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 3부작의 피날레다. '명당'은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면을 압도하며 안전한 수로 권력 쟁탈이라는 큰 줄기를 채운다. 그러나 안전한 수는 '신의 한 수'가 되지 못한 듯 보인다.

 

 

지난 2013년 개봉한 '관상'은 사람의 얼굴을 보는 관상이라는 소재에서 시작해 역사적 비극과 조선의 운명을 다뤄 9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어 올해 2월 개봉한 '궁합'은 사람의 인연을 역학으로 풀어내 가벼운 코믹 로맨스를 그렸으나 누적 관객 수 134만이라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역학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할 '명당'은 '관상'의 명성을 이으려는듯 '관상'처럼 권력을 가지려는 이들의 싸움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영화는 헌종이 세도정치에 휘둘리던 시절을 배경으로 나라의 운명을 바꾸려 했던 이들의 모습을 그린다.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꾸는 재주를 지닌 천재 지관 박재상(조승우 분)은 명당을 이용해 나라를 지배하려는 장동 김씨 가문의 계획을 막다 가족을 잃는다.

 

 

13년 후, 복수를 꿈꾸는 박재상 앞에 세상을 뒤집고 싶은 몰락한 왕족 흥선(지성 분)이 나타나 함께 장동 김씨 세력을 몰아낼 것을 제안한다. 뜻을 함께해 김좌근(백윤식 분)과 그의 아들 김병기(김성균 분) 부자에게 접근한 박재상과 흥선은 두 명의 왕이 나올 천하명당의 존재를 알게 되고 서로 다른 뜻을 품는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는 이름만 들어도 '대작'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베테랑 배우 라인업이다. 특히 조승우와 백윤식은 한 화면에 잡히기만 해도 분위기가 묵직해지는 힘을 전한다. 이들은 '명당'을 무게감 있는 사극으로 만든 주역이다. 지성은 극 후반으로 갈수록 광기에 어린 얼굴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 영화에 신선함을 불어 넣는다.

 

 

권력에 눈이 먼 잔악무도 김병기를 맡은 김성균의 악역 연기, 박재상의 친구이자 현실적인 성격의 구용식 역을 맡은 유재명의 천연덕스러운 모습, 뱀 같은 눈빛의 정만인을 표현하는 박충선의 야비한 표정, 기생집의 우두머리로 분한 문채원, 유약하고 서툰 헌종을 맡은 이원근 등이 신마다 기둥을 세운다.

그러나 화려함에 비해 내실은 아쉽다. 캐릭터가 전형성을 벗어났다고 할 수도 없으며 각자의 조합에서 뛰어난 시너지가 탄생했다고 보기에도 애매하다. 클리셰만으로 직조된 캐릭터는 물로 만든 구(球) 같다. 자연스럽지만 힘이 없다. 뾰족한 각을 세워 날카로운 '한 방'을 먹이는 인물의 부재다. 트집 잡을 구석도 없지만 '신의 한 수' 역시 보이지 않는다. 등장인물의 대부분이 그렇다. 그나마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이는 흥선 역의 지성이 이색을 더하지만 그 혼자 극을 흔들기에는 부족하다.

 

 

압도적이진 않지만 그럼에도 '명당'은 갖출 것은 다 갖췄다. 한 방의 임팩트는 부족하지만 연기 구멍도 없다. 풍수지리로 세상의 이치를 풀어낸다는 아이디어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흥선대원군의 젊은 시절을 모습을 조명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조선 팔도의 풍광은 시원하게 그려져 여행을 온 듯 눈이 즐겁다. 러닝 타임 2시간 6분, 12세 이상 관람가, 9월 19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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