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저물면 여기저기서 야귀(夜鬼)가 창궐(猖獗)한다. 궁은 온통 야귀 천지다. 야귀에 물려도 죽는다. 작은 상처만으로도 야귀로 변한다. 칼로 찌르고 심장을 찔러 없애야 한다. 

하지만 '민초'들이 왕이 되길 바라는 자 현빈(이청 역)만은 끝까지 살아남는다. 1대 100 싸움에도 그는 단 한 번도 물리지 않는다. 순백의 도포 하나만 입고 쉴 새 없이 칼을 휘두르는데도 말이다. 칼 한자루만으로 버틴다. 전형적인 영웅으로 그려진다. 

 

 

'창궐'은 야귀가 들끊 조선 제물포에 돌아온 강림대군 이청(현빈 분)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옥좌에는 관심도 없는 이청은 죽은 형(소원세자/김태우 분)의 유지를 받들어 조선에 돌아온다. 이청이 나라와 관료들에 버려진 제물포 민초들을 만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조선에 좀비(야귀)라는 크리쳐를 더해 새로움을 부각한 '창궐'. 야귀의 원인을 알 수 없으니 출처는 서방이다. 야귀들은 날이 저물면 나타나 사람을 물어뜯는다. 야귀가 사람을 물어뜯어 피를 빠는 특성과 변이 하는 과정 속 비주얼은 관전 포인트다. 관절을 꺾고 발작을 일으키며 변한다. 인조 피부, 실핏줄 하나하나 사실감이 넘친다. 

또 제작진은 거대한 스케일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200평 규모의 인정전, 150평 규모의 옥사 등의 세트를 직접 제작해 웅장함을 더했다. 제작비 170억 원이라는 영화의 스케일을 실감케 한다. 특히 야귀 떼에 쫓기는 모습은 와이어 촬영과 부감 효과로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옥사 탈출 신은 긴박감이 느껴진다.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이청 역의 현빈은 야귀 떼와 혈투를 벌인다. 청나라에서 가인들을 끼고 희희낙락 지냈을 것 같은 이청은 공교롭게도 검술이 뛰어난 청나라 장수다. 소원세자의 유지를 따르는 박종사관(조우진 분) 역시 칼을 사용한다. 민초 덕희(이선빈 분)는 활을 들었고, 승려 대길(조달환 분)은 지팡이를 변형한 창으로 찌른다. 야귀 떼를 소탕하는 이들은 일명 '조선판 어벤저스'다. 이들은 각자의 무기로 적재적소에 야귀들을 소탕한다. 

특히 현빈의 검술 액션은 영화의 백미다. 현빈은 앞서 김성훈 감독과 첫 호흡을 맞췄던 '공조'로 액션 배우로서의 면모를 과시한 바.

현빈은 이청의 시그니처인 장검을 사용한 검술 액션을 비롯 와이어 액션, 맨몸 액션을 능수능란하게 소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여심을 흔든다. 역시 '액션 장인'이다. 그야말로 액션연기에 날개를 달았다. 차후 현빈이 보여줄 액션 작품이 벌써 기다려진다. 현빈은 여기에 이청 본연의 능글능글함을 더해 캐릭터에 활력을 더했다. 

장동건의 악역도 빠질 수 없다.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이청과 대립하는 김자준(장동건 분)은 특유의 묵직함과 카리스마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특히 광기 어린 눈빛으로 곤룡포를 두른 장동건의 모습은 야망가 김자준 캐릭터를 단번에 설명한다. 현빈과 격투신으로 액션도 완벽하게 소화했다.

 

제작진은 '야귀'가 소재인만큼, 엔딩크레딧에 야귀로 출연한 배우들의 사진으로 그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또한 '김태우 그리고 김주혁'이라며 지난해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故김주혁의 이름도 올렸다. 김주혁은 소원세자로 캐스팅 됐지만 모든 촬영을 마치지 못했고 김태우가 소원세자로 출연했다.   

이처럼 '창궐'은 다채로운 액션과 좀비라는 새로운 크리쳐로 신선함과 오락액션 영화로서 볼거리를 제공한다. 캐릭터 하나하나 생동감을 주며 적재적소에 웃음을 안기기도 한다. 어려운 영화도 아니다. 보고 즐기면 그만인 '팝콘 무비'다.

반면 어디선가 본 듯한 뻔한 소재와 2016년 횃불정국을 닮은 듯한 대사와 상황은 관객들에 피로감을 안긴다. 박진감 넘치게 몰아치는 액션 시퀀스 속 악의 등장은 오히려 극의 흐름을 방해한다. 곳곳에 개연성 없이 넘어가는 상황들 역시 아쉬움을 남긴다. 

개봉 전 4대륙 19개국에 팔리면서 해외의 이목도 집중시킨 '창궐'은 100회차 촬영에 CG작업을 비롯한 후반작업을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 이제 '창궐'은 제작진의 손에서 떠났다. 평가는 관객들의 몫이다. 러닝타임은 121분. 15세 관람가. 개봉은 10월 25일이다.

 

사진=NEW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