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고(故) 손정민(22)씨와 사건 당시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 A씨 측이 오늘(17일) 장문의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A씨 측이 입장을 밝힌 것은 손씨 실종 이후 약 3주만에 처음이다.

A씨의 법률대리인인 정병원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에서 그동안 항간에 떠돌런 여러 가지 의혹제기에 대해 무려 16가지에 걸쳐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A씨 가족 또는 친척 중 수사에 영향을 미칠 만한 수사기관, 법조계, 언론계, 정·재계 등에 속한 소위 유력 인사는 일절 존재하지 않으며 어머니도 결혼 후 지금까지 줄곧 전업주부임을 밝혔다.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A의 어머니가 변호사라는 말들이 나돌았다.

이외 A씨가 고인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귀가한 것, 사건 다음날 운동화를 버린 것, 당일 새벽 3시37분 A씨의 전화를 받고서 곧장 손씨의 부모에게 연락하지 않은 이유 등을 해명했다.

그동안 입장문을 발표하지 않았던 이유는 ①과음한 아들의 행위에 대해 부모로서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부끄러웠다 ②함께 술 마신 친구를 끝까지 챙기지 못한 아들에 대한 변명조차 하기 힘들었다 ③제기되는 의혹이 억울하다고 해명하는 것은 유족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 여겼다 ④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의 슬픔을 위로해야 할 때 ⑤ 최대한 경찰수사에 협조하는 것이 최선 ⑥A씨가 만취로 인한 블랙아웃으로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별로 없어 구체적인 답변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변호사는 "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A씨와 A씨 가족들을 판단하셔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도를 넘는 억측과 명예훼손은 삼가시고, A씨와 가족들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같은날 손정민씨 모친은 월간조선과 인터뷰에서 “A씨가 미리 전화해서 알려줬더라면 정민이가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가장 놀라고 이해할 수 없는 게 바로 아이한테 무슨 일이 생겼는데 A씨 어머니와 늦은 밤이라고 전화 못할 사이가 아니다”라며 “오전 3시30분 무렵 ’정민이가 깨어나질 않는다‘는 A씨 전화를 받았으면 (A씨 어머니가) 저에게 전화를 백번은 하고도 남을 사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사건 당일 A씨는 새벽 4시30분께 홀로 집으로 귀가했고, A씨의 모친은 오후 5시 이후 손정민씨 어머니에게 “정민이가 사라진거 같으니 찾아보라”는 전화를 했다. A씨는 5시20분께 부모와 함께 다시 한강공원에 도착해 고인을 찾아보다가 1시간쯤 뒤 집으로 돌아갔다.

손정민씨 모친은 “(정민이가) 실종된 후 그 부부가 우리와 만났을 때는 오전 3시37분에 A씨가 부모님께 전화했다는 얘기를 숨겼다”며 “그때 연락만 해줬어도 정민이가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끝으로 “A씨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해도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주검으로 돌아온 아이를 부검까지 해야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A씨 측이 자신들을 마치 ’범죄패밀리‘라도 되는 것마냥 매도하는 온갖 억측과 오해에 입장을 밝히는 것은 당연하다. 인격살인에 가까운 정보의 유통, 신상털이는 분명 근절돼야 한다. 다만 A씨가 온전한 기억을 찾지 못했더라도 아는 만큼이라도 입장을 밝히고, 경찰이 한점 의혹 없이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했더라면 입에 올리기도 험악한 가짜뉴스와 추측성 정보의 범람, 전국민의 ’방구석 탐정‘화 상황으로까진 치닫지 않았을 듯하다.

가장 아이러니한 장면은 친구의 관계는 삶과 죽음으로 단절됐고, 자식을 매개로 친구처럼 가까웠던 어머니 사이도 한강 다리를 건넌 모양새다. 친구의 부모, 내 아들의 부모는 어떤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돼줄 수 있는 관계다. 오해와 불신을 움트게 한 ’침묵의 거리두기'→공식 입장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손을 맞잡은 채 기억의 조각을 수집하고, 상실의 상처를 위로했다면 이런 지경까진 오지 않았을 거란 아쉬움이 추적추적 내린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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