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도중 쓰러졌던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다행히 의식을 되찾고 회복 중이다. 토트넘 동료였던 손흥민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그를 향한 응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긴박했던 상황 속 중계와 UEFA의 경기 진행 결정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3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덴마크 코펜하겐의 파르켄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20 덴마크와 핀란드의 조별리그 B조 1차전이 펼쳐졌다.

0-0으로 맞선 전반 42분경, 에릭센은 스로인 볼을 받으러 달려가던 중 그대로 의식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져 쓰러졌다. 아무런 신체 접촉도, 전조 증상도 없었다. 주변 선수들이 발견하고 재빨리 의료진을 불렀으며 덴마크의 주장 시몬 키예르는 에릭센의 혀가 말려들지 않게 기도를 확보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하지만 당시 에릭센의 상태는 좋지 못했다. 14일(한국시간) 덴마크 대표팀 팀닥터는 BBC와 CNN 등 외신과 인터뷰에서  "에릭센은 사망 상태였다. 심정지가 왔고, 우리는 심장소생술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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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예르를 비롯한 덴마크 선수들은 에릭센의 사고 모습이 보여지지 않게끔 빙 둘러 펜스를 쳤다. 핀란드 선수들과 관중들도 한 마음으로 그의 의식회복을 기원했다. 다행히 에릭센은 경기장에서 의식을 회복했고 이후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현재는 동료들에게 안부 메시지를 보낼만큼 상태가 호전됐다. 단 명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선수생활을 이어갈지 여부도 아직은 두고봐야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중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는 물론 국내 중계권을 가진 티빙에서도 이 모습이 그대로 방송됐다. 에릭센의 쓰러질 당시 표정과 심폐소생술을 하는 모습, 에릭센 아내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까지 충격적인 장면들이 이어졌다. 팬들과 선수들로부터 비판이 쏟아지자 BBC는 결국 공식사과문을 내놨다. 

UEFA의 경기 진행 결정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UEFA를 비롯한 양 팀 관계자들은 에릭센의 상태를 확인 후 경기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경기는 후반 15분 터진 요엘 포흐얀팔로의 결승골로 핀란드가 1-0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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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가 죽다 살아났는데 선수들이 제대로 뛰길 기대한다는건 매정한 처사다. 실제로 에릭센이 쓰러진 뒤 덴마크 선수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심리적 충격이 큰 상태였다. 아무리 의식을 되찾았다고 한들 정상적인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경기 후 덴마크의 카스퍼 휼만트 감독과 골키퍼 슈마이켈도 UEFA의 결정이 이해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휼만트 감독은 "우린 경기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 선수들은 각자 다른 충격과 트라우마를 입었다"고 말했고 슈마이켈은 "UEFA의 결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조금은 동정심을 보여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축구는 선수가 있고 팬이 있기에 존재한다. 대회 완성도와 수입이 중요하다고 한들 선수 생명보다 우선될 순 없다.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중계사와 UEFA의 이번 결정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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