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 시너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19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2009년 한강로3가 재개발 지역에서 일어난 참사를 재조명했다. 10년 전 용산4구역 세입자들이 농성 중이던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참사가 발생했다. 세입자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사망한 사건이었다.

참사 발생 후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사건 두 달 뒤 경찰지휘부의 상당수는 일괄적으로 승진했다. ‘적법한 공무집행’이었다는 대법원 판결로 용산참사 법적 공방은 마침표를 찍었다. 당시 진압과정 총책임자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최근 한 언론인터뷰에서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1월 14일 민갑룡 경찰청장은 희생자 유가족에게 사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사의 가해자’로 판결받았던 세입자들의 유족들에게 ‘적법한 공무집행’을 했다는 경찰의 수장이 왜 사과표명까지 언급한 것일까?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나섰다.

남일당 망루가 무너진 후 용산경찰서는 브리핑을 진행했다. 브리핑에서 경찰은 “철거민들이 시너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졌다”고 주장했다. 김남훈 경사 영결식이 있던날 당시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역시 망루에 올랐던 철거민들의 폭력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살아남은 철거민에게 최대 징역 5년형을 선고하며 모든 죄를 뒤엎어쓰게 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김남훈 경사 아버지는 최근 의아한 뉴스를 봤다고 전했다. 그것은 용산참사가 경찰의 잘못이라는 보도였다. 당시 살아나오지 못한 특공대원은 1층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남훈 경사가 유일했다. 아버지 김권춘씨는 “대원들이 특공대장을 나쁘게 이야기하더라”며 의심했다. 아들의 죽음에 대한 비밀은 여전히 망루 안에 묻혀있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사건 당일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당시 투입된 경찰특공대원들은 지우고 싶은 기억이라고 말했다. 김남훈 경사와 작전을 수행한 공윤표(가명)씨는 당시 화재로 1도 화상을 입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아비규환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4층에서는 진입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1층으로 내려가 인원보강 후 2층으로 올라가는 사이에 화재가 발생했다.

그런데 망루 안으로 2차 들어갈 때 이상한 냄새가 났다고 전했다. 망루 안에는 불길한 기운이 퍼져있었다. 다른 대원들도 망루 안에서 퀴퀴한 냄새가 나고 힘들어서 어지러웠다고 공판 증인신문에서 밝혔다. 궁금한 점이 생긴다. 구조가 어떻고 위험물질이 뭐가 있는지 알았을까? 공윤표씨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1월 19일 작전 계획서에는 이미 망루 안에 총 20리터 시너가 60개 있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작전이 끝날 때까지 정보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시 지휘부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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