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기도하면 이뤄진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 기도하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배우 하정우(40)가 그럼 사람이다. 기도하면 이뤄진다고 믿는 사람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면서도 톱스타인 그 역시 “불안한 우리 인생에서 가장 믿을 것은 기도”라고 말했다. 크리스천인 하정우는 기도가 일종의 ‘인생의 나침반’이며 좌우명이라고 했고 믿음, 소망, 사랑을 믿는다고 했다.

PMC 더벙커 하정우 / 피엠씨 더벙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그가 걷기를 좋아하는 것도 기도와 연결된다. “나는 무엇이든 한번에 2가지 이상 일을 하는데 걷기를 하면서 기도를 함께한다”고 했다. 최근 걷기와 관련된 에세이 책 '걷는 사람, 하정우'도 출판해 베스트셀러 톱4 안에 올려놓은 그는 배우, 감독, 화가, 작가까지 다중 작업 즉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을 즐긴다.

그런 하정우가 영화 ‘PMC: 더벙커’(피엠씨 더벙커, 26일 개봉)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글로벌 군사기업(PMC) 캡틴인 에이헵(하정우)이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의뢰 받아 지하 비밀벙커에 투입돼 작전 키를 쥔 북한 의사 윤지의(이선균)와 함께 펼치는 액션영화다. 하정우는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군사기업 PMC의 핵심팀 캡틴으로 CIA 프로젝트 실행을 위해 DMZ 30m 아래 비밀 벙커에 도착해 작전 실체를 알게 되고 새 미션을 진행해야 할지 선택 기로에 놓이는 인물 에이헵을 맡았다.

‘더 테러 라이브’에서 함께한 김병우 감독과 재회해 기대를 모아왔다. '신과 함께' 시리즈로 단박에 쌍천만배우에 등극한 하정우. ‘암살’까지 하면 트리플천만배우다. 이렇게 성공하기까지 그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 제목처럼 늘 '신과 함께'했기에 가능했다.

# “‘두번째 사랑’부터 ‘국가대표’ ‘아가씨’, 신작 ‘PMC: 더벙커’ 공통점은요”

“제가 유독 외국어를 구사하는 영화를 많이 했었죠. 그런데 이번 ‘PMC: 더벙커’는 유독 더 심해요. 80% 이상이 영어 대사였어요. 언어 습득은 촬영 두 달 전부터 했어요. 단어 습득부터 감정을 실은 대화를 하기까지 외국어 습득과 대본을 외우는 데 4개월 걸렸어요. 영어 구사에 능하려면 내 대사 부분만 외워서는 안 되고 앞뒤 상황을 통째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거든요. 대사는 외우려 들면 안 되고 상황을 상상하고 수천 번 읽으면 대사가 줄줄 나올 때가 있어요.

사실 영화 시작부터 카메라 앵글이 흔들리는 장면과 영어 대사들이 쏟아지는데 이것들이 초반 관객 몰입을 방해할 거라 생각했어요. 작품 찍을 때부터, 하정우란 배우가 한국사람인데 영어 대사가 워낙 많이 나오니 빨리 몰입되지 않을 거란 생각을 했고 좀 걱정됐죠. ‘두번째 사랑’이나 ‘국가대표’ 때도 영어 대사가 있었지만 최근작 ‘아가씨’ 때 했던 일본어 접근 방식이 도움 됐어요. 그 때 경험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외국어 대사는 물리적으로 시간 내고 열심히 접근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더라고요.

관객 몰입에 방해될 수 있겠다고 약간 우려했던 부분이 흔들리는 앵글로 인한 게임 같은 화면인데 오히려 게임을 좋아하는 10, 20대에게 어필돼 호응을 얻고 있어요. ‘게임 같은 영화’라는 점에서 10, 20대가 우리 영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어요.”

피엠씨 더벙커 하정우 / PMC: 더벙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걷기 좋아하는 제가 이번엔 왼쪽다리에 의족 하고 나오죠”

“에이헵은 낙하산 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죠. 그래서 의족을 하고 있는데 촬영 때 줄곧 녹색 타이즈를 신고 찍었어요.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불편했는데. 타이즈를 신고 벗고 하는 게 쉽지가 않았고 다리를 움직이는 게 불편했어요.

왼쪽 다리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계속 연기해야 하는데 저도 모르게 자꾸 왼쪽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거예요. 그럴 때마다 NG였어요. 다리를 제대로 못 쓰는 연기를 해야 됐는데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결국 왼쪽에 힘을 주지 말아야 하니 오른쪽 무릎에 과부하가 걸려 통증이 생겼어요.”

# “외국인 배우들과 소통이요? 그럴 여유 없었어요”

“‘PMC: 더벙커’에는 이선균 형 빼면 대부분이 외국인 배우들이 등장하는데 그들과 대화할 여유도 없었어요. 시간이 오버되면 오버 차지를 내야 하니까 정해진 분량을 빨리 찍고 가야 하는 상황이었죠. 식사를 함께할 땐 ‘맛있냐?’ ‘맛있다’, 아침 인사 ‘굿모닝’하면 ‘굿모닝’ 하는 간단한 인사만 할 정도로 출근하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갔어요. 문신에, 분장에 준비할 것들이 많았죠. 같은 배우니까 서로 낯설진 않았어요. 영어 실력이 짧아서 대화 안 한 건 아니랍니다.(웃음)

이선균 형과는 처음 함께했는데 정작 연기할 때는 서로 떨어져서 촬영할 때가 많았죠. 형 성격이 필터링 없어서 좋아요. 농구도 같이 하고 성격이 잘 맞아서 앞으로 더 친해지고 싶고 작품도 또 같이 하고 싶은 배우예요. 촬영 끝나고 최근엔 하와이로 함께 여행도 갔다 왔어요.”

피엠씨 더벙커 하정우 / PMC 더벙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출연하는 족족 대박 흥행요? 제 작품 선택 기준은요...”

“저도 관객이 재미있게 볼 만한 작품을 좋아해요. 그리고 작품을 함께하는 사람들도 영화 선택 기준인데. 저는 어떤 경우에는 시나리오보다 같이 작업하는 사람을 먼저 볼 때도 있어요. 서로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게 ‘좋은 시나리오’보다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시나리오는 덜 재미있어도 그 사람을 믿고 하게 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또 단순히 의리로만 하는 게 아닐 때도 있어요. 상황이 맞으니 하게 될 때도 있죠.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 때부터 동고동락한 윤종빈 감독과는 언제까지 함께할 것 같냐고요?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 할 것 같아요.”

# “생각보다 바쁘지 않아요”

“제가 2년 치 출연할 영화가 모두 정해져 있고 작가에 화가, 감독, 영화제작자까지 ‘열일’ 한다고 생각하시는데 생각보다 그리 바쁘지 않아요. 다만 가만히 앉아 TV를 보거나 멍 때리는 걸 못해요. 계속 뭔가를 하고 있어야 해요. 그래서 걷기를 좋아할 수도 있어요. 연기라는 게 알아갈수록 어렵고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인데 걷기를 하면서 기도도 하고 생각도 정리할 수 있어 좋아요. 제가 화가 활동도 하고 있으니 에이헵의 팔뚝에 붙이는 타투 디자인도 제가 한 적 있어요. 아이디어 좋다는 말도 들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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