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드라마...공효진 앞에 장르는 그저 넘을 수 있는 벽이었다. 맡은 역할마다 자신의 옷을 입혀 관객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공효진이 이번에는 스릴러 장르에 도전했다. 스스로 걱정이 큰 것과 반비례하게 결과물은 뛰어났다.

‘도어락’은 혼집 여성 경민(공효진)이 자신의 집 도어락을 누르는 의문의 사람과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현실 밀착형 스릴러다. 공효진은 무엇보다 경민이 현실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자신의 연기가 픽션이 아닌 관객이 느끼기에 ‘내 행동과 같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 말이다.

“‘도어락’은 경민이라는 혼집 여성이 겪는 이야기이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설정이라고 생각해요. 뉴스를 보면 말도 안 되는 사건사고들이 터지잖아요. 사회적인 문제 때문에 영화를 보는 관객이 쉽게 ‘도어락’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해요.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스릴러 영화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영화에서 공효진은 엎어지고 달리고 소리지르며 몸을 쓰는 연기를 많이 했다. 우마 서먼이 출연한 ‘킬 빌’이 되고 싶었지만 현실성이 떨어져 마음 속에 담아뒀다. 그만큼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지 영화를 어떻게 그려낼지 고민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몸부림치는 모습이 영화에서 잘 표현되길 바랐죠. 연기를 불 질러 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평범한 여자가 ‘킬 빌’ 속 우마 서먼처럼 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잖아요. 어느 정도 선을 지키려고 노력했죠. 스릴러 연기를 하면서 뻔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싫었어요.”

“영화에서 욕을 하는 장면이 있어요. 대사에 적힌 것이 아니라 제 애드리브였어요. 실제로 놀라면 욕이 튀어나올 때가 있잖아요. 여태껏 그런 연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하고 싶었어요. 후시녹음할 때도 계속 욕 장면을 넣어달라고 부탁했죠. 욕을 넣으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올 것 같았어요. 솔직히 제가 욕 하나는 찰지게 할 수 있거든요.(웃음)”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군가 눌러서 겁에 질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히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버튼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그 공포. 공효진 역시 실제로 그런 경험을 겪었다고 말했다. 한 번 경험이 현실 밀착형 스릴러에서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경민은 혼집 여성이잖아요. 고충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모든 사람이 위험한 사회에 놓여있다는 걸 무시할 수 없죠. 제 아버지도 겁이 많으세요. 전화 통화를 했는데 저보고 ”효진아, 이번 영화는 진짜 못 보겠다“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제가 학생 때부터 혼자 밤길 돌아다니면 위험하니 빨리 들어오라고 뭐라 하셨거든요. 누구나 두려운 존재가 있고 그 트라우마는 크다는 걸 알았죠.”

“저도 다른 집 도어락을 누른 적이 있어요. 깜짝 놀랐죠. 죄송하다고 말하고 얼른 집으로 향했어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실수이기 때문에 이 영화에 더욱 빨려들어갔어요. ‘도어락’의 캐릭터들도 마찬가지죠. 나쁜 사람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요.”

‘도어락’을 찍으며 공효진이 생각한 건 ‘무서운 세상’이었다. 폐가 장면을 찍을 때 공효진은 덜컥 겁이 났다. ‘지금까지 내가 무서운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나’하고 말이다. “폐가에 들어가서 숨는 장면이 무서웠어요. 아무도 없고 온기도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영화를 찍으니 겁이 덜컥 나더라고요. 영화를 찍으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는지 깨닫게 됐어요.”

영화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김예원은 경민을 돕는 행동파 효주 역을 맡았다. 공효진과 대비되는 캐릭터 연기를 보여준 김예원은 이 영화의 신스틸러였다. 공효진도 김예원의 연기에 박수를 보냈다.

“(김)예원이는 실제로 억센 효주 타입이 아니었어요. 말도 차분하게 하거든요. 효주를 연기할 때 너무 발랄해서 ‘얘, 뭐지?’했어요. 그만큼 효주로 완벽하게 변신한 거죠. 경민이는 소심하고 말수도 적어요. 효주가 분위기를 환기해주는 역할을 하죠. 관객분들이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편안함을 느낄 거예요. 한참 동생이지만 친구 같기도 해요. 최근 GV를 했는데 배우 생활 처음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뭉클했어요.”

배우 20년차이지만 아직도 공효진은 캐릭터에 굶주려 있다. ‘도어락’ 스릴러 연기 도전은 시작일 뿐이다. 차기작 ‘뺑반’에서는 형사 역할로 액션에 도전한다. 로맨스부터 스릴러, 액션까지 만능 배우가 돼가는 공효진의 앞날이 기대된다.

“공포 스릴러에 도전한 것은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에요.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할 수 있는 역할들을 빨리 소진하고 싶지 않아요. 변신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떨려요. 다음 영화에서 맡을 캐릭터가 기대되기도 하고요. 액션이 가미된 ‘뺑반’도 그렇고요. 배우로서 다른 인생을 사는 건 정말 매력적인 일이잖아요.”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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