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청자들의 감성을 촉촉하게 적셨던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윤진아(손예진)의 얄미운 직장동료로 눈도장을 찍은 정유진. 이 작품이 데뷔작은 아니지만 대중에게 강하게 각인된만큼 출세작이래도 무리가 없다.

‘예쁜누나’ 이후 SBS ‘서른이지만 열아홉입니다’, tvN 드라마스테이지 ‘밀어서 감옥해제’ 그리고 tvN ‘로맨스는 별책부록’까지. 숨가쁘게 지난 1년을 달려온 배우 정유진을 지난 14일 FNC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났다. 아직 방송 회차는 남았지만 일찍이 촬영이 끝난 상태인지라 여유를 즐기고 있다고.

“촬영은 끝났는데 아직 방영 중이라서 그런지 끝났다는 느낌이 잘 안 드는 거 같아요. 선배님들이 끝나고 또 보자고 이야기해주시고 감사했어요. 아직도 끝난 거 같지가 않았는데, 근데 인터뷰 하니까 조금 실감이 나는 거 같아요”

정유진은 한 계단 한 계단 성실하게 밟아올라가고 있다. ‘예쁜누나’에서는 여초 회사의 생동감을 불어넣는 감초 조연이였고, ‘서른이지만’에서는 강희수(양세종)의 상사이자 의리있는 친구로 변신했다. 단막극이긴 하지만 드라마 첫 주연을 맡았던 ‘밀어서 감옥해제’에서는 무거운 소재를 무리없이 소화해내며 연기력을 입증했다. ‘별책부록’에서는 드라마의 서사를 중심에서 이끄는 주조연급 배우로 성장했다.

“역할이 커지면서 책임감이 커지는 건 있는 거 같아요. ‘밀어서 감옥해제’에서는 거의 8~90% 제 분량이거든요. 그렇게 찍어본 건 처음이었어요. 단막극이라 짧지만 결코 짧은 촬영이 아니였어요. 왕따라는 화두를 담고 있어서 조심스러웠고, 많이 찾아보기도 하면서 주연 분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저는 주연의 감정이 시청자들의 감정이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시청자 입장에서 드라마를 보려고 노력해요. 대본을 여러번 읽기도 하고, 자문도 구하는데 같은 신이라도 아예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테니까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해요. ‘별책부록’은 감독님, 작가님이랑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눴어요. 설명을 잘해주셔서 힘이 됐어요”

‘별책부록’의 이정효 PD와 정현정 작가는 정유진을 온스타일 ‘처음이라서’에서도 기용한 적이 있다. 다시 그 배우를 찾는다는 건 그만큼 정유진에 신뢰가 있다는 이야기.

“이정효 감독님이랑 정현정 작가님이 ‘처음이라서’에서 좋은 캐릭터를 만들어주셨는데 이번에도 그 덕이 너무 큰 거 같아요. 사실 ‘W’ 끝나고 공백기 아닌 공백기가 있었거든요. 첫 드라마가 ‘풍문으로 들었소’였는데 다시 복귀할 때 ‘예쁜누나’로 돌아왔고 그래서 뭔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부분도 있었어요. 감사한 마음으로 촬영을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2015년 ‘풍문으로 들었소’ 이후 ‘처음이라서’, ‘무림학교’ 등 작품을 이어나가던 정유진에게 찾아온 휴식이 사실 달갑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건강상의 이유때문에 피치 못하게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다행히 ‘예쁜누나’를 만나 다시 본인의 궤도를 찾아갔지만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사실은 몸이 너무 안 좋았어요. 체력도 그렇고 허리도 디스크가 있고 했거든요. 몸이 순환이 안되니까 쥐가 나더라고요. 병원에 갔더니 쉬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져야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불안함은 당연히 있었어요. 언제 다시 일을 할지 모르고, 혹은 정말 일을 아예 못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하지만 이런 정유진에게 가족과 운동, 그리고 종교가 큰 힘이 됐다. 정유진은 “그래도 그 시간을 잘 보내야겠다 생각되더라고요. 한편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시간이 저한테는 귀중했어요. 그 시간을 잘 쉬었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대본을 보는 것도, 작품을 보는 것도 제가 조금은 넓어진 거 같더라고요. 원래 성당을 다니기는 했지만 더 열심히 다니면서 마음적으로도 다져졌거든요. 운동도 열심히하고, 여행도 다니고, 영화도 많이 보고, 부모님이랑 여행도 다니고요”

사실 정유진의 사회활동 시작이 연기자는 아니였다. 모델로 CF 등을 촬영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누구나 정유진을 배우로 기억하지만 사실 쉬운 선택은 아닐 법 했다.

“저는 모델일을 너무 좋아하고, 하고 싶어서 활동을 했어요. 그러나 CF, 바이럴 영상같은 걸 많이 찍었는데 모델도 연기가 필요하잖아요. 어느 순간 ‘나도 대사 있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느껴서 흥미를 가지게 된 거 같아요. 모델 활동하면서도 드라마 대사 찾아서 연습해보고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안판석 감독님 작품 ‘풍문’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비록 모델일을 그만두기는 했지만 정유진은 타고난 비율에 마른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자기관리를 해야하는 직업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무작정 굶는 친구들도 있는데 저는 먹어야 하는 타입이라서 먹고 근력 운동을 많이 했어요. 필라테스를 좀 하다가 지금은 PT를 하고 있어요. 피부는 팩, 수분관리, 제품도 나한테 맞는 것들 많이 써보고 그러는 편이에요. 모델일 할 때 피부가 다 뒤집어져서 힘들었던 적이 있거든요. 사실 꾸미는 걸 안 좋아해요. 같이 다니는 친구들도 그렇고 조금이라도 꾸미고 나가면 안되겠냐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FNC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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