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커뮤니티 이용자가 "나 24살인데 38살 아재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며 "현실적으로 욕 좀 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그러자 한 유저가 “너 주위 친구들 남친이랑 워터파크 가서 생맥주 마시며 놀 때 넌 계곡 끌려가서 한방 능이백숙 먹을 것”이라고 센스있게 받아쳐 화제가 된 바 있다. 일종의 밈이 되었던 이 능이백숙 논란(?)이 잊혀질 무렵. 유쾌하게 넘어갔던 해프닝과는 정반대의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방영을 앞둔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가 때 아닌 논란에 휩싸인 것. 

KBS 2TV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연출 신창석 / 극본 김사경/ 제작 지앤지프로덕션)는 오는 25일 저녁 7시 55분 첫 방송을 앞뒀다. 

자, 여기까지만 보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이 떠오르는 중년 신사와 가정 교사의 로맨스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갑작스레 화제로 떠올랐다. 어째서일까. 

그 까닭이란 별 것 없다. 주연 커플이 박단단(이세희)과 이영국(지현우) 탓이다. 기획의도를 읽어보면 그 이유는 뚜렷해진다. 95년생 박단단이 애가 셋 딸린 14살 연상 이영국과 사랑에 빠졌다는 점. 

그저 드라마인데. 아직 방영도 전인데 여성 이용자들의 수가 많은 소위 '여초 사이트'는 벌써부터 설왕설래가 오간다.

이들의 주장은 다양하다. "구시대적이다"는 의견은 양반이다. "저건 드라마인데 저 드라마 남자 주인공에 자기를 대입하는 중년 남자들이 나올까봐 겁이 난다"며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의견까지 나온다. 범죄를 조장하는 것도 아님에도. 대단한 일이다. 

그것도 모자라 "기획 의도가 뭐냐, 젊은 여자와 중년 남자를 엮는 드라마를 방영해 결혼율을 올리려는 것 아니냐"며 음모론을 설파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정작 이들의 논리는 이전 주말드라마 라인업만 보아도 논파가 가능하다. 당장 전작 '오케이 광자매'도 중장년층 여성들의 수요에 맞춰 만들어졌건만. 어차피 주요 타겟층은 연령대가 높은 주부들일텐데. TV를 자주 보지도 않는 20-30대들 반응이 중요할 리가. 그리고 일개 드라마 하나로 결혼을 결정할 것 같으면 결혼율이 그리 요지부동일 리가 없겠지.

또 '신사와 아가씨'를 옹호하는 쪽은 "창작자에게 재갈을 물리려 하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지는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불편충들 탓에 드라마를 마음 편히 볼 수가 없다"고 일갈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젊은 남자-중년 여자 로맨스는 잘만 봐놓고 성별 바꾸니 난리가 난다"며 꼬집었다. 당장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심수련(이지아)와 로건리(박은혁)의 로맨스에는 호의적인 반응이었건만. 더구나 애 있는 중년 남자와 어린 미혼 여성의 결합은 유구한 판타지인데. 

욕을 하든, 칭찬을 하든. 뚜껑을 열어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을텐데. 허구의 이야기에 과몰입이 심하기도 참 심하다. 범죄 조장도 아니고. 열 올릴 구석 찾느라 다들 바쁜걸 보니 코로나19가 민심을 팍팍하게 만들긴 했나보다.

사진=KBS 2TV, SBS,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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