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싱어3’ 출신 감성테너 장주훈(30)이 세밑을 ‘감성적’으로 터치한다.

사진=유니버설뮤직 제공

지난 30일 슈만의 ‘시인의 사랑’으로 유니버셜뮤직을 통해 데뷔앨범을 발매한데 이어 연말 리사이틀을 오는 11일 부산 가람아트홀, 12일 대전 아트브릿지, 18~19일 서울 구로아트밸리에서 개최한다.

음반은 장주훈의 탄탄하고 섬세한 목소리와 오스트리아 유학생 피아니스트 유건우의 감성 짙은 선율이 조화를 이뤄 귓전을 두드린다. 독일 낭만주의 대표 작곡가, 더욱이 피아니스트 클라라와의 오랜 사랑이 결실을 맺은 30세에 작곡한 가곡집을 프로무대 첫 걸음의 동반자로 초대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사랑의 정열과 비련의 슬픔을 노래한 전체 16곡을 담았어요. 제 정체성이 성악가인 점에 좀더 집중했죠. 슈만의 대표 가곡이 거의 포함된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첫 앨범으로 내는데 두려운 마음이 있었어요. 좀 더 연륜이 있을 때 내면 좋지 않을까 고민했고요. 하지만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곡들이라 의미있다고 여겼어요. 더욱이 요즘과 같이 답답한 일상에 훈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고요. 3개 도시 공연은 클래식 독창회 형식인 게 특징인 듯해요.”

유명한 해외 오페라 아리아, 절로 공감이 이뤄지는 한국 가곡 등 성악곡들이 많지만 장주훈은 유독 독일 가곡(리트)에 ‘심쿵’ 한다.

“독일 가곡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 장르예요. 독일 가곡은 시에 굉장히 많이 집중해요. 초창기 악보를 보면 시인의 이름이 더 크게 부각돼 있을 정도죠. 멜로디와 시가 합쳐져서 하나의 예술이 되는 것에 매력을 느꼈어요. 독일문학을 공부하면서 그런 매력을 더욱 절감하게 됐어요. ‘시인의 사랑’도 하이네의 ‘노래의 책’ 가운데 ‘서정적 간주곡’ 부분에 음악을 붙였죠. 독일 시만의 감수성이 있는데 슈만이 너무 잘 풀어서 음악으로 융화시켜 놨어요.”

지난 2013년 서울대 음대 졸업후 진학한 대학원은 3년 전 수료했고, 논문 학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다. 명문 메네스 음대에서 석사과정을 밟다가 ‘팬텀싱어3’ 출연차 휴학한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팬텀싱어’ 시즌 1~2 때도 제작진으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았는데 주변의 만류가 심했어요. ‘클래식 하는 사람이 ‘팬텀싱어’에 나가거나 크로스오버 노래를 부를 경우 더이상 클래식은 못한다‘란 인식이 팽배했던 거 같아요. 고심 끝에 고사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나니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 ‘팬텀싱어’ 장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음을 깨달았어요. 완성도 있는 음악을 좋은 동료들이랑 만들어나가는 것에 대한 의미를 알게 됐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거라든가 느낌 좋은 음악에 치중하는 게 소중하다고 판단했어요. 장르를 나누는 건 무의미한 듯해요.”

그에 따르면 ‘크로스오버’란 장르는 없다. 자신의 목소리로 클래식 시대 때 노래를 하면 클래식이 되는 거고, 대중이 듣고 감동받는다면 특히 편안하고 좋은 음악이라면 그게 진정한 음악이지 않나 여긴다.

“클래식 성악가이든 대중가수이든 관객이 없다면 학문에 머무를 거예요. 음학이 아닌 음악을 하는 건데 청자들이 많이 듣고 사랑해주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듯해요. ‘팬텀싱어3’에서 일찍 떨어졌지만 출연한 게 정말 잘한 결정이라 여겨요. 음악가로서 시야가 많이 넓어지는 계기가 됐죠.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 굉장히 감사해요.”

‘팬텀싱어3’ 예선 때 독일 레하르 오페라 ‘미소의 나라’의 아리아 ‘그대는 나의 모든 것’을 불렀다. 심사위원단의 평이 너무 좋았으나 통편집되는 불운을 겪었다. 진가는 1:1 라이벌 장르 미션에서 드러났다.

소리꾼 정승준과 이중창으로 부른 가곡 ‘연’은 시즌3 역대급 무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2007년 화천비목콩쿠르 창작가곡 부문 1위 수상곡이다. 소리꾼과 성악가의 경계가 희미해진 가운데 빚어진 애절함과 여운은 두고두고 회자되며 ‘크로스오버’의 표본 같은 무대로 평가받았다. 특히 장주훈은 레가토와 프레이즈 연결을 매끄럽게 처리해 듣기 편한 창법의 정수를 보여줬다.

“‘연’은 직접 선곡한 뒤 고집을 부렸어요. (정)승준시한테 한 번만 불러보라고. 국악 발성으로 하는데 너무 좋았어요. 저희가 시범 삼아 캐주얼하게 이중창을 했는데 제작진이 노래가 끝난 뒤 박수를 쳐주셨죠. 이전 시즌에도 소개된 곡이지만 느낌이 많이 달랐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기까지 큰 도움을 주지 않았나 싶어요.”

올해 ‘팬텀싱어3’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이전 시즌에 비해 성악가들 참가가 두드러졌고 그 가운데서도 테너들의 활약상이 빛을 발했다.

“기대와 달리 일찍 탈락하고 나서 1주일은 정말 힘들었어요. 거짓말 같고. 그래도 억울하진 않았던 게 좋은 테너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에요. ‘그럴 수 있겠다’ 싶었던 거죠. 나중엔 결승에 오른 세 팀의 경연을 시청자로서 재미나게 감상했어요. 색깔이 각각 다르면서 실력이 뛰어나서 보고 듣는 즐거움이 컸죠.”

그의 ‘원픽’ 무대는 유채훈 박기훈 구본수 최성훈씨가 4중창으로 부른 ‘레퀴엠’이다. 단단하고 부드러운 테너, 불꽃같은 목소리의 테너, 매혹적인 카운터테너, 단단하게 중심을 잡아준 베이스의 조합이 인상적이었으며 곡이 품은 비애와 상실감을 드러낸 표현력은 감동이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서울대 동문 후배인 (박)기훈에 대해 “기성 성악가 못지않은 파워를 지녔다고 해서 1학년 때부터 유명했다”고 귀띔한다.

사진=최은희 기자 Oso0@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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