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남자 최성민을 만났다. 공개코미디의 종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 상황에 tvN ‘코미디빅리그’가 지난주 300회를 맞이했다. 시청률은 최근들어 줄곧 3%대를 유지하고 있다. 언뜻 작은 숫자같지만 케이블 인기 예능인 ‘신서유기’가 5~6%대를 기록하는 것과 비교하면 결코 낮은 시청률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코미디빅리그’ 중심에 최성민이 있다. 화제성의 지표가 꼭 포털사이트 검색어와 연관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매주 그의 이름이 오를 정도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는 이 뛰어난 능력을 적극 활용해 최성민은 ‘2019 장희빈’ 내 캐릭터를 2주 전부터 ‘올라교주’로 바꿨다.

“올라교주로 바꾼 이유요? 너무 제 이름만 검색어에 올라오는 거 같아서요.(웃음). 사실 최민식 캐릭터가 좀 식상한 거 같아서 본분의 위치로 돌아온 거에요. 남을 받쳐주는 자리요”

개그맨이라고 모두 전면에 나서서 웃기는데만 집중하는 건 아니다. 한방의 웃음을 위해 전조를 깔아주는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성민은 사실 이런 역할에 익숙한 개그맨이다. 저마다의 특화된 분야 중에서도 최성민이 잘하는 건 코너를 짜는 일. 때문에 개그맨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주변에서 그렇게 많이 이야기를 해주세요. 요즘에 저를 찾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같이 코너하자는 동료들이 생겼어요. ‘코미디빅리그’를 안하는 개그맨들도 전화가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해요. 시청자들이 아니라 동료 개그맨들한테 인기가 더 있는 거 같아요”

최성민은 자신의 개그에 적절하게 현실성을 섞어왔다. 그 중에는 ‘라디오스타’에 출연하고 싶다는 언급도 있었다. ‘라디오스타’ 출연은 방송 관계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올라섰음을 인정받는 것이기도 하다. 또 자연스레 인지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사실 ‘코미디빅리그’ 개그맨들에게 ‘라디오스타’가 꼭 좋은 기억은 아니다. 황제성, 이상준은 각자의 코너에서 타고난 웃음꾼들이지만 토크쇼 형식에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노잼’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비디오스타’에 문세윤씨랑 나갔는데 원래 황제성씨까지 셋이서 ‘라디오스타’를 한번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황제성씨가 요즘에 (개그가) 잘 풀려서 칼을 갈고 있더라고요”

타고난 개그맨이라고 해도 최근에는 코미디만 잘해서는 확장성이 없다. 끼 많은 1인 크리에이터가 늘어나면서 ‘내 콘텐츠’가 없으면 방송가에서도 이제 살아남기 힘든 지경이 왔다. 때문에 많은 개그맨들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로 꾸준히 자신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하고 있다. 최성민 역시 계속해서 영상을 만들어두고 있다고.

“유튜브 채널이 있긴 있어요. 최근에 만들어서 아직은 뭐가 없어요. 얼마 전에 주병진 선배님을 만났는데 유튜브를 왜 아직도 시작 안 했냐고 혼이 났어요. 콘텐츠가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그게 제일 잘못된 생각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네 채널인데 왜 그런 걱정을 하냐’고요. 우선 아무도 모르게 하고 있는데 구독자가 두 명이에요. 영상은 여섯개 정도 올렸는데 콘텐츠가 어느 정도 쌓이면 그때부터 홍보를 하려고요”

팬카페 역시 최성민의 ‘빅픽처’ 중 일부였다. 어느 정도 콘텐츠를 쌓아놓고 세상에 알리고 싶었지만, ‘코미디빅리그’에서 개그 소재로 활용하며 가입자가 급증했다. 22일 기준으로 1147명이 그의 팬카페에 가입했다. 가입자가 100만명이 되면 세단인 제네시스를 쏘겠다는 파격 공약으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코미디빅리그’ 시청자들에게 마치 하나의 문화현상같이 자리 잡았다.

“주변에서 팬카페 가입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강다니엘씨 팬카페에 하루만에 백만명이 가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작한 아이디어였어요. 사실 강남에 40평짜리 아파트를 걸어도 실현이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처음 아이디어를 냈을 때는 제네시스가 아니라 커피 쿠폰을 선물로 드리려고 했고, 가입자수도 100명~1000명 수준으로 걸려고 했거든요. 근데 동료 개그맨들이 좋은 걸 걸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부추기더라고요. 저는 10000명도 힘들다고 했어요”

시작이 어찌됐든 지금은 팬카페에 ‘진짜팬’들의 모습이 보인다. ‘코미디빅리그’ 방송이 나가고 나면 팬들이 최성민 분량을 캡쳐해서 공유하거나, 그날의 공약을 두고 이야기를 나눈다. 최성민 입장에서는 고마운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제네시스 이야기까지 댓글을 다 달아드렸어요. 처음에 댓글쓰기 시작하니까 2시간 반쯤 걸리더라고요. 진짜 제네시스를 받으려고 가입을 한 게 아니더라고요. 이런식으로 같이 개그를 해주시는 거 같아요”

②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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