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기다려온 김은희 작가의 신작 ‘킹덤’이 베일을 벗었다. 최초로 기획된 건 2011년. 하지만 한국 드라마 제작 시스템의 한계에 부딪혀 5년이라는 시간을 표류했던 작품이 넷플릭스를 만나 드디어 시청자 앞에 공개되는 셈.
 

9일(현지시간) 넷플릭스 ‘See What’s Next:Asia’ 행사에서 ‘킹덤’의 김은희 작가와 김성훈 감독, 주연배우 주지훈, 류승룡을 만났다.

‘킹덤’은 8일 밤 캐피털 씨어터에서 11개국 200명 이상의 취재진 앞에서 최초 공개됐다. 마치 유령처럼 떠돌던 ‘기대작’이 드디어 민낯을 드러낸 셈. 극장 상영이 끝난 후 관객석에서는 환호와 함께 박수가 터져나왔다. 넷플릭스 측에서 강조했듯 ‘킹덤’은 ‘내수용’ 콘텐츠가 아니다.

한국적인 정서를 이해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히 재미있는 ‘콘텐츠’가 탄생한 것. 첫 드라마 작품을 넷플릭스와 함께하게 된 김성훈 감독은 플랫폼의 간극에 대해 “스마트폰이냐, 모니터냐, 스크린의 차이다. 스태프들 배우들과 이야기했을 때 이 '킹덤'이라는 작품을 영화 세 편 짜리를 찍는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김은희 작가는 기드라마 제작 시스템과 넷플릭스와의 작업 차이점에 대해 “대본 창작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 영화 연출하는 감독님, 넷플릭스 플랫폼 등 처음이어서 생기는 실수는 있어도 문제는 없었다”라며 비교적 매끄러운 호흡속에서 제작이 진행됐음을 시사했다.

더불어 조선을 배경으로 권력에 굶주린 양반, 배고픔에 굶주린 민초들이 대조되는 것에 대해 “역병이라고 표현되는 좀비를 그리기 위해서 더 많은 설정을 그릴 예정이다. 한국적으로 권력과 배고픔이 역병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김성훈 감독은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이 TV드라마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었던 점에 대해 “잔인함을 과시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리얼리티에 이 장면이 필요했을 때 필요했을 뿐이지, 잔인함을 과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가 ‘킹덤’ 제작에 있어 지향하는 방향성이 있었냐는 질문에 김성훈 감독은 “내용적인 면에서 넷플릭스가 무한한 창작의 자유를 준다는 말을 안 믿었다. 그런데 실제로 진행해보니 피드잭을 줘도 ‘단지’ 피드백에 그칠 뿐,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더라. 다 완성되고 편집본을 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라고 전했다.

이날 김성훈 감독과 김은희 작가는 넷플릭스가 창작자의 의도를 시청자에게 오롯이 전달될 수 있는 제작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김성훈 감독은 “예술의 바탕 안에서 불량품을 만들지 않았다”라고 강조하며 “그들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볼 수 있었고 좋은 경험이었다. 창작자는 창작에 집중하고, 기술은 자신들이 확인해줬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킹덤’에서 왕세자 이창을 연기하는 주지훈은 “넷플릭스 퀄리티 체크에서 내가 걸러지지 않을까 싶어서 연기에 더 힘을 썼다”라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한국에서 원래 만나던 분들과 현장에 있는 것이니 특별한 다른 점은 없었고, 불편함도 없었다. 한국의 혹독한 추위 외에는 괜찮았다”라고 촬영 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상영회) 스크린에 '넷플릭스'라는 로고가 나올 때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권력에 굶주린 조학주를 연기하는 류승룡은 “힘든 한국 영화 한 세 편 정도 찍는 느낌이 들었다”라며 “후반에 다른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보안이 대단했다. 포스터도 안 보여주고 티저, 편집본도 다 못 보다가 어제 처음 봤다”고 털어놨다. 포스터 촬영만 일주일이 걸렸다고 밝힌 류승룡은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다. 도시락도 아니고 꽃도 놓고 케이터링을 깔고 식사하더라. 그런 면에서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 자리에서는 ‘킹덤’ 시즌2 제작 확정 소식이 전해졌다. 김은희 작가는 이미 대본 마무리 작업에 들어간 상태라고 전했다. 2016년 1월 국내에 상륙한 넷플릭스가 3년만에 한국에서 제작된 콘텐츠를 글로벌 시작에 론칭할 준비를 하며 기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어떤 파동을 가져올지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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