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형은 최근 드라마 '마인' 정서현 역을 통해 또 다른 카리스마를 발산하고 있다. 앞서 드라마 'SKY캐슬' '아무도 모른다', 영화 '악녀' 등을 통해 흔히 말하는 '걸크러시' 매력을 선보여왔다. '늘 똑같은 연기만 하는게 아니냐'는 비판을 걱정할 수도 있는 흐름이다. 김서형 역시 이 지점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았다.
"빨리 숙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한테 센 캐릭터를 주시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연달아 하고 싶어서 한건 아니에요. 저도 연기가 너무 좋지만 솔직한 말로 생계 유지도 해야하고. 연기는 멈춰서는 안되니까 배우는 뭐든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한계있는 배우처럼 이런 역할만 할까봐 고민도 했고 힘들어하기도 했어요. 작품을 선택하고 연기 하다보면 아쉽고 흔들릴 때도 많아요. 하지만 그걸 딛고 일어서야 하는 것도 제 몫이죠. '센 캐릭터를 해도 다채롭게 하더라' '독보적이더라' 라는 소리를 듣도록 해야할 것 같아요. 근데 이렇게 생각해도 또 무너지고 힘들어지긴 해요. 그게 숙명이고 운명이라면 또 그렇게 해야하지 않나 싶기도 해요"
김서형을 대표하는 또 다른 이미지는 숏컷 헤어스타일. 이 역시 흔히 말하는 '걸크러시' 연기를 위한 것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타의에 의해 유지되는 경향도 없지 않다고 전했다. 어느덧 트레이드마크가 된 모습을 원하는 작품이 많다는 것이다.
"숏컷에서 피드백이 너무 좋아서 그런지 작품 만날 때마다 그런 이미지 컷들을 많이 가져와주세요. 물론 제가 상대와 머리스타일이 비슷하면 자르게 되는 것도 있고요. 밸런스를 맞추려고요. 서로 돋보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이번 영화에선 단발 웨이브도 해보고 나름의 변화도 줬죠. 다른 작품에서 또 다른 스타일이 필요하다면 변화를 줄 수 있겠죠"
하지만 김서형의 본 모습은 작품 속 강인한 모습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보였다. JTBC '아는형님'을 비롯해 예능에 출연할 때면 망가짐도 두려워 않고 친근한 반전매력을 뽐내기도 했다. 김서형 역시 "망가짐에 거리낌은 없다. 대신 작품에서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망가짐까지는 아니지만 그의 새로운 연기 욕심을 어느정도 해소시켜준 것이 '마인'이다. 첫사랑 최수지(김정화)와 사랑의 감정을 나누고, 동서지간인 서희수(이보영)와 '워맨스' 케미를 선보이고 있다.
"멜로를 예전에도 해보긴 했는데 이렇게 직접적인 멜로를 해본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연기에 관해 숨구멍이 트였죠. 그걸 잘 표현했다고 좋게 봐주시니 너무 감사해요. 여자끼리 붙을때 호흡이 좋다고들 하세요. 멜로에 대한 목마름이 있는데 조금이나마 풀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요. 또 다른 멜로 작품이 들어올 수도 있겠다 기대하고 있어요.(웃음)"
1994년 KBS 1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꾸준히 연기활동을 이어온 지 어느덧 20년이 훌쩍 넘었다. 그가 오랜시간 연기하며 사랑받아온 이유는 연기에 대한 진심, 믿어준 제작진에 대한 책임감이었다. 자신이 배우가 된걸 '운명'이라고 말한 그는 평생동안 '믿보배'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밝혔다.
"전 항상 돈을 얼마를 받는지, 흥행에 성공하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열심히 했어요. 저한테 첫 시청자는 현장에 계신분들이에요. 그분들에게 제일 먼저 선보여야하는 것에서는 늘 100점이고 싶어요. 믿어주신 분들에 대한 책임감이죠"
"다만 캐릭터의 한계를 열어내는건 숙제죠. 20년 넘게 연기한 버릇이나 습관도 있을 거예요. 연기가 비슷해보이면 어쩌나 하는 고민도 많이 생겨요. 그런걸 들키고 싶지 않아서 더 연구해요. 그러면서 제 개인적으로는 'SKY캐슬'을 잊고 깨고 싶어하는 호기심도 있어요. 그리고 꼭 깨야만 제 앞일에 한계점이 없을 것 같아요"
사진=kth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