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이다. 이나영이 스크린에 얼굴을 비춘 지 참 오래된 느낌이 든다. 그동안 원빈과 결혼해 자식을 낳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팬들 역시 이나영이 언제 돌아올지 기대하면서도 서서히 기억 속에서 잊히는 듯 했다. 희미해져가는 이나영의 얼굴을 다시 되새기게 하는 영화가 찾아왔다. 공백기를 잊고 ‘배우’로 다시 돌아오는 이나영이 ‘뷰티풀 데이즈’를 만났다.

이나영의 복귀작이 궁금했다. 과연 어떤 영화로 돌아올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저예산 영화 ‘뷰티풀 데이즈’를 선택한 건 예상 밖이었다. 수많은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것이고 이나영 역시 작품 선정에 고민했을 것이다. 이런 고민은 기우였다.

“저예산 영화라고 해서 선택 안 할 이유는 없었어요. 오로지 작품 자체가 중요했거든요. 평소에 ‘뷰티풀 데이즈’ 같은 영화의 톤을 좋아해요. 담백하면서도 시크하죠. 시나리오에 담긴 먹먹한 표현들이 제가 표현하고 싶어지게 만들었어요.”

“쉬는 동안에 들어온 시나리오들을 계속 봤어요. 하루빨리 관객분들에게 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우로서 이야기하고 싶은 작품으로 찾아 뵙고 싶었어요. 자신 없는 작품을 선택한다면 기다리신 관객분들이 실망하실 것 같았어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죠. ‘나영아, 너는 어떤 작품을 하고 싶고 어떤 걸 보여주고 싶니?’라고요.”

그렇게 선택한 ‘뷰티풀 데이즈’는 14년 만에 돌아온 아들 젠첸(장동윤)과 엄마의 이야기를 다룬다. 엄마는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많은 역경을 겪고 한국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 이나영은 연변 사투리는 물론 표정과 눈빛만으로 적은 대사에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연기할 때 생소한 것들에 파고드는 스타일이에요. 연변 사투리도 마찬가지였죠. 영화에 출연하신 탈북 배우분께 연변 사투리를 배웠어요. 제대로 된 억양을 익히기 위해 계속 통화하고 한 번 더 만나달라고 조르기도 했죠. 관객분들이 사투리 연기에 이질감을 느끼시면 안 되니까요.”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한 걸까? ‘뷰티풀 데이즈’에서 이나영은 연변 사투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과거 장면에서는 연변 사투리, 현재 장면에서는 한국말로 대사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엄마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했다. 이나영이 사투리만 신경 쓴 것은 아니다. 의상부터 손톱 색깔까지 하나하나 디테일을 따졌다.

“엄마가 연변에서 지낼 때 허름한 옷을 입어요. 의상에서도 제 연기가 보여질 것 같아서 신경을 많이 썼죠. 빨간 트레이닝복, 꽃무늬 셔츠를 입은 엄마의 모습은 정말 많은 걸 잃은 사람처럼 보여요.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를 먹어가는 엄마의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죠. 손톱 색깔까지 고민했어요. 일부러 메이크업도 진하게 하지 않았어요. 입술도 손으로 살짝 찍은 듯한 느낌이 나게 칠했죠.”

엄마를 연기하기 위해 많은 걸 준비하면서 점차 이나영은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현장에서도 온통 캐릭터 생각 뿐이었다. 대사가 적기 때문에 감정으로 모든 걸 말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그의 고민이 엄마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엇다.

“아들 젠첸하고 엄마 방에서 다툴 때 감정이 쉽게 안 올라왔어요. 걱정이 됐죠. 엄마라는 캐릭터는 감정으로 이야기해야 하는데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두려웠거든요. 어렵게 생각하기 보다는 쉽게 이해하려고 했어요. 장면 하나하나 그때 엄마의 감정을 이해하며 신경을 곤두세웠죠. 캐릭터를 흡수하고 나니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어요. 아들 젠첸이 14년 만에 돌아와도 내색하지 않는 여자. 오히려 성을 낼 때가 약해 보이는 여자였죠. 아들 앞에서 나약한 모습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 엄마의 마음을 알았어요.”

②로 이어집니다.

사진=이든나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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