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시작되는 11월. 차가워진 바람에 마음까지 짜게 식어버린 당신을 위한 연극이 기다리고 있다. 귄터 아이히의 ‘꿈’과 이경성 연출가의 ‘러브 스토리’가 그 주인공. 형태와 메시지는 다르지만 우리가 지나치는 일상적 감정을 포착, 관객 앞에 연극적인 화법으로 풀어낼 준비를 마쳤다.

동어를 반복하는 스크린 속 작품들에 지쳤다면 올 겨울에는 연극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잠시 일상을 미뤄두고 심연을 들여다보는 생경한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

 

♦︎ 귄터 아이히 ‘꿈’
 

1950년 발표되어 전후 독일에 커다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 귄터 아이히의 방송극 ‘꿈’이 연극 무대에 오른다. 5개의 전편이 꿈으로 이루어진 작품은 희곡과 시, 산문 세 형태가 번갈아 등장하는 독특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따뜻하고 행복한 실제 세계에 대한 추억과 꿈을 가지고 살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불행을 향해 추락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극은 기차 화물칸에서 40년을 살아온 3대의 이야기를 그린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과학의 위대한 업적을 칭송하며 아이를 매매하는 사람들, 그리고 흰개미에게 내부로부터 파 먹혀 가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사이를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가장해 파고드는 날카로운 시어들이 관통하며 기묘하고 낯선 환상을 선보인다.

일시 : 2018. 11. 08~11. 18

장소 : 나온씨어터

 

♦︎ 이경성 ‘러브스토리’
 

2014년 제5회 두산연강예술상 공연부문 수상자 이경성의 신작 ‘러브 스토리’가 올가을 관객들의 감수성을 물들인다.  이경성은 ‘서울연습-모델, 하우스’, ‘비포 애프터’, ‘워킹 홀리데이’ 등 동시대 사회적 이슈를 찾아 공간의 역사, 미디어, 몸 등을 탐구해온 연출가다.

이번 작품은 실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남북출입사무소 직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직접 인터뷰해 현실을 반영했다. 어느날 아무런 예고없이 개성공단이 폐쇠되고, 함께 지내던 남과 북의 사람들이 이별을 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그린다. 개성공간이라는 정치적이고 특수한 공간을 통해 이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인간적 관계’를 만들고 감정을 발생시켰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일시 : 2018. 11. 06~11. 24

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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