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을 보면 ‘결혼’하고 싶다. 비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2030 세대가 많아지는 요즘, 둘보다는 혼자가 편안하다는 이들도 이 남자의 그림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로맨틱한 결혼 생활을 그대로 담아낸 일러스트레이터 배성태.

누군가는 그의 그림을 보고 “그림은 그림일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의 그림은 순도 100% ‘리얼’ 그의 신혼 생활을 담았다. 모두가 결혼은 ‘미친 짓’이라 외칠 때, “너무 사랑해서 당장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이 남자. 로맨티시스트 일러스트레이터 배성태를 싱글리스트가 만났다.

사랑하는 아내, 귀여운 고양이 망고, 젤리, 밥풀이와 함께 배성태 일러스트레이터의 삶은 충만함으로 가득하다. 그런 그에게 신혼 생활을 그리게 된 계기는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신혼 생활을 그리면 사람들이 봐주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린 건 아니었어요. 그냥 친구들끼리 그림을 그리는 모임이 있었는데 거기서 ‘언제까지 그림을 그려와라’하고 약속을 했죠. 그때는 제 그림체를 찾고 있을 때였는데 자꾸 그림체가 안 나와서 고민을 하다가 마침 결혼을 했고 그럼 신혼을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친구들 반응이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에도 올렸고...사람들이 좋아해주셔서 시작하게 됐어요”

“사실 신혼생활이라는게, 사진으로 남기더라도 그 순간의 느낌을 남기기는 힘들잖아요. 그래서 어차피 그리는 거 사진으로 안 남는 추억을 기록하고, 또 그 참에 사람들에게도 보여주자라는 마음이었죠”

하지만 인생이 그렇듯이 신혼생활도 날마다 달콤할 수는 없을터. 가끔은 싸우는 날도 있고, 우울한 날도 있었을텐데 그림 속 신혼은 행복 그 자체다. 거기서 오는 괴리감은 없었을까.

그러나 배성태 일러스트레이터는 “괴리감을 느낀 적이 없어요”고 단호히 말했다. “당연히 저도 사람이니 싸우기도 하죠. 그런데 저는 그냥 좋은 일만 그리는 거예요. 나쁜 일은 기록하지 않는거죠. 사람들이 좋은 이야기를 보려고 제 그림을 봐주시는 건데 굳이 우울한 이야기를 해서 그 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는 않아요”

그의 그림은 없던 연애세포도 재생시킬 만큼 로맨틱하다. 판타지같은 배성태 작가의 작품은 이것이 일상인지, 판타지인지 헷갈리게 만들정도. 이에 배성태 작가는 "판타지 아니냐는 질문 많이 받아요"라며 웃었다.

“저는 있는 일만 그리는데 그걸 정제하는거죠. 만약 10 글자되는 말풍선이 있다면 저희가 나눴던 이야기는 10~20분 정도 되는 대화일 수도 있고 아님 정말로 했던 말을 적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목표는 똑같아요. 저희에게 있던 일 중 가장 좋았던 순간을 그리는거죠. 가장 좋은 순간을 그리다보니 판타지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일상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담은 거니까요”

아내뿐만 아니라 세 마리의 고양이는 이제 그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소중한 인생의 동반자. 소문난 고양이 집사답게 그는 고양이 이야기를 하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예전에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고양이는 생각도 없었죠. 그런데 아내의 권유로 키우다 보니 이제는 없이는 못사는 존재가 됐어요. 망과와 젤리는 저희가 대만 여행갔다가 망고 젤리가 유명하다고 하길래 이름이 망고와 젤리가 됐죠”라며 “밥풀이는 얼굴이 까만데 입가에 밥풀같은게 묻어있어서 밥풀”이라고 웃었다.

이처럼 그에게 일상은 항상 영감을 주는 순간들이다. 신혼 생활이 행복해서 신혼을 그렸고, 고양이들이 너무 이쁘니 자랑하고 싶어서 한두 컷 그리던 것이 웹툰까지 갔다. 고양이 일상툰 ‘집사와 꽁냥꽁냥’은 작년에 연재를 끝냈다. 시즌 2를 기획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는 “지금은 다른 일에 집중하고 싶어요. 기반을 갖추고 시간이 있을 때 일주일에 하나씩 하는게 편안할 것 같아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그는 사실 만화에 자신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만화를 포기하게 된 게 제가 이야기를 만들면 재미가 없더라고요. 이 웹툰에 도전한 것도 이게 일상툰이고 일상에서 소재를 얻는 것이었으니 가능한거지, 제가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었다면 만족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스토리 작가를 만나 온전히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해요. 만화를 그리고 싶은 욕심은 항상 있어요”

사진=배성태 작가 인스타그램

배성태 작가는 또한 네이버 그라폴리오라는 플랫폼을 통해 독자들에게 말풍선 사연을 받아 그림을 완성하는 독특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배성태 작가 그림의 빈 말풍선에 독자들이 직접 내용을 채우는 것.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었냐고 묻자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이 있다며 말을 이었다.

“빈칸과 함께 사연을 받았어요. 그게 책으로도 나왔죠. 그 중에서 기억에 남은 사연은...1월1일마다 3년째 쓰는 이야기예요”라며 “그건 제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빈칸 사연에 받았던 인사말이에요. ‘너에게 2019년을 나와 함께할 영광을 줄게’라고 하면 남자는 ‘그렇게 큰 영광을 나에게 준단 말이야?’라고 받아치죠. 저도 그 부분이 좋았는데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올릴 때마다 반응이 항상 좋더라고요”

결혼 생활은 그에게 많은 것을 변화시켰을 것 같다. 배성태 작가에게 결혼은 어떤 의미일까.

“지금도 부모님과는 당연히 끈끈한 관계지만 이제는 ‘가족’하면 고양이와 아내, 저 이렇게가 떠오르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부모님까지 좀 더 큰 가족 형태였지만 지금은 거기서 벗어나서 독립적인 개체가 된 기분이죠”

“여전히 신혼이 좋냐는 질문이 많은데 저는 처음 결혼했을 때보다 지금이 더 좋아요. 처음에는 아무래도 처음이다보니 서로 맞춰나갈 것들이 많은데 이제는 그런 것이 안정됐으니 더 편안하고 좋아요”

사진=라운드테이블 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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