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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우상’ 설경구 “한석규 여유 부러워...스스로 속 긁는 연기 스타일”

기사승인 2019.03.19  1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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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명에 전세대의 ‘아이돌’로 불리는 배우가 있다. 설경구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단숨에 젊은 여성 관객들의 ‘오빠’가 됐다. ‘불한당’에서 멋있는 중년의 카리스마를 뿜어냈다면 ‘우상’에서 설경구는 원초적인 본능을 폭발한다. “불한당원들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설경구는 아들을 잃은 유중식의 모습을 오롯이 ‘우상’에 담았다.

‘우상’에서 유중식은 장애가 있는 아들 부남을 사고로 잃은 한 아버지로 나온다. 그는 항상 감정이 고조된 채 사람들을 상대하고 자신의 의지보다 남이 시키는대로, 수동적으로 행동하는 인물이다. 그가 ‘우상’이라는 존재를 찾으려하는 것도 아들 부남 때문이었다. 설경구는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중식이란 캐릭터에 왠지 모를 이끌림을 받았다.

“유중식 역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이 캐릭터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됐어요. ‘왜 이런 선택을 하면서 끝까지 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촬영을 하면서 이해가 되더라고요. 중식은 아들 부남 뿐이에요. 이웃도 없이 자신만의 견고한 성을 쌓고 사는 인물이죠. 중식이 말을 할 때 부남의 목소리로 내고 싶었어요. 울먹이는 장면이라든지 분노하는 모습에서요. 장애가 있는 부남의 모습을 제가 중식에게 투영하려고 했어요.”

“‘우상’에서 중식 캐릭터는 항상 감정이 고조된 상태예요. 저도 그렇게 연기할 수밖에 없었죠. 이 인물은 전사가 없어요. 첫 장면부터 절정에 다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니까요. 그래서 촬영할 때마다 저는 항상 숨 찼어요. 헐떡이고 어찌할 줄 모르는...그게 중식의 모습인 거 같아요. 부남을 사고로 잃은 아픔도 있지만 본인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불안감도 있다고 생각해요.”

설경구의 말처럼 중식은 참 불쌍한 사람이다. 아들을 위해 살았는데 그마저도 잃어버린 가장이 됐다. 희망조차 없어보이는 중식에게 설경구는 한 줄기 빛을 봤다고 말한다. 또한 중식의 모습에서 힘든 삶을 살아가는 자신과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이수진 감독님이 중식은 ‘가장 뜨겁게 시작해서 차갑게 끝나는 인물’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가장 뜨거운 순간은 첫 장면에, 가장 차가워진 순간은 마지막에 나오죠. 차가워진다는 건 ‘우상’이란 존재를 쫓지 않고 뭔가를 깨닫는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아요. 중식이 구명회(한석규), 최련화(천우희) 사이에서 뭐 하나 깨우치지 않았나 싶어요. 스스로 ‘몹쓸 병에 걸렸어’라고 하잖아요. 우리도 마찬가지죠. 다들 몹쓸 병에 걸렸는데 그걸 모르고 살아가니까요.”

설경구는 촬영기간 내내 노란색으로 머리를 탈색했다. 또한 얼굴도 새까맣게 분장했다. 이 모든 건 설경구가 중식이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설경구는 중식에 완전히 동화됐다. 표정부터 몸짓, 감정 하나하나까지 시나리오 속 중식이 살아움직이듯 스크린을 통해 보여졌다.

“시나리오에는 중식이 탈색했다는 게 없었어요. 이수진 감독님이 결정하신 부분이었죠. 부남 역시 탈색했는데 중식이 아들과 동질감을 느끼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같이 다니다가 잃어버리면 안 되잖아요. 머리 색이라도 같으면 찾기 쉬우니까.”

“중식의 얼굴은 태닝한 것처럼 새까맣잖아요. 장애가 있는 자식을 키우는 부모는 외출도 안하고 집에만 있을 거 같았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 돈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하니까 열심히 살 수밖에 없죠. 그런 고달픔이 얼굴에서 비춰져요. 중식 이름도 그렇죠. 아침은 건너뛰고 허겁지겁 먹어야 하는 중식. 그의 이름만 봐도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알 수 있어요.”

‘우상’은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됐다. 설경구는 베를린에서 상영된 ‘우상’을 보면서 뿌듯한 마음을 가졌다. 특히 오랫동안 존경한 선배 한석규와 그가 늘 지켜본 천우희와의 만남은 설경구 자신이 연기를 더 잘해야겠다는 자극제가 됐다.

“제가 연기라는 걸 처음 할 때 (한)석규형은 영화판에서 유일하게 투자를 부르는 배우였어요. 모든 시나리오가 형에게 향했죠. 형이 저의 우상이라면 우상이었죠. 그런데 최근에 석규형이 변한건지 되게 털털해졌어요. 저는 항상 예민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촬영현장에서 감정연기라든지 상황 자체가 쉽지 않아 진이 빠질 때도 많았는데 석규형은 전체를 진정시키면서 유머를 툭툭 던지더라고요. 이수진 감독님이 예민한 스타일인데 나중에 석규형에게 여유를 줘서 감사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석규형 경지에 오르려면 한참 멀었어요. 속을 막 긁는 스타일이어서.(웃음)”

“이수진 감독님이 최련화 캐릭터를 누구에게 맡길지 고민 많이 했어요. 석규형이 먼저 캐스팅되고 제가 참여했거든요. 오히려 감독님이 저에게 련화 역에 누굴 생각하는지 물었어요. 저는 시나리오를 보면서 ‘이 캐릭터 천우희 같은데...’라고 늘 생각했죠. ‘한공주’ 때부터 우희에게 애정이 갔어요. 시나리오를 계속 보니 우희가 생각나는 걸 어쩌겠어요.(웃음) 가끔 보면 우희는 정말 동물적인 감각으로 연기하는 거 같아요.”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CGV 아트하우스 제공

에디터 박경희 gerrard@slist.kr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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