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시양하면 먼저 훈남 이미지가 떠오른다. 187cm, 모델 출신의 완벽한 피지컬과 반듯한 얼굴까지. 여심 스틸러에 최적화된 그가 이번에는 연쇄살인마로 돌아왔다. 유독 유순하고 순정적인 역할을 많이 했기 때문인지 곽시양의 살인마 연기는 사실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스크린에서 눈빛 하나로 관객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목격자’ 속 태호와 마주한 순간 지금껏 알고 있던 곽시양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날 수 있었다.
 

광복절 당일 상업영화 첫 주연작 ‘목격자’를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된 곽시양을 최근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배역때문에 13kg를 증량했다고 했지만 어느덧 정상체중(?)을 회복한 모습이었다.

“감독님께서 시나리오 넘겨주셨을 때 시나리오 굉장히 빨리 읽었어요. 지금까지 해온 짝사랑남, 예쁜 순정남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죠. 연쇄 살인마라는 역할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 싶어서 꼭 이 영화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어요”

곽시양의 의지가 있었지만 연출자가 그를 살인마 배역으로 보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 래퍼런스로 삼을만한 캐릭터를 연기한 적도 없었기에 궁금증이 생겼다.

“저도 왜 캐스팅 하셨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감독님이 저한테 두 가지 얼굴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왼쪽 얼굴은 순둥순둥 해보이는데, 오른쪽은 가만히 있으면 굉장히 날카로워 보인다고 하셨어요. 그런 양면성이 태호랑 어울린다고 하셨어요. 밖에 있을 때 평범해 보인다면, 살인마로 계획을 시행할 때는 날카로워 보여야 하지 않겠냐고 하셨어요”
 

하지만 전혀 접근해본 적 없는 캐릭터를 구축해 나가기란 쉽지 않았다. 여기에 ‘추격자’ 하정우, ‘악마를 보았다’ 최민식 등 기라성같은 선배들이 연쇄살인마를 성공적으로 그려낸 사례가 있어 부담감도 컸다.

“영화를 준비할 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살인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캐릭터와 제 사이의 공감대가 없기 때문에 좀 많이 얼어있었죠. 다른 영화 캐릭터들을 모방을 해야하나 싶기도 했고요. 감독님이 ‘우리 영화는 극현실주의니까 다른 영화에 나왔던 캐릭터를 모방하는 거 보다 가장 현실적인 살인마가 어떻겠느냐’고 하셨어요. 그러다보니 정남규라는 인물을 모티프로 삼게 됐죠”

래퍼런스로 삼을 만한 인물은 많지만 왜 하필 정남규였을까. 사실상 ‘목격자’에는 살인마 태호에 대한 전사나 많은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단지 그의 살인에 이렇다 할 목적이 없다는 정도를 느낄 수 있다. 또 무자비하고 대범하다.

“계획적이고 무자비한 정남규의 모습이 태호랑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정남규는 족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신발 밑창을 도려내기도 하고, 추격전에서 잡히지 않으려고 체력훈련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타겟을 설정하면 두달정도 맴돌면서 동선과 행동을 유심히 파악하고 그런 모습들이 태호와 많이 닮지 않았나요”
 

‘목격자’는 곽시양 연기인생에 말 그대로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멜로나 로맨스, 청춘물을 그려 왔던 이전의 필모그라피와 확연한 온도차가 있었다. 곽시양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저한테는 큰 도전이었어요. 도전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도 하고요. 미션에 성공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물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션이 많지만 그 중 하나를 클리어한 거 같은 느낌이에요. 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갈증도 있었어요. 관객이나 관계자들한테 ‘곽시양이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연기 많이 늘었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뿌듯할 거 같아요. 같은 아파트 주민분들이 보고 놀라면 좋을 거 같아요. (웃음)”

묵직한 역할을 내려놓고 곽시양은 최근 MBCevery1 ‘바다경찰’에 출연하게 됐다. 예전에도 예능 경험은 있었지만 몸을 쓰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제는 예능도 활발하게 하고 싶어요. 배우도 자기 PR을 해야하는 거 같다고 느끼고 있어요. 제가 TV매체에 오랫동안 안 보였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것도 있어요. 평소에 집돌이라서 밖에 잘 안나가요. 제가 살아있다고 느낄 때가 밖에 나가서 일할 때에요. 소통하고 이야기하고 이런게 즐거워요. 그럼 면에 있어서 예능이 많이 행복하고 즐거워요”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싱글리스트DB, 라운드테이블(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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