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걸 무어라 정의할 수 있을까. 사실 그 감정은 너무도 넓고 깊어서 함부로 정의를 운운하기에 쉽지 않다. 그러나 굳이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팝가수 마이클 볼튼의 명곡 제목처럼 ‘Love is A Wonderful Thing(사랑은 위대한 것)’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도 이 곡의 제목처럼 사랑을 위대한 것이라 말하고 있다.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감독 발타자르 코루마쿠르)는 환상적인 섬 타히티에서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 여인 태미(쉐일린 우들리)와 남자 리처드(샘 클라플린)의 사연을 그린다. 함께 요트를 타고 6500km의 긴 항해를 시작한 두 사람은 남태평양 한가운데서 최악의 허리케인을 만나게 되고, 그 거친 바다에서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를 시작한다.

영화는 사실 로맨스 영화인지 재난영화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오프닝에서부터 폭풍에 위태로운 요트의 모습과 배 안에서 피를 흘리며 애타게 남자친구를 찾는 여인 태미의 외침을 보여준다. 가까스로 배 위에 올라와 주위를 둘러보지만, 파도치는 망망대해가 비극감을 심화한다.

 

짧은 오프닝이 지나고 영화는 타히티의 멋진 일상과, 그 속을 살아가는 청춘 태미의 여유를 밝힌다. 그리고 ‘뱃사람’ 리처드와 태미는 운명처럼 서로에게 끌리기 시작한다. 사실 “생선 좋아해요?” “저는 채식주의자라...”로 시작하는 둘의 사랑은 그리 멋진 로맨스의 시작은 아니다. 하지만 큰 상관은 없다. 영화는 이들의 사랑 과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밝히기보단, 사랑이라는 것이 우리네 현재에 무엇을 남기는지에 더 집중하니까 말이다.

자유롭게 세상을 부유하는 여자와 바다를 동경하는 남자의 만남은 자연스레 둘을 항해하게끔 만든다. 하지만 으레 모든 사랑이 그렇듯,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녹록치 않다. 영화는 이후 둘의 러브스토리를 과거 회상으로, 바다 위 생존 스토리를 현재로 둔 채 교차편집으로 진행된다.

 

스토리의 방점은 생존에 찍혀있다. 그렇기에 이 교차편집은 다소 뜬금없을 수 있다. 그러나 돌려 생각해보면 과거의 사랑으로 현재의 고난을 헤쳐 나가는 건 어색한 일은 아니다. 어렵사리 재회한 연인은 힘을 합쳐 조금씩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몸을 가누기 힘든 부상을 입게 된 리차드의 조언으로 태미가 돛대를 세우고, 방향을 가늠해 항해하는 방식이다.

여인 혼자 힘으로 이 모든 걸 해내는 건 쉬운 게 아니다. 영화는 그를 너무도 잘 묘사하고 있다. 삶마저 포기할 법한 극한상황에서 다소 뜬금없어 보였던 교차편집이 비로소 위력을 발휘한다. 이들이 생존의지를 불태우는 건 이 대목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과거의 기억, 즉 우리는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 때문이다. 사랑은 이러한 극한의 힘듦도 이겨낼 만큼 위대하다는 메시지가 관객을 따스하게 감싸 안는다.

 

물론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의 많은 설정들은 조금 인위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 극영화였다면 단순히 서사의 흥미를 배가하기 위한 억지스러운 장치로 보였던 것들이 실화’에서 비롯됐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은 왠지 모를 유다른 감동을 환기한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이 스크린에 펼쳐질 때 관객들의 가슴 속엔 보다 더 강렬한 감상이 남겨진다. 러닝타임 1시간37분. 12세 관람가. 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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