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가 현실로 돌아왔다. 최근 ‘신과함께’ 시리즈, ‘대립군’ ‘인천상륙작전’ 등 현실과 동떨어진 과거, 지옥세계를 경험했던 이정재가 미스터리 스릴러 ‘사바하’를 통해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진지하면서도 코믹하고, 내면의 아픔을 간직한 박목사를 통해 이정재의 또 다른 면모를 확인하게 된다.

이정재는 ‘사바하’에서 신흥 종교의 배후를 파헤치는 박목사 역을 맡았다. 박목사는 평범한 인물 그 자체다. 종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앞장 서서 행동하는 모습을 빼고는 뛰어난 면도, 돋보이는 것도 적다. 이정재가 박목사에 끌린 이유가 바로 ‘평범함’이다.

“평소 안 해보고 싶은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컸어요. ‘사바하’ 시나리오를 읽고 박목사라는 캐릭터에 끌리게 됐죠. 저도 기독교 신자인데 ‘신’에 대한 궁금증이 컸어요. 박목사는 내재된 아픔이 있는 캐릭터예요. 그가 왜 신흥 종교의 뒤를 캐려고 하는지 궁금했어요. 시나리오를 읽을수록 ‘사바하’가 종교를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라 ‘인간’에 대해 말하려는 영화라는 걸 깨닫게 됐죠.”

예고편부터 ‘사바하’는 각종 종교적인 장면을 드러내며 관객에게 강력한 비주얼을 선사했다. 무시무시한 오컬트 영화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이정재는 ‘사바하’가 인간의 본성을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강조했다. 종교는 배경이 될 뿐 관객들이 박목사의 추리에 끌리게 될 거라고 이정재는 확신했다.

“박목사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예요. 박정민 배우가 연기한 나한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어요. 박목사는 관찰자 입장에서 미스터리한 부분을 추리하며 퍼즐조각을 맞춰가는 인물이니까 전체적인 분위기만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장르 자체가 가진 이야기의 묘미를 처음으로 느꼈죠. 연기는 장르에 살을 더할 뿐이었어요. 어느 정도 수위까지 관객에게 연기로 전달할 건지 장재현 감독님과 고민을 많이 했죠.”

“분명 박목사는 아픈 과거가 있어요. 이를 영화 초반부터 드러내면 2시간 동안 관객들이 영화를 무겁게 느낄 거라 생각했어요. 시종일관 으스스한 분위기로 영화가 진행된다면 관객들이 지루할 수도 있으니 조금 쉬어가는 부분을 넣고 싶다고 감독님께 제안했죠. 그래서 박목사의 코믹한 모습이 영화 중간중간 드러나요. 그 모습이 박목사를 더 ‘인간적’으로 느끼게 해주죠.”

‘암살’의 염석진, ‘관상’의 수양대군, ‘신과함께’ 시리즈의 염라대왕까지 이정재는 시대극은 물론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인물을 그리며 최근 몇 년간 관객들과 만났다. 현대극으로 돌아온 이정재는 박목사를 통해 ‘인간’다운 모습을 연기하길 원했다. 그의 곁에 박정민, 진선규, 이다윗, 이재인 등 후배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됐다.

“현대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있었죠. ‘내가 왜 시대극만 계속 했지?’라고 느낄 때가 있었어요. 그동안 강렬한 인상을 주는 캐릭터만 했잖아요.(웃음) 박목사를 만났을 때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박목사에 애정이 깊어졌어요. 박목사의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메모장에 제가 글을 다 적었어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발라당 자빠지는 연기도 했죠. 그런데 감독님이 그건 편집하셨더라고요.(웃음)”

“박정민, 이다윗, 진선규 배우의 연기를 보고 신선했어요. 과하지도 않고 호흡 자체도 무겁지 않았죠. 제가 선배이지만 보고 배울 부분이 많았어요. 평소 좋아하는 배우들이 다 모이니 현장에서 즐겁게 촬영할 수밖에 없었어요. 특히 이재인 배우를 보고 많이 놀랐죠.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걸 연기로 보여줘요. 대성할 배우예요.”

영화 개봉 전 신천지에서 영화 속 대사가 자신들과 관련이 있다고 항의했다. 이에 ‘사바하’ 측은 해당 내용을 재녹음했다. 개봉 전부터 이슈를 낳았지만 이정재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재녹음을 아무 문제없이 수락한 이유는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컸기 때문이었다.

“오해가 있으셨더라고요. 영화를 보시면 ‘그런 게 아니구나’ 생각하실텐데...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이런 뉴스가 나오는 건 저희 입장에서 좋은 건 아니죠. 하지만 항의를 수용하고 이견 없이 재녹음했어요.”

“지난해 겨울은 정말 추웠어요. 아무래도 대부분 로케이션 촬영으로 진행되다보니 추위와 맞설 수밖에 없었죠. 추위를 참을만큼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컸어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 중에서도 독특하고 신선한 면이 있는 영화죠. 인간 사이의 믿음을 악이용하는 자, 믿음에 배반당한 자의 관계가 잘 드러나서 만족해요.”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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