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계절이다. 2019 S/S 헤라서울패션위크가 15일 개막해 오는 20일까지 이어진다. 내년도 패션 트렌드를 제시하는 패션계 최대 행사에서 모델 주원대(27)는 무려 8개의 메인쇼 런웨이를 누빈다. 패션위크 직전 블론드 헤어의 '밀크남'을 인터뷰했다.

 

스물다섯에 데뷔해 고작 경력 3년밖에 되지 않은 그가 바이브레이트, 도조, 알쉬미스트, 송지오옴므, 슬링스톤, 만지, 디앤티도트, 곽현주 콜렉션 등 내로라하는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무얼까.

패션위크가 1년에 두 차례 있는데 경쟁률이 치열함에도 여러 브랜드에서 빈번하게 기용한다. 한 시즌에 10개 이상의 쇼에 등장한다. 186cm 63kg, 남자 모델로는 표준이지만 다양한 스타일의 의상 소화력 덕분이다.

“모델마다 자신의 이미지와 옷 입는 스타일이 있는데 댄디, 스트리트 등 나한테 어울리든 안 어울리든 여러 가지를 시도해요. 해외에서 이번 시즌에 어떤 트렌드나 옷이 유행한다 싶으면 서치해서 따라 해보면서 영감도 많이 얻고, SNS에 이런저런 옷을 입은 채 공들여 사진을 찍은 뒤 업로드하면서 어필하려고 하죠. 원래는 10대 후반부터 열광한 스트리트 스타일을 굉장히 좋아해요. 신상을 사려고 부지런히 일했을 정도였으니까요. 패션이란 게 많이 보고 입어봐야 잘 알거든요.”

그가 이렇게 노력하는 이유는 모델의 위상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전엔 신체조건이 타고난 사람들이 하던 직업이었는데 요즘은 키나 비율보다는 이미지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워낙 젊은 세대의 체격조건이 좋아졌고, 모델이란 직업을 원하는 이들도 많아져서다.

“최근 경향을 보면 느낌이나 스타일 좋은 친구들이 모델 일을 많이 해요. 그들에게 밀리지 않으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하죠. 다행인 건 평소 제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브랜드에서 컨택해줘서 평소 걷는 느낌이나 표정과 별반 다르지 않게 무대에 서도 잘 어울린다고 해요. 저와 상반된 이미지의 옷을 입었을 땐 상상을 많이 하죠. 키치하거나 상큼해야 하는 의상이면 그런 영화나 음악을 떠올리거나 생각에 빠져드는 식? 또 디자이너들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 그들이 표현하기를 원하는 걸 최대한 이해하려 노력해요.”

디자이너들과 대화가 잘 통하고, 의상 소화력이 빼어난 이뉴는 그가 직접 디자이너로도 활동해서다. 친한 선배와 함께 스트리트 브랜드 ‘덕 다이브’(파도가 너무 높을 때 피해가는 서핑기술)를 3년째 운영하고 있다. 대학시절 디자인수업을 1년 들은 뒤 그 이후 독학으로 디자인을 해왔고 브랜드 론칭으로까지 이어졌다. 나름 규모도 꽤 커졌고 판매도 잘 이뤄지는 상황이다.

경남 울산이 고향인 주원대는 실제 스무 살이던 2010년 S/S 서울패션위크로 데뷔했다. 이듬해 모델학과로 전과해 대학에 입학했고 한 학기를 마친 뒤 군입대했다. 제대 후 연극영화과에 진학하려고 1년간 준비하던 중 미련이 남아 2015년 다시 모델로 데뷔했다. 지금도 연기에 대한 꿈은 간직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영역에 호기심의 촉수를 뻗친다. 2016년 자신의 브랜드명을 활용해 ‘덕 다이브’란 가수 이름으로 디지털 싱글을 냈고, 인디뮤지션 BGM4의 재즈풍 곡에 피처링도 했다. 제대로 음반을 낸다면 평소 좋아하는 발라드를 부르고 싶다. “20대엔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살아야 후회하지 않을 거 같아서”란 게 문어발 활동의 이유다.

지난달부터는 가수 나르샤 장재인과 함께 일상 속 뷰티 정보를 공유하는 네이버TV 웹예능 ‘뷰티로그’ 진행을 맡고 있는가 하면, 인기 아이돌처럼 해외 팬미팅을 다니는 중이기도 하다. 지난달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 이어 지난 11일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 팬미팅을 성료했다.

“패션위크 때 중동지역 방송사에서 취재차 왔는데 우연히 짧게 인터뷰를 해줬던 게 중동 커뮤니티에 확산하면서 무슬림 영향이 큰 말레이시아, 동남아 지역에까지 제가 알려졌나 보더라고요. 고작 1분간 영어로 했던 거였는데.(웃음) 그러면서 해외 팬덤이 생기게 됐어요.”

도전정신과 더불어 수완이 좋다. 지난 2016년에는 나 홀로 중국으로 건너가 상하이와 항주에서 2개월간 프리랜스 모델 활동을 벌여나갔다. 이로 인해 이듬해엔 다섯 차례나 초청 받았다. 한류스타 이종석 김우빈이 모델로 활동했던 SPA 브랜드 ‘미터스 본 위’ 지면광고 촬영을 하고 대규모 행사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다방면에 재능을 보이는 ‘에너자이저’ 주원대가 꿈꾸는 ‘빅 픽처’를 물었다.

“30~40대가 됐을 때 TV에서 개인 토크쇼를 진행하는 게 가장 큰 꿈이에요. 그걸 하기 위해선 정말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경험을 풍부하게 쌓아야 할 듯해요. 그래서 요즘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땐 책도 많이 읽고 시사경제 관련 지식을 쌓으려고 걸어다닐 땐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검색을 많이 해요. 해외뉴스도 많이 접하려 하고요. 기본 소양을 갖춰나가려 노력하는 게 요즘 제 일과이자 셀프 숙제예요.”

 

사진= 허승범(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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