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앵란이 먼저 세상을 등진 남편 故신성일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4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취재진을 만난 엄앵란이 남편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는 말에 “우리 남편은 저승에 가서도 못살게 구는 여자 만나지 말고 그저 순두부 같은 여자 만나서 재미있게 손잡고 구름 타고 그렇게 슬슬 전 세계 놀러 다니라고 얘기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날 동반자 겸 배우로 반백년의 시간을 함께 한 고인을 떠나보내는 심경에 대해 밝혔다. 고인을 회고하며 엄앵란은 “가정 남자가 아니었다. 사회 남자, 대문 밖의 남자지 집안의 남자가 아니었다. 일에 미쳐서 집안은 나한테 다 맡기고, 자기는 영화만 하러 다녔다”라고 전했다.

또 “집에서 하는 것은 늦게 들어와서 자고 일찍 나가는 것밖에 없었다. 늘그막에 재밌게 살려고 했는데 내 팔자가 그런가 보다”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영화계의 거목이었던 남편에 대해 엄앵란은 “우리 남편은 영화 물이 뼛속까지 들었다. 까무러쳐서 넘어가는 순간에도 영화는 이렇게 찍어야 한다고 했다. 그걸 볼 때 정말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런 사람이 옛날부터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화려한 한국 영화가 나온다는 생각에 넘어가는 남편을 붙잡고 울었다”며 “내가 존경할만해서 55년을 살았지 흐물흐물하고 능수버들 같은 남자였으면 그렇게 안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엄앵란은 마지막으로 “우리 남편이 돌아가셨는지 확인하려고 제주도에서도 전화가 왔다. 어떤 남자는 울기도 했다. 그런 팬들의 변화를 겪고 나니까 우리의 가정사나 사생활은 완전히 포기할 수 있었다”며 “이 사람들 때문에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흉한 꼴 보이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부연했다.

한편 마지막을 지킨 차녀 수화씨를 통해 고인은 “엄마한테 가서 참 수고했고, 고맙고, 미안했다고 해라”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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