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ad47

[리뷰] 호기심을 잃어버린 어른 향한 묵직한 한 마디 '펭귄 하이웨이'

기사승인 2018.10.12  15:58:05

공유
ad38
ad48

그동안 아주 잠시 잊고 살았던 게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라는 것의 가치에 대해 말이다. 내가 어른이 됐다고 어느 순간부터 애니에 너무 엄정한 어른의 잣대를 들이밀곤 했다. ‘펭귄 하이웨이’(감독 이시다 히로야스)는 이 어른의 오만함에 돌을 던지고, 1시간58분간의 러닝타임동안 관객들을 다시 한 번 어린이의 시선으로 되돌려 놓는다.

 

‘펭귄 하이웨이’는 어른이 되기까지 3888일 남은 11살 소년 아오야마가 어느 날 동네에 나타난 펭귄과 마주하게 되고, 평소 짝사랑하던 치과 누나와 그 펭귄의 비밀을 탐구하며 벌이는 모험을 담아낸다.

영화는 소년 아오야마의 시선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된다. 아오야마의 캐릭터성은 처음부터 명확하다. 내레이션으로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어린 자신감서부터 책장에 꽂혀있는 어려운 서적들, 그리고 탐구노트에 빼곡히 채워진 그만의 짙은 고민과 풀이, 해답의 환희까지 아오야마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박식한 11살이다.

하지만 그러한 나름의 어른스런 지식과는 반대로 “어른이 되기까지 3888일 남았다”고 하루하루 셈 하는 것, '누나의 가슴에 관한 고찰'을 하며 생경한 연정에 두근거림을 느끼는 것, “내가 어른이 된다면 멋진 일일 것”이라며 미래로 향해 있는 시선 등은 그가 여느 11살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은 ‘소년’임을 명확히 드러낸다. 다시 말하자면 그는 또래 친구들보다 어른스러움을 보다 더 갈망하는 아이인 셈이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에서 캐릭터성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흔히 아동을 타깃으로 한다고 여겨지는 장르이기에 필연적으로 보통의 극영화보다 교훈 혹은 메시지가 강하게 들어갈 수밖엔 없는데, 그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체감하는 게 바로 그 캐릭터인 까닭이다. 따라서 ‘펭귄 하이웨이’가 이 어른을 갈망하는 소년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에 우리는 조금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사건은 아오야마의 동네에 어느 날 펭귄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때 아오야마는 극 중 어른, 아이들과 다른 반응을 보인다. 이 애니메이션 속 어른들은 펭귄의 등장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무심하다. 반대로 아이들은 “너 펭귄 봤어?”라며 신기해하기만 할 뿐이다. 행동할 줄 알지만 호기심을 품지 않는 어른. 호기심을 품지만 행동할 줄 모르는 아이들. 그 중간에 서있는 ‘어른이’ 아오야마만이 펭귄의 뒤를 쫓는다.

펭귄의 행적을 쫓는 아오야마가 발견하는 건 상식 너머의 현상이다. 평소 짝사랑하던 치과 누나가 던진 콜라캔이 펭귄으로 변하질 않나, 체스 판에서 박쥐가 날아오르고, 흰긴수염고래가 수로를 헤엄치며, 숲속에서 바다가 발견된다. 아이다운의 호기심과 어른스런 행동력이 만들어낸 기막힌 판타지다.

 

사실 어린아이 관객이 이 장면을 볼 때는 어떤 감흥일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다만 어른의 시각에서 이 경탄스런 비주얼이 눈에 담기는 순간, ‘펭귄 하이웨이’의 메시지는 꽤 명확히 다가온다. ‘왜 어른은 더 이상 세상을 궁금해하지 않느냐’는 쓴 소리. 그 궁금증 너머의 세상엔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데도 말이다.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은 최근 진행된 싱글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속 아오야마의 연구와 어른들의 연구는 다르다”며 “어른들은 이 연구가 우리에게 어떻게 쓰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만, 아오야마는 단순히 알기 위해 연구한다. 이해타산적이지 않은 순수한 호기심은 가끔씩 환상적인 경치를 선물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이 영화는 일과 세상에 치인 채 사는 우리 어른들을 반성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처럼 따스한 메시지를 더욱 빛내는 건 여러 스태프들이 공들인 비주얼이다. 3D 애니메이션이 각광 받고 있는 요즘의 추세와는 사뭇 다르게도 ‘펭귄 하이웨이’의 그림체는 순박하면서도 세심하다. 현실적이라는 느낌보다는 ‘만화 같다’는 감상에 빠뜨리지만, 그 감상이 이질적이라기 보단 오히려 더 동심을 자극한다.

스토리-비주얼-OST까지 장편 데뷔작이란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의 연출은 꽉 짜여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에 이어 신카이 마코토, 호소다 마모루 등 끊임없이 애니 대가를 배출해온 일본의 차세대 애니메이터로서의 가능성이 반짝반짝 빛난다.

러닝타임 1시간58분. 전체 관람가. 18일 개봉.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ad44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