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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의사 관두고 픽사로...김재형 애니메이터가 말하는 '소울'의 불꽃

기사승인 2021.01.23  11: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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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는 지난 25년 동안 디즈니와 함께 전세계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20일 개봉한 ‘소울’ 역시 ‘토이 스토리’ 시리즈, ‘코코’ ‘인사이드 아웃’ ‘업’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를 전한다. 이 영화에 참여한 김재형 픽사 애니메이터가 ‘소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해줬다.

‘소울’은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저마다의 성격을 갖춘 영혼이 지구에서 태어나게 된다는 픽사의 재미있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소울’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된 조(제이미 폭스)와 지구에 가고 싶지 않은 영혼 ‘22’(티나 페이)가 함께 떠나는 특별한 모험을 그린 영화다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됐지만 애니메이터의 길을 선택해 2003년 미국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에서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2006년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인턴으로 근무, 이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등을 거쳐 2008년 픽사에 입사한 후 ‘라따뚜이’ ‘업’ ‘토이스토리3’ ‘인사이드 아웃’ ‘코코’ ‘토이스토리4’ ‘온워드’ 등의 캐릭터 개발에 참여했다.

그는 ‘소울’에서 어떤 캐릭터에 집중하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다양한 업무를 담당했다. 김 애니메이터는 “조나 영혼 22 같은 메인 캐릭터들은 미리 작업을 시작한 분들이 개발을 했어요. 제가 처음 작업했던 장면은 오디션장에서 조가 피아노를 치는 것이었죠”라며 그 당시를 회상했다.

‘소울’은 이번에 새로운 시도를 했다. 바로 디즈니, 픽사 영화 최초로 아프리칸 아메리칸 캐릭터(조)를 만든 것이다. “그래서 캐릭터 디자인을 할 때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인종 차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희화화하지 않으려고 애썼죠. 제작 초기부터 아프리칸 아메리칸 캐릭터를 등장시키려고 해서 컨설팅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어떻게 하면 진정성을 가지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잘 받아들이실 수 있을지 고민했죠.”

영화는 비주얼, 음악, 메시지까지 완벽한 3박자를 이룬다. 특히 비주얼은 이전 영화들보다 한 단계 진화한 느낌을 준다. 코로나19 여파로 애니메이터들이 재택근무를 한 결과물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김 애니메이터는 “그동안 집에서 대규모 작업을 한 적이 없어 초반엔 힘들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적응도 하면서 적절한 수준에 맞게 잘 작업했어요”라고 밝혔다.

‘태어나기 전 세상’에 대해선 “제가 직접 작업한 부분은 일부였어요. ‘인사이드 아웃’의 내면 세계, ‘코코’의 사후세계와 비슷할 수 있지만 완전히 다른 콘셉트로 작업을 시작했죠. 태어나기 전 세상은 밝고 상상력으로 가득한 것들로 만들어졌어요. 큰 극장에서 보면 좋은 디테일들로 가득하죠. 어두운 사후세계와 대조도 잘 이어지게 하려고 했죠. 하지만 사후세계에 있는 영혼들은 불행하지 않아요. 생을 잘 마칠 수 있는 느낌을 주도록 비주얼에 신경을 썼어요”라고 말했다.

캐릭터들도 눈에 띈다. 조는 현실과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의 모습이 다르고 그 세상 속 캐릭터들도 이전에 본 적 없는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피트 닥터 감독님의 영감을 통해 캐릭터 디자이너분들이 잘 만들어줬죠. 제리, 테리, 일반 소울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다 달라요. 특히 이들의 선이 반짝거리는 건 땅에서 에너지를 받아 구체적인 형태가 없어 보이려는 의도였죠.”

의사에서 애니메이션계로 뛰어든 김 애니메이터는 ‘소울’ 병원 신에 자신의 경험을 집어넣기도 했다. 영화에서 영혼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는, 일명 ‘불꽃’을 얻어 지구로 갈 기회를 얻는다. 김 애니메이터의 ‘불꽃’은 지금 이 일을 하는 것이었다. “병원에서 일을 하면서 직업에 대한 고민을 했어요. 결과가 나와도 행복하지 않고 일 자체도 정말 힘들었죠.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았고 어렸을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진로를 바꾸게 됐죠. 영화에서 병원 신이 나오는데 제가 의사 생활을 하며 경험했던 걸 조언해 만들기도 했어요. 아! 그리고 한국어 대사가 ‘소울’에 나오잖아요? 스토리부서에서 일하는 교포분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 그분의 목소리로 녹음했다고 알고 있어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소울’에 참여한 한국 출생 애니메이터는 2명”이라는 그는 “그 외 교포분들, 다른 부서까지 다 합쳐서 스무 명 정도된 것 같아요”라고 ‘소울’ 작업을 한 한국인을 소개했다. 김 애니메이터는 “한국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이득을 보거나 차별을 받는 건 없어요. 그 안에서 다 똑같이 일하는 사람인 거죠. 인종, 국적 상관없이 모두가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어요”라며 디즈니, 픽사 조직을 설명하기도 했다.

‘소울’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오피셜 셀렉션에 선정됐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칸에서 상영되지 못했고 심지어 개봉 연기까지 됐다. 미국에서는 디즈니플러스로 직행했다. 해가 바뀌고 1월에 한국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김 애니메이터는 “저희가 큰 스크린에서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는 걸 기준으로 작품을 만드는데 미국에서는 코로나 여파가 심해 제대로 상영되지 못했어요. 한국에서는 상영이 가능하지만 최대한 안전하게 즐기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바람을 전했다.

김 애니메이터는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로 유력한 ‘소울’ 결과물에 만족해 할까? “작업한 사람 입장에서 영화를 보는 건 굉장히 고통스러워요. 항상 부족한 부분만 보이죠. 절대로 일반 관객 입장이 될 수 없어요. 하지만 이 영화의 결과물을 보고 정말 놀라웠어요. 저는 맡은 것만 했지 일할 때 전체를 보진 못했거든요. 완성품을 보니 ‘태어나기 전 세상’ 등 모든 게 조화로웠어요. 이 작품에 어느 정도 일조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뿌듯하답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박경희 기자 gerrard@slist.kr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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