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서 울긋불긋 단풍을 연상케 하는 클래식 향연이 열린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9월7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오넬 브랑기에의 프로코피예프’ 공연을 마련한다. 1920년대 후반과 30년대 초반, 파리와 인연을 맺은 대담하고도 감각 적인 클래식 작품들을 최근 각광받는 두 음악가가 소개한다.

 

프랑스 지휘자 리오넬 브랑기에(왼쪽)와 피아니스트 문지영/사진=서울시향 제공

피아니스트 문지영(23)이 라벨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며 파리의 재즈로 관객을 이끌고, 세계 음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차세대 지휘자 리오넬 브랑기에(32)가 거슈윈의 '파리의 아메리카인'과 한국 초연하는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4번을 지휘하며 1920년대 파리로 청중을 초대한다.

1920년대 파리는 유럽과 미국의 위대한 예술가들이 모여든 도시였다. 당대의 음악가들 역시 파리와 인연을 맺으며 개성 넘치는 시대의 산물을 탄생시켰다. 소련으로 돌아갈 계획을 미룬 프로코피예프는 발레 ‘방탕한 아들’의 음악을 작곡했고, 이에 기초해 4번 교향곡을 탄생시켰다. 1930년에 작품번호 47을 달고 초연됐지만 혹독한 비판으로 17년 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이번에 연주될 작품번호 112는 1947년에 펴낸 개정판으로, 초판보다 구조적이고 관현악 색채가 뚜렷하다.

당대 최고의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는 경쾌한 채찍 소리로 시작을 알리며 감각적이고 화려하게 전개된다. 블루스풍의 재즈 요소가 엿보이는 1악장과 3악장은 경쾌하고 빠르게 진행되며 쇼팽의 ‘녹턴’을 연상케 하는 사색적인 분위기의 2악장은 이 곡의 백미로 꼽힌다.

피날레를 장식할 거슈윈의 ‘파리의 아메리카인’ 또한 파리와 깊은 연관이 있다. 미국에서 라벨을 사사하기 위해 파리로 건너온 조지 거슈윈은 파리에서 얻은 예술적 영감을 바탕으로 ‘랩소디 인 블루’와 함께 ‘파리의 아메리카인’을 탄생시켰다. 재즈를 기반으로 한 세련된 선율과 경쾌함이 돋보이며, 거슈윈의 천부적인 선율적 재능과 관현악 색채가 절정에 이른 곡으로 평가 받는다.

문지영은 2015년 부조니 국제 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해 화제를 모았다. 앞서 루빈스타인 국제 피아노 콩쿠르, 타카마츠 국제 피아노 콩쿠르, 제네바 국제 콩쿠르 등에서 우승을 연이어 거머쥐며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이번 무대에서 화려한 기교와 고도의 민첩함을 요하는 라벨 ‘피아노 협주곡’을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에너지로 소화할 예정이다.

프랑스 지휘자 리오넬 브랑기에는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서 수학했으며 19세에 브장송 지휘 콩쿠르에 우승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2007년 LA 필하모닉의 역사상 최연소 부지휘자로 발탁되었으며, 이후 스위스 명문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임명돼 세계 클래식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프랑스 음악의 투명한 음색과 인상주의 음악의 특징을 잘 잡아내온 그는 섬세함과 감각적인 해석으로 무대를 채울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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