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서 이어집니다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감독 김용화)은 우리가 참으로 쉽게 잊고 사는 용서와 화해를 이야기한다. 천 년 전 사건으로 가슴 한켠에 늘 아픔을 지고 사는 저승차사 강림. 배우 하정우(40)는 특유의 유쾌함과 동시에 시큰한 페이소스를 연기해낸다. 다층적인 면모를 오가는 그의 얼굴은 이번에도 여전히 반짝반짝 빛난다.

 

하정우는 배우로서도 몇 년 째 톱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지만, ‘롤러코스터’ ‘허삼관’ 등 두 편의 작품을 연출한 감독으로서도 재능을 뽐내고 있다. 배우 겸 연출가로서 ‘신과함께’와 한국 영화계를 바라보는 자신의 독특한 시선을 드러냈다.

“최근에 ‘신과함께’의 기술력을 비롯해서 한국 영화, 크게는 영상들을 보면 많이 발전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넷플릭스에서도 한국 영상이 올라가면 해외에서 놀란다고 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 보고 깜짝 놀랐어요. 예술작품 같더라고요. 그만큼 한국의 연출력은 이미 세계에서 통할 정도가 됐다고 생각해요.”

또한 하정우는 한국에서 최초로 1, 2편을 함께 제작한 ‘신과함께’의 성공을 통해 앞으로 국내에서 다양한 작품들이 기획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물론 어떤 이야기를 선택하느냐가 중요하겠지만, 예를 들어 ‘장군의 아들’이 다시 1, 2편으로 제작되면 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미 ‘신과함께’가 동시 제작의 좋은 선례를 남겼으니까요. 앞으로 이 작품이 3, 4편이 나온다면 이젠 원작 웹툰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창작까지 더해지겠지요. 그럼 더 좋은 길을 제시할 거라고 봅니다. 어쩌면 10편까지도 나올 수 있어요. 저도 ‘스케줄만 맞는다면’ 계속 출연하고 싶네요.(웃음)”

 

하정우는 2015년 1월 ‘허삼관’ 개봉 이후 3년반 동안 연출을 쉬면서 배우로서 열일하고 있다. 그에게 다시 연출로 복귀할 생각은 없는지, 또 연출가로서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졌다.

“영화는 연출가의 얼굴을 따라간다고 생각해요. 저에게는 아마 ‘롤러코스터’(2013)가 가장 제 얼굴 같은 작품이지 않나 싶어요. 당시에 제가 어떤 걸 느끼고, 어떤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느냐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거죠. 지금 ‘허삼관’ 이후 4년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 다음 작품으로는 언론사 기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케이퍼 무비를 만들고 싶어요. 아마 확실치는 않지만 내후년 쯤에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지금 우선순위는 연출보단 연기니까요.”

하정우는 현재 배우로서 세 편의 영화 촬영을 예정해두고 있다. 연출 복귀를 바라는 팬들에겐 다소 아쉬운 일이지만, 배우로서 열일하는 그의 모습에 박수가 쏟아지고 있다.

“일단 미스터리 스릴러 호러 장르인 ‘클로젯’이 9월달에 크랭크인 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백두산 화산폭발을 막으러 가는 재난 영화 ‘백두산’, 또 베를린 올림픽 이후에 보스턴 마라톤 참가하려는 고(故) 손기정 선생님 이야기를 다룬 ‘보스턴 1947’까지 세 편이 예정돼 있어요.

작품 선택할 땐 늘 ‘재미’를 따지는 것 같아요. 그게 시나리오일 수도 있는데, 그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도 중요해요. 표현하는 사람의 그릇이 작다면,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쉬지 않고 열일하는 모습이 팬으로선 행복이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 생각할 땐, 행여 금방 지치지는 않을까 걱정이 든다. 이러한 걱정에 하정우는 웃으며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고 전했다.

“많이 하는 건 아니에요. 늘 이렇게 해왔는 걸요. 또 요즘엔 52시간 근무가 규정이잖아요. 최대 12시간을 넘기질 않아요. 게다가 주 5일 일하니까, 쉬는 날엔 그냥 푹 쉬는 걸요. 제 촬영이 없을 때는 2주 까지도 쉬어봤어요. 규칙적인 게으름을 피우고 있죠.(웃음) 팬 분들의 걱정은 알지만, 저는 괜찮아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