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로 서영희의 모든 걸 판단하기에는 부족하다. 선과 악을 오가며 작품마다 연기 변신을 한 지 오래다. ‘여곡성’ 또한 서영희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영화다.
영화에 대한 관객의 기대는 1986년 개봉한 동명의 원작과 얼마나 비슷하냐에 쏠린다. 특히 지렁이 국수 장면은 원작은 물론 이번 ‘여곡성’에서도 등장한다. 서영희는 원작에 대한 부담감을 지웠다. 단지 신씨 부인을 어떻게 연기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원작을 리메이크한다고 해서 부담감을 가지면 한도 끝도 없어요. (손)나은이와 저의 2018년 버전 ‘여곡성’인 거죠. 새로운 배우, 새로운 이야기로 관객에게 다가서려고 해요. 신씨 부인은 욕심이 가득한 인물이에요. 그 사람의 열정과 위엄이 얼마나 제 연기로 잘 드러날 수 있을지 걱정 많았죠. 많은 관객이 저를 믿고 신씨 부인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 줬으면 해요.”
서영희가 연기한 신씨 부인은 ‘여곡성’ 안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보인다. 영화 초반에는 엄한 대감집 부인이었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요염하면서도 참한 아내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한 영화에서 여러 색깔을 내는 신씨 부인을 완벽히 소화해내는 서영희를 볼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신씨 부인이 대감집 큰 어른이라고 위엄 넘치는 모습만 보여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후반부에서는 전혀 다른 신씨 부인이 나오잖아요. 미리 신씨 부인을 세 가지 캐릭터로 정하고 촬영에 들어갔어요. 스크린에 제 인상 찡그린 동그란 얼굴이 꽉 차 보이는데 못 생겨 보이더라고요.(웃음) 오히려 피 분장한 모습이 나아 보였어요.”
평소 서영희는 공포 영화를 즐겨 보지 않는다. 재미보다는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곡성’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도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유영선 감독의 선물이 그녀의 마음을 되돌렸다. 공포 영화가 잔뜩 들어있는 자료를 받은 서영희는 한 영화 한 영화 감상한 후 ‘여곡성’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감독님이 심심할 때 보라고 공포 영화가 담긴 자료를 주셨어요. 특정 영화에는 별 표시까지 돼 있더라고요. 감독님의 세세함에 놀랐어요. 보다 보니 그 안에는 눈물 나게 가슴 아픈 공포, 색감이 아름다운 공포 등 여러 공포가 있었죠. 특히 ‘돌로레스 클레이븐’이 인상적이었어요. ‘미저리’에 출연한 배우 캐시 베이츠가 나오는데 정말 연기를 잘했어요. 저도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이제는 공포 영화가 좋아졌어요.”
‘여곡성’ 촬영 현장에 간 서영희는 많은 후배를 만났다. 손나은, 박민지, 이태리 배우와 나이 차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후배들이 먼저 ‘배려’해줬기 때문에 ‘여곡성’을 무사히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후배들에 대해 부러움과 고마움을 느꼈다.
“(박)민지와 (이)태리는 연기 경력이 오래됐어요. 제가 둘에게 도움을 받지 줄 게 없었어요. 정말 바르게 커 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나은이는 제가 경험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어요. 가수라는 삶이 부럽기도 하고 궁금했어요. ‘춤은 어떻게 해야 잘 춰?’ ‘숙소 생활 재미있지 않아?’라고 말하면서 많은 걸 물어봤어요. 열심히 살아온 ‘25세’ 나은이가 멋있더라고요. 저도 열심히 살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한 나은이가 부러웠죠. 항상 하고 싶은 건 많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요즘은 그냥 생각만 해요. 시도는 안 하고요. 그냥 연기나 잘하자!”
세상에 쉬운 일 하나 없다는 말이 있다.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기도 벅차지만 서영희는 오직 한길만 가려고 한다. 바로 연기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아직 해보지 못한 역할이 많아서 계속 새로운 연기를 하고 싶다는 서영희. ‘여곡성’이 여성 영화 발전에 기여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밝혔다.
“연기를 잘하고 싶어서 공연, 드라마, 영화를 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인생을 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 삶이 그 무엇보다 소중해요. 연기는 삶의 일부분이죠. 결혼을 한 것도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소중한 삶을 살아가기 위함이었죠. 인생을 잘 살면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연기를 언젠가 하지 않을까 싶어요.”
사진제공=스마일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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