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다방 여종업원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양씨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경찰과의 사석에서는 범행 사실을 모두 자백했다. 허나 대법원은 파기환송(원심판결을 파기한 경우에 다시 심판시키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돌려보내는 것)했다. 양씨는 무죄일까. 유죄일까.

1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된 ‘부산 다방 여종업원 강도 살인사건’의 주요 용의자들을 다시 만나보고, 과학적 실험을 통해 다시 오리무중으로 변한 사건의 진실을 재조명한 모습이 그려졌다.

2002년 5월 부산 강서경찰서 뒤편에서 마대자루에 싸인 시신이 물 위로 떠올랐다. 피해자는 부산의 한 커피숍에서 일하던 종업원 채송희(가명) 씨로 밝혀졌다. 2002년 5월 21일 저녁, 송희(가명) 씨는 지인과의 전화통화를 마지막으로 행방이 묘연해졌다가,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송희씨가 사망한 후 빨간색 모자를 쓴 20대 남성이 송희씨 카드에서 돈을 인출했고, 이어 여성 두명(을과 병)이 송희씨의 적금을 해약했다. 이에 경찰은 양씨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경찰은 양씨를 체포할 수 없었다. 그는 청소년 성매매 및 부녀자 강도강간 혐의로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건이 일어난지 15년 후 경찰은 잠복해있다가 강씨를 체포했다. 하지만 그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태연했다.

양씨는 무죄를 주장했다. 그의 주변 사람들 역시 양씨는 수녀님들을 도와 봉사활동을 하는 인물이라며 그를 '천사'라고 불렀다. 실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기도를 하는 모습 등이 포착됐다. 

1심과 2심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예금을 인출하고 적금을 해지한 점, 동거녀의 진술에 관한 점, 피해자 사망추정 시점, 범행동기인 피고인이 경제적 어려움, 제 3자에 의한 범행 가능성을 이유로 삼았다. 특히 심리 도중 배달된 편지에는 범인이 따로 있다는 말이 적혀 있었고, CCTV에 찍힌 얼굴이 본인이 맞음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주장했다. 양씨는 강모씨를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강씨와 만났다. 그는 송희씨의 커피숍 단골 손님이었다. 또 범행이 있던 날 송희씨와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하지만 강씨는 자신이 알콜성 기억 상실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을과 병을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CCTV에 찍힌 사람이 양씨로 확인된 가운데 강씨가 살인만 한 후 양씨가 인출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 또한 강씨는 운전면허를 2003년에 취득했다. 당시 차도 없었다.

양씨는 송희씨의 가방을 사상 기차역 근처에서 주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예금인출할 당시 비밀번호를 2번 틀리고 세 번째 바로 인출했다. 적금을 해지했다는 것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 그는 비밀번호는 피해자의 수첩에 적힌 부모님의 생년월일을 조합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비밀번호로 사용된 숫자 중 6은 생년월일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을과 병에 대한 취재를 하던 중 한 명은 암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을과 병을 데리고 있었던 주점 사장이 제작진에 연락을 취했다. 양씨가 빨간 모자를 써서 해병대 오빠라고 별명을 불렀다는 사장은 그가 '가방을 주웠다'는 말을 했다고 했다. 또 을과 병은 '무덤까지 가져갈 비밀'이라는 표현도 했다고. 심지어 사건 발생 10년 뒤 가게를 찾아와 을과 병을 찾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양씨가 체포됐을 당시 태도에 대해 미리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양씨는 경찰이 체포하자 "영장 나왔어요?"라고 물어봤다. 의연한 태도였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양씨는 공식적인 조사에서는 모든 범행 사실을 부인하지만 사석에서는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송희씨를 차로 유인했고, 집에서 범행을 저질러 피가 천장까지 튀는 등 놀랐었다고 말했다. 형을 오래 살아 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사석에서의 진술은 법적인 효력이 없음으로. 관계자는 스포츠카의 혈흔을 DNA 검사라도 하고 싶었으나 이미 차는 폐차된 상황.

동거녀의 진술은 현재로서 가장 강력한 증거다. 동거녀는 양씨와 마대자루를 같이 옮겼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던 동거녀가 조사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는 변호인의 말에 따라 '진술이 오염됐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범행 수법 또한 지난 2003년 부녀자 강간사건과 비슷했다. 테이프로 손과 발, 다리를 연결되게 묶었다는 점과 청 테이프와 칼 등이 사용됐다. 또한 당시 모자를 썼다고 진술했고, 송희씨 사건 때도 빨간 모자를 썼었다. 심지어 그는 전기충격기로 강아지에게 실험했다고도 진술했다. 하지만 양씨의 변호인은 "범죄자들은 점점 발전한다. 강도 세 건 때는 다친 피해자가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 송희씨 몸에서는 40여군데 자상과 몸 군데군데에서 상처가 발견됐다. 전문가는 "반복적으로 칼로 찌른 것은 이미 움직임이 없었다는 것이다.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숨지게 하기 위해 피해자를 마구 찔렀다는 것. 이는 초범 범행자들의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무죄를 주장하면서도 양씨는 자신의 수첩에 '피해자의 행복과 평안'을 기재했다. 형사가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 '평안을 빌어주라'고 하자 고개도 끄덕였다. 또 수녀들은 "양씨가 과거에 잘못한 게 있는데 넘어가고 있다는 말을 했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떠올렸다. 또 체포 직전 경찰이 압수한 두 대의 휴대폰 중 하나에서 '살인공소시효'를 검색한 흔적도 발견됐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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