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진기주가 연기를 시작한지는 이제 고작 3년. 갈수록 어려지는 주연 배우들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결코 빠르다고 할 수 없지만, 연기 필모그라피를 살펴보면 ‘폭풍성장’한 셈이다. 부담도, 두려움도 컸던 이번 드라마에서 진기주는 채옥희 역을 맡았던 서정연과의 따뜻한 기억을 털어놨다.

“방송 일주일 정도 앞뒀을 때 같아요. 퇴근하려는데 서정연 선배님이 대뜸 ‘나는 걱정안한다. 너는 설득하는 힘이 있어서 믿는다’고 해주셨어요. 처음 제가 캐스팅 됐다는 소식 들었을 때 ‘걔가 하면 참 좋다’ 하셨대요. 서정연 선배님이 극중 옥희 말투로 그렇게 말해주시는데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더라고요. 그런 저를 보면서 선배님도 우시고….계속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나름 속 안에는 걱정이 있었거든요. 그걸 선배님이 건드려 주셨어요”
 

화제의 드라마 ‘미스티’ 종영 이후 진기주는 뜻하지 않게 화려한 전직(?)들이 밝혀져 이목이 집중됐다. 대기업 입사, 기자, 슈퍼모델 활동까지 바쁘게 살아온 20대가 한 눈에 보였다. 그러나 배우로서 이런 전사가 너무 집중받는 것 역시 부담될 법도 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제 이전 직업을 알고 계신 거 같아요. 저도 가끔 거기에도 놀라고요. 제가 살아온 세월 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니까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열심히 살아왔던 것들이라 후회하지는 않아요. 가끔 좀 쑥스러운 건 있어요. 그만 말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제 3자 입장으로 생각하면 궁금할 거 같긴 해요. 현장갔을 때 선배님들도 가끔 물어보세요. ‘식사하셨어요’ 말고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괜찮은 거 같기도 하네요(웃음)”
 

사실 평범한 이직은 아니다. 일반 직장인에게도 업계를 바꿔 이직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선택. 여기에 배우라는 희소성 있는 직업과 앞서 거쳐온 직장인들의 간극은 아주 컸다.

“회사 생활을 하고 조금씩 사회를 알아가다 보니까 연기자도 직업 중에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접근 가능성이 있는 직업 중에 하나라고요. 오디션이 결국 시험이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할 수 있겠구나 싶어지더라고요”

연기자를 조금 더 일찍 시작했으면 좋지 않겠냐고 하자 “엄마도 그런 말씀 하세요. ‘그렇게 좋으면 진작하지 그랬냐’ 하셨어요. 근데 저는 지금이 좋은 거 같아요. 다시 돌아가도 다른 거 하다 연기하겠다고 할 거 같아요. 값진 경험이였어요. 인생살면서 도움이 된다고 확신하기도 하고요”라고 털어놨다.

이런 그녀의 생각은 실제 드라마에서도 도움이 됐다. 전직 기자였던 진기주는 ‘미스티’를 준비하며 상대적으로 쉽게 직업적인 이해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리와 안아줘’의 길낙원 역시 배우지망생 시절 오디션을 보러 다니던 자신의 경험을 투영했다. 그러나 결국 진기주는 배우에 안착했다.

“그동안 직업을 바꿀 때마다 엄청난 고통을 겪었던 거 같아요. 그때 머리를 쥐어 뜯으면서 느꼈던 고민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해요. 성장통들이 있었으니까 지금 내가 조금 더 이겨낼 수 있구나 싶고요. 사실 제가 유리멘탈 이거든요. 그동안 이런저런 직업을 거치면서 혼자 겪었던 내공 덕분에 지금은 어느 정도 회복탄력성을 가진 인간이 된 거 같아요”
 

그럼에도 두통과 소화불량에 시달릴 정도로 ‘이리와 안아줘’의 짙은 감정 연기는 진기주를 힘들게 했다. 다음 작품은 밝은 걸 하고 싶겠다고 하자 그는 “힐링을 하고 나니까 잠시 그때의 괴로움을 잊어버리고 더 극한으로 가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밝은 것도 너무 하고 싶어요. 내내 웃느라 정신없겠죠?”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벌써부터 다른 작품을 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다”는 그녀. 걸어온 날들보다 걸어가야 할 배우로서의 날들이 남았기에 청사진을 물었다.

“다양했으면 좋겠어요. 말랑말랑해서 다양한 모습을 이끌어내줄 수 있는 연기자였으면 해요. 보는 분들이 즐겨주셨으면 좋겠고, 어떤 배역을 한다고 했을 때 궁금해서 보게끔 만드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사진=싱글리스트DB, 라운드테이블(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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