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측의 다스 소송 비용을 삼성이 대납했다는 관련자 진술이 공개됐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자수서가 공개됐다.

자수서에는 삼성 측이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대납해준 이유 경위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지난 2월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금까지 대납된 소송 비용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라는 검찰 주장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진술이다.
이학수 전 부회장의 자수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다스 소송을 맡았던 로펌 ‘에이킨 검프’ 김석한 변호사가 그를 찾아왔다.

만남 자리에서 김석한 변호사는 에이킨 검프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미국 내 소송과 법률 조력을 맡게 됐다며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아울러 청와대에서는 이 비용을 마련할 수 없고, 정부가 지급하는 것은 불법이니 삼성에서 대신 부담해주면 국가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골자의 발언을 했다.

더불어 이 같은 제안을 청와대에 했더니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백준 기획관 역시 수긍의 뜻을 내비쳤다고 말했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김석한이 제게 '청와대 법률이슈 대리 비용이라면서 '구체적으로 말할까요'라고 하기에 '나랏일인데 내가 구체적으로 알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고 자수서에 적었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자신의 기억에 김석한 변호사가 이후에도 몇차례 사무실에 들러 다스의 소송 비용 이야기를 했다. 결국 이를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했더니 ‘청와대 요청이면 그렇게 하라’고 답했고, 에이킨 검프가 삼성전자에 비용을 청구하면 이를 대신 지불하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돼 왔다고 밝혔다.

또한 삼성이 다스 소송 비용을 대납한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삼성에서 대통령 측 미국 내 법률 비용을 대신 지급하면 여러 가지로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기대를 한 게 사실”이라며 “삼성이 회장님 사면을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는 청와대에도 당연히 전달됐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국민적 의혹이 집중된 사건이라 저의 잘못을 솔직히 말씀드리고, 법적 책임을 감당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 조기 귀국했다”라며 “당시엔 회사와 회장님을 위한 거라 믿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잘못된 판단”이라고 사죄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이학수 전 부회장의 다스 소송 대납 의혹은 뇌물 혐의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백준의 초기 진술에 따르면 김석한 변호사가 제안한 것은 무료 소송으로, 이를 통해 삼성이나 현대 등의 다른 일거리를 밀어줄 것을 기대한 것”이라며 “무료변론이라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무죄”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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