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에도 무수히 많은 신인들이 매체로 쏟아져 나온다. 캐릭터에 힘입어 탄생하는 반짝 스타도 있지만, 그 한계는 금방 바닥을 드러낸다. 이에 반해 차곡차곡 자기 것을 쌓아올린 배우들은 언제고 흐름만 타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김대건은 후자에 속하는 배우였다.

이준기, 하지원, 공효진, 박보검, 박신혜, 박소담 등 숱한 스타들이 거쳐간 KBS2TV ‘드라마스페셜’이 10주년을 맞이해 지난해 독창적인 스토리를 담은 단막극 열 편을 선보였다. 이 중에서도 ‘나의 가해자에게’는 기간제 교사가 과거 자신을 괴롭힌 가해자와 마주치게 되는 스토리로 안방극장에 묵직한 울림을 선사했다. 그리고 이 중심에 신인배우 김대건이 있었다.

“유독 부담이 많이 됐었어요. 제가 워낙 신인이다 보니까 신인인 저를 바라보는 긴장감까지 느껴지더라고요. 준비 과정에서 감독님이 ‘신인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게 아니고, 신인이니까 한계가 없는 거 아닐까요’라고 하시더라고요. 믿음을 많이 주신 거 같아요. 사실 캐스팅 해주신 거 자체가 가장 큰 믿음인 거 같아요”

‘나의 가해자에게’는 ‘드라마스페셜2020’이 선보인 열 개의 단막극 중에서도 유일하게 신예들로만 꾸려진 작품이었다. 그만큼 날것의 느낌이 살아있었고, 신인들이 가지고 있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극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단순 지표인 시청률을 떠나 관계자들의 호평도 이어진 이유였다.

“시청하신 분들이 다 좋게 봐주셨어요. 가장 측근들은 ‘너무 힘들다, 너무 힘들어서 울다가 인상쓰면 봤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연기 잘했다는 칭찬보다 작품이 좋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너무 좋았어요. 현장에서 상황 속에 있는 것 만으로도 전달되는 게 많았어요”

학교 폭력이라는 사회적인 메세지를 전하고 있는 것 같지만, ‘나의 가해자에게’는 지극히 개인적인 목소리를 담고 있기도 했다. 극중 화자이자 피해자인 송진우를 김대건은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했을까.

“나로부터 시작해서 누군가에게로 끝나는 역할이 아니고, 외부의 자극들로 시작해서 송진우가 선택을 내려야 하는 역할이어서 그 상황이 어떨지 예상하고 현장에 가는게 아니였어요. 그래서 현장감을 빨리 직면하려고 했던 거 같아요. 그래야 조금 더 송진우가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형화 된 송진우가 아니라 좀 더 풍성해 보이는 감정이 이어지는 속에서 생동감이 느껴지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김대건은 지난 가을부터 겨울 사이 또 다른 KAFA 장편 영화 ‘파로호’를 촬영했다. 꾸준히 일을 해나가는 동력도 그랬지만, 어디서 이런 폭발적인 연기력이 나올까 궁금할 정도로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김대건. 본인 역시 “남들 앞에서 발표를 하면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부끄러움이 많았어요”라고 전했다.

“연기를 하면서 많이 바뀌었어요. 제가 어릴때 비보잉을 했었는데 고등학교 3학년때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를 했어요. 연출가 분이 연기를 하라고 하는거에요. 표정을 짓고있는데 무슨 느낌인지도 모르겠고, 그때부터 호기심이 생겨서 ‘해보자’ 싶어서 연기과 입시를 하게 됐어요. 사실 운동 선수 역할을 되게 해보고 싶어요. 초등학교때 6년 동안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도 했었거든요. 운동을 하는 영화? 전문성을 띄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내성적이어서 그런지 몸쓰는데 해소한다는 걸 좀 많이 느꼈던 거 같아요”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싱글리스트(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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