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정 양 납치 살인사건의 비밀은 무엇일까.

1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10년 전 발생한 허은정 양 납치 살인사건의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지난 2008년 5월30일 새벽 4시10분경 대구 달성군의 어느 빨간 대문 집에 비극이 찾아왔다. 신원미상의 괴한이 침입해 할아버지 허씨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했고, 그 소리를 듣고 옆방에서 달려온 손녀 허은정양을 납치해 사라졌다.

그리고 13일 뒤 집에서 1.7km 떨어진 인근 야산 좁은 길 낭떠러지에서 심하게 부패한 시신으로 허양이 발견됐다. 당시 수사과장은 “사채는 이미 거의 다 부패가 돼있었다”고 전했다. 부패가 심해 사망시간 조차 알 수가 없었다.

족적, 지문, 유전자 등 범인에 대한 뚜렷한 과학적 증거도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유일하게 기대했던 것은 바로 범인을 목격한 할아버지 허씨의 기억이었다.

허 양의 사망 이후 가족에게 남은 상처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 하지만 사건 직후에는 금세 사건이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피해자였던 할아버지가 “은정이는 금방 돌아올 것”이라고 마치 범인을 잘 안다는 듯이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년 전 방송에서는 “모르는 사람이다. 아는 사람이면 때릴 수 있겠냐”고 진술한 할아버지의 진술이 녹화돼 있었다. 당시 담당의는 “뇌출혈은 있었지만, 인지능력은 문제가 없었다”며 “단순히 말을 감추고 싶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리고 사건 현장인 빨간 대문집에는 할아버지와 허양 외에 한 명이 더 살고 있었다. 옆방 이불 속에 숨어 있던 허양의 여동생이 유일한 생존자다. 그녀는 지난 10년간 언니 사건에 대한 작은 단서라도 찾기 위해 거의 모든 기억을 메모해 놓은 채 제작진을 찾았다.

이제 성인이 된 은정양의 동생 수정씨는 그날의 증언을 했다. 그는 당일 만화영화를 보고 잠이 들었지만, 강아지가 짖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고 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퍽퍽 소리가 나고 할아버지가 앓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 소리에 같이 깬 언니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 바깥으로 뛰어갔다.

또한 그녀의 증언에 따르면 언니가 “왜 이러세요”라고 하자 괴한이 “가만히 있어라” “까불지 마라”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에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집안에 침입한 사람이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당시 수사과장도 “납치가 목표였으면 집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납치했을 것”이라며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전문가들은 허 양의 살인엔 망치 등의 도구가 사용됐지만, 할아버지의 부상은 도구가 아닌 맨손으로 폭행을 당했다며 할아버지에 대한 살해 의도는 없어보였고, 폭행 장면을 허 양이 목격하며 목적에 없던 살인을 하게 됐을 가능성도 크게 봤다. 할아버지는 폭행 당시 괴한들이 돈을 노리고 침입했다는 식의 증언을 한 바 있다.

그리고 동생 수진 씨는 “동네에 가난한 집으로 소문이 나 돈을 노리고 들어온 건 아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을 사람들이 기억하는 은정양은 어땠을까. 사람들은 은정양을 대장부 같은 아이였다고 기억했다. 허양의 아버지조차 “왜 은정이가 저항하지 않았을까?”를 궁금해 했다. 또 마을 그 누구도 허양의 비명을 들은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가능성은 두 가지로 나뉜다. 허양이 직접 따라갔거나, 의식이 없는 허양을 들고 갔거나다.

또한 부검 결과 다량의 골절이 일어날 만큼 폭행을 당한 허양이지만, 발견된 티셔츠에는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에 허양이 직접 산까지 걸어갔고, 그리고 탈의된 상태에서 폭행을 당해 사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수사과장은 그 이유로 주변 사람이 범인이라고 단언했다. 마을 길을 잘 알고, 은정양 집과도 교류가 많은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는 마을 식당에서 거주하던 정씨를 의심했다. 그는 폭력 전과 1범으로, 마을 사람들은 욱하는 성질에 물건을 던지곤 했다고 전했다. 또 정씨의 거주지는 산에서 그리 멀지 않아 눈에 띄지 않고 돌아올 수도 있다.

또 허양의 아버지는 당시 생선 장사 일을 하던 최씨를 의심했다. 실제 할아버지가 의문스레 드문드문 던졌던 증언 중 “생선가게 일을 하다가 만난 사람”이라는 것과 목격자 진술 몽타주와 최씨의 이력과 생김새는 비슷했다. 경찰에서는 이 두 사람에 대해 거짓말 탐지기, 통신 내역, 차량 위치 수사를 했지만 특별히 범행현장에 접근하지 않았던 걸로 조사됐다. 

사건은 이렇게 묻히는가 싶지만, 경찰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경찰은 피해자의 신체에서 피해자의 것이 아닌 머리카락이 한 가닥이 나왔다. 검출된 유전자 형이 일치율은 낮지만, 범인 검거의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는 상태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