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창정(45)이 돌아왔다. 또 한 번 선선한 바람에 꼭 어울리는 명품 발라드를 선보이며 팬들의 기대에 적확히 부응한다.

 

임창정은 지난 19일 발매한 열네 번째 정규 음반에 수록된 14곡 모두 작사·작곡에 참여하며 자신의 음악 색채를 가득 담았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던 18일,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마주한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지만, 그 미소는 기대감과 긴장이 섞인 채였다.

이번 정규 14집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이하 ‘하그사’)에 대해 임창정 스스로 “숙제 검사를 받는 기분”이라고 밝혔다. 이번 앨범엔 세월이 흐르며 어느덧 40대 중반이 된 그의 음악인생이 녹아 있는 까닭이다.

“타이틀곡인 ‘하그사’는 지난 몇 년 간 선보였던 ‘또 다시 사랑’ ‘내가 저지른 사랑’과는 조금 느낌을 다르게 했어요. 물론 제 오래된 팬들은 ‘임창정 느낌’을 좋아하겠지만, 세대를 아우르는 감성을 전하고 싶었거든요. 지난 콘서트 때 할머니, 엄마, 딸 3대가 ‘소주 한 잔’을 같이 따라 부르는 걸 봤어요. 팬 폭이 넓어졌으니,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노래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물론 옛날 감성이 담긴 노래도 수록돼 있고요.(웃음)”

임창정은 이번 앨범 대부분의 곡들을 직접 작사 작곡하며 독자적인 음악관을 제시했다. 꼬박 1년 만에 돌아온 그가 이번 노래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꽤나 확고하다. 그는 솔직한 감정으로 한 땀씩 적어내린 곡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예전에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즉흥적 멜로디를 확장시켜가는 방식으로 곡을 썼어요. 그런데 이번 타이틀곡 ‘하그사’는 코드부터 아주 차근히 만들었죠. 그래서 더 완성도가 높아요. 가사 같은 경우에는 언제부턴가 뜨거운 사랑 소재로는 잘 못 쓰겠더라고요. 이번 곡들의 가사는 ‘우리는 살아가다가 사랑하는 거지, 사랑을 하기 위해 사는 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고 썼어요. 앨범 전체의 가사 흐름을 들여다보시면 그런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흔히 노래방깨나 다녔다하는 이들에게 임창정의 곡들은 마치 ‘통곡의 벽’과 같았다. 압도적인 고음과 숨 쉴 틈 없는 구성이 돋보이는 곡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하그사’는 그 중에서도 최고다. 이에 대해 임창정도 “나이가 들어선지 쉽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하그사’는 라이브로 완창이 힘들어요. 2옥타브 시부터 3옥타브 레까지 왔다갔다하죠. 몇 년 전에는 완창할 수 있었을 거예요. 곡을 만들 때 제가 너무 거만했던 거죠.(웃음) ‘유희열의 스케치북’ 녹화에서도 반키를 낮춰 불렀어요.”

잠시 말을 멈춘 그는 컴백 전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위기를 겪었다고 고백했다. “성대결절인줄 알았다”고 운을 뗀 그는 “세월의 흐름을 받아들여야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아예 말도 안 나올 정도였어요. 병원 가서 검사를 받아보니 의사 선생님이 ‘술이랑 나이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하시더라고요. 조금 서글펐어요. 노래를 잘 못 부르게 돼서가 아니라, 젊은 목소리가 변하고 있다는 게요. 이젠 욕심을 좀 내려놓고 전인권, 조용필 선배님처럼 음악을 말처럼 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삶이 배어 있는 목소리로요. 이젠 그분들을 따라 해보고 싶어요.”

 

확실히 세월이 흐르며 임창정의 음악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을이 되면 팬들은 ‘임창정표 발라드’를 기다리고 있다. 이는 그가 꾸준히 음악을 할 수 있는 동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기대는 분명 그에게 조금의 부담일 터다.

“부담이 없지 않아요. 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다보니 팬들이 어느새 친구가 됐어요. 저희 가게에 놀러와서 술 한 잔 하기도 하고요. 이젠 멀리서 응원해주지 않고 가까이서 조언해줘요. 이번 음반을 내기 전에도 먼저 노래를 들려주고 반응을 물어봤어요. 사실 그 친구들은 제 팬이니까 늘 ‘좋아요’라 말해요. 미리 그 반응을 예상하고 있지만, 언제 들어도 참 행복해요. 전 팬들이 울고 웃는 모습을 보려고 음악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부담도 즐기더라고요.”

이와 더불어 임창정은 “요즘 부쩍 삶이 재밌어졌다”는 말도 덧붙였다. 음악, 연기, 육아 등등 바삐 살지만 그 바쁨이 그에겐 행복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이 행복 속에 그는 최근 색다른 일들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후배들을 찾아보려 해요.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내가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나서 오디션을 보러 다녔으면 임창정 됐을까?’ 아마 안 됐을 것 같아요. 저도 수십 번 오디션에서 떨어진 경험이 있어요. 그때 저를 믿고 오디션을 보게 해준 학원 실장님이 있었어요. 그 믿음 덕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거든요. 이젠 제가 그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2의 임창정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인터뷰 내내 임창정은 자신의 계획과 꿈을 드러냈다. 안 그래도 음악, 연기를 병행하며 바삐 사는데, 더 바빠지면 혹여 지치지 않을까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이 걱정에 그는 허허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지금껏 평생 시간에 쫓겨서 산다고 생각은 안 해봤어요. 근데 요즘 들어 처음 ‘밥 먹을 시간이 없네?’라고 생각해봤어요. 예전엔 스케줄 12개씩해도 밥은 늘 먹었거든요. 그런데 재밌게 하다보니까 힘들지 않아요. 또 제가 제주도로 이사를 가면서 여유가 더 생긴 것 같아요. 조금 힘들어서 쉬고 싶을 때 수영하러 월정리에 가고, 해안도로따라 마트를 가고, 뒷산인 한라산에 올라요. 얼마나 행복한 풍경인지 몰라요. 그러니 걱정 않으셔도 돼요. 더 열심히 뛰어도 지치지 않을 거예요.”

 

사진=NHe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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