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20 전투 비행단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충격을 안겼다.

31일 MBC '뉴스데스크'는 공군 20 전투 비행단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과 이후 조직적인 은폐 및 피해자를 상대로 한 따돌림, 그리고 끝내 피해자가 세상을 등지는 장면을 직접 동영상으로 남기고 삶을 정리한 사건을 집중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공군 20전투비행단 이 모 중사는 회식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이 부대에는 음주와 회식 금지령이 내려졌던 상황에서 불려나간 자리는 상사 지인의 개업 축하자리였다.

이어 술자리가 끝나 돌아오는 길, 이 중사는 차 뒷자리에서 장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앞자리에선 후임 부사관이 운전중이었다. 故 이 중사 어머니는 "그냥 만지는 게 아니라 중요 부위도 만지고, 가슴도 만지고, 혀까지 들어오는 그런 행동들을 계속 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성추행 피해를 입은 이 중사는 차문을 박차고 내려 곧바로 상관에게 신고했지만, 가해자는 숙소까지 따라와 신고를 할테면 해보라고 비웃었다고. 뿐만아니라 회식을 주도했던 상사 역시 "없던 일로 해주면 안되겠냐"며 합의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리 조치도 즉각 이뤄지지 않았다. 가해자는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했고, 가해자의 아버지까지 나서 명예로운 전역을 하게 해달라고 압박했다. 그 결과 이 중사는 '불안장애', '불면증' 등으로 "3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결국 전출을 요청해 15전투비행단으로 옮겼다.

하지만 압박은 더 커졌다고. 故 이 중사의 고모는 "피해자가 아니라 '관심 병사가 여기 왔으니까 우리가 얘를 잘 관리해서 꼼짝 못 하게 만들어야 돼', '너네 부대에서는 그렇게 배웠는지 모르지만 여기서는 FM대로 해'라고 하면서 눈물 쏙 빠지게 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 중사는 부대를 옮긴지 나흘 만인 지난 21일, 남자 구와의 혼인신고를 마친 후 휴대폰 녹화 버튼을 누른 상태로 극단 적인 선택을 하는 모습을 전부 녹화했다. 또한 휴대폰에는 '나의 몸이 더렵혀졌다', '모두 가해자 때문이다' 등의 메모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장례를 미룬 유족들은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故 이 중사 아버지는 "'나 이렇게 괴로운 상태에서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 내가 억울하게 죽었다'는 것을 엄마 아버지한테 보내주는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