영화 데뷔작 ‘노예 12년’으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탄 루피타 뇽은 ‘스타워즈’ 시리즈와 ‘블랙팬서’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펼치며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어스’에서 애들레이드와 ‘도플갱어’ 레드 역을 동시에 맡은 그는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연기력으로 충격을 안긴다. 앞으로 펼쳐질 공포가 두려운 애틀레이드의 겁먹은 표정, 공포심을 자극하는 레드 목소리 등은 1인2역의 제대로된 맛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보는 이를 압도하는 레드의 다양한 표정은 가장 인상적이다. 섬뜩한 그 모습에 저절로 심장이 두근거려진다. 여기에 ‘블랙 팬서’ 윈스턴 듀크, ‘핸드메이드 테일’ TV시리즈의 엘리자베스 모스 등도 영화의 분위기에 그대로 녹아들어 루피타 뇽을 든든하게 받쳐준다.

# 3PICK: 해석 필수! 영화 속 숨겨진 장치들

‘겟 아웃’ 오프닝에서 플래너건 앤 앨런의 ‘Run Rabbit Run’이 흘러나온다. 누군가에게 쫓기는 토끼들. ‘어스’에서 토끼는 영화 오프닝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등장해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가위 또한 ‘도플갱어’들이 사람들을 위협하는 도구로 쓰인다. 마치 ‘겟 아웃’의 찻잔과 티스푼처럼 말이다. 조던 필 감독은 외신 인터뷰에서 “나는 토끼와 가위가 무섭고 불가사의한 것들이다. 그래서 이들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을 뒤집어버리고 싶다”고 답했다.

1982년 발매된 마이클 잭슨의 ‘Thriller’, 영화 ‘죠스’ 이미지가 새겨진 티셔츠 등도 영화에서 찾을 수 있다. ‘Thriller’ 뮤직비디오에서는 좀비가 등장해 사람들을 위협하고 ‘죠스’에서는 식인상어가 해변가에 있는 사람을 잡아먹는다. 두 개 모두 누군가에 해를 가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여기에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음악, 사람의 얼굴을 정면으로 잡아 마주보는 긴장감을 주게 하는 카메라 앵글 또한 영화를 더욱 무섭게 만들어준다.

‘어스’는 애들레이드(루피타 뇽) 가족이 자신들과 닮은 ‘도플갱어’를 만난 후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담은 영화다. 조던 필 감독 특유의 공포 연출, 루피타 뇽을 비롯해 출연 배우들의 눈부신 연기력,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장면들 그리고 그 속에 메시지까지 담아낸 ‘어스’는 촘촘한 각본과 강렬한 비주얼로 관객을 압도하는 데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러닝타임 1시간 56분, 15세 관람가, 3월 27일 개봉.

사진=‘어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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