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멤버들이 프로축구 K리그에 모였다. 홍명보, 이영표, 박지성, 이운재는 각각 감독, 대표, 클럽 어드바이저, 코치로 나서 각자의 팀을 이끌 예정이다. 월드컵의 영광을 함께한 이들이 코로나19 여파로 가라앉은 국내 축구 열기를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게 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사진=연합뉴스

K리그엔 이미 월드컵 4강 신화 주역들이 존재한다. 설기현은 경남FC 감독, 김남일은 성남FC 감독, 송종국과 현영민, 김병지, 이천수 등은 예능 출연, 해설위원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황선홍, 최용수 등도 감독직을 맡았었다. 여기에 홍명보, 이영표, 박지성은 처음으로 선수가 아닌 다른 직책으로 K리그에 오게 됐다.  

홍명보는 올시즌부터 울산 현대 지휘봉을 잡게 됐다. 울산은 지난 두 시즌 연속 전북 현대에게 우승을 내주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달성하며 김도훈 감독은 유종의 미를 맞이했다. 김 감독의 뒤를 이어 홍 감독이 울산 사령탑에 올라 ‘타도 전북’을 외치고 있다.

홍 감독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동메달)을 획득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쓴 맛을 봤다. 이후 그는 대한축구협회(KFA) 전무이사직을 맡았다. 그에게 K리그 감독이란 직책은 낯설지만 과거 영광이 있었던 만큼 그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홍 감독은 2월 1일 카타르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서 울산 감독 데뷔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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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는 은퇴 후 해설위원, 예능 출연 등 다방면으로 활약했다. 그는 올시즌부터 강원FC 대표이사직을 맡게 됐다. 강원도 홍천 출신인 이 대표이사의 지휘 아래 강원은 수비수 윤석영과 임창우, 공격형 미드필더 마사, 공격수 유망주 김대원, 우즈베키스탄 대표 출신 수비수 아슐마토프를 영입하며 이적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취임 기자회견 당시 “강원을 명문 구단으로 만들겠다”며 “지금까지 축구를 하면서 배우고 느끼고 경험했던 모든 것들을 바탕으로 강원도민분들이 기대하는 대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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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박지성까지 K리그에 가세했다. 박지성은 한국인 최초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입성,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결승전 출전 등 수많은 기록을 낳았다.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에인트호벤 등에서 맹활약하며 한국 축구 레전드로 우뚝 섰다. 그런 그가 2014년 은퇴 후 2016~2017년 영국 레스터의 드몽포르 대학교에서 FIFA 마스터코스 과정을 밟으며 행정가 변신을 예고했다. 2017년엔 KFA 유소년 축구를 총괄하는 유스전략본부장을 맡아 첫 행정 업무에 뛰어들었다.

박지성이 K리그에 온 건 축구 인생 처음이다. 그는 명지대에서 K리그가 아닌 바로 해외로 떠났다. K리그 경험이 없다는 게 박지성의 약점이 될 수 있지만 풍부한 선진 축구 경험은 그 누구보다 많다. 전북 현대는 프로와 유소년 선수 선발과 육성 및 스카우트, 훈련 시스템 제시 등에 대한 클럽 어드바이저로 박지성을 영입하며 K리그를 넘어 아시아 최고 클럽의 자리를 꿰차기 위해 나선다.

박지성과 함께 2002 월드컵 수문장이었던 이운재가 전북 골키퍼 코치로 합류해 기대를 높인다. ‘화공’ 축구를 선언한 김상식 감독, 김두현 수석코치와 함께 이운재가 전북의 골문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려고 한다. 올해 K리그는 그라운드가 아닌 다른 곳에서 펼쳐지는 2002 월드컵 4강 신화 주역들의 행보에도 주목하게 만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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