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부터 ‘반도’까지 김도윤은 존재감 넘치는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그가 첫 주연을 맡은 ‘럭키 몬스터’(12월 3일 개봉)로 90분 동안 자신의 모습을 계속 비춘다. 김도윤은 “제 얼굴 보기 힘들다”고 하지만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힘은 온전히 전해진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KTH상을 받은 ‘럭키 몬스터’는 빚더미 쭈구리 인생을 살고 있는 도맹수(김도윤)가 의문의 환청 ‘럭키 몬스터’(박성준)의 시그널로 로또 1등에 당첨된 후 위장이혼 뒤 사라진 아내 성리아(장진희)를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벼락부자 폭주극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후 개봉까지 1년 걸렸는데 이 시국에 감사한 마음이 커요. 첫 주연작인데 과연 제가 내 얼굴을 보고 러닝타임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 걱정됐어요. 저는 제 얼굴 보는 게 늘 힘들어요.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분명 있고 개선, 보완할 부분만 보이게 돼죠. 그래도 ‘럭키 몬스터’를 관객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어 행복하답니다.”

“봉준영 감독님이 ‘곡성’을 관람하시고 저를 좀 눈여겨 보셨대요. 시나리오 보자마자 흥미가 생겨서 바로 답을 보내드렸죠. ‘럭키 몬스터’는 한 마디로 ‘이상한 영화’예요. 뭔가에 끌리는 매력이 넘쳤죠. 제가 도맹수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할지 궁금하기도 했죠. 기대와 설렘이 복잡적으로 느껴졌어요.”

‘반도’ ‘곡성’ 등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김도윤은 사채빚의 압박으로 위기의 쭈구리 인생을 살다 로또 1등에 당첨돼 50억이라는 거대한 행운에 파묻히게 된 도맹수 역을 맡아 다양한 매력을 발산한다. 때론 찌질하고 때론 불같이 폭발하는, 도맹수는 김도윤의 맹수성을 끄집어냈다.

“도맹수가 어른아이처럼 보였어요. 방방이를 타는 것부터 말투, 행동 하나하나 아이 같아 보였거든요. 그래서 이 인물이 가진 유아적인 면에 주목했어요. 아직 덜 자란 애. 아내 성리아에 집착하는 면을 보곤 성리아가 맹수의 엄마라고 느껴졌죠. 어떻게 보면 부모자식간 관계처럼요. 어린 아이들은 소유욕이 강하잖아요. 아내가 사라지자 자신이 소유했던 걸 잃었다는 느낌에 맹수로 변하게 돼죠. 이 사람 참 맹수가 되고 싶어했네.”

“저도 맹수성이 존재해요. 누구나 한 가지 모습으로 살지 않잖아요. 맹수처럼 찌질하기도 하고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겉으로 표현하진 않지만 내면엔 선악의 모습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도맹수도 그중 한명이죠. 맹수의 감정 폭이 크다보니 완급조절이 필요했어요. 다행히 봉준영 감독님이 제 연기 제안을 다 받아주셨어요.”

도맹수는 영화에서 로또 1등의 순간을 맞이한다. 인생은 한방. 처참했던 그의 삶이 한순간에 뒤바뀐다. 김도윤은 ‘로또 1등’이란 말을 듣곤 해맑게 웃었다. 누구나 그 짜릿함을 한번은 맛보고 싶어할 터. 그가 일확천금을 손에 얻는 것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건 동료들과 계속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장진희 배우는 편하고 좋은 사람이에요. 박성준 배우는 제일 마지막에 캐스팅돼서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을텐데 정말 잘하더라고요. 저는 리딩 때 리액션만 잘하겠다고 했는데 진짜 자연스럷게 리액션이 나올 정도로 연기해주니 땡큐였죠. 두 배우뿐만 아니라 현장의 배우팀 모두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고 연기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잠깐 단역으로 나오시는 분들도 자기 하고 싶은 걸 다할 수 있는 현장이었죠.”

“도맹수처럼 로또 1등 되는 걸 늘 꿈꿔요.(웃음) 어느 세대, 사람이나 한방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살아가지 않을까요. 그런 기대도 없으면 인생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줄어들겠죠. 꿈이라도 꿔야 살만하다고 하잖아요. ‘럭키 몬스터’를 찍으며 로또 번호 대사를 계속 외웠는데 집 근처에 로또 잘 되는 집이 있어 한번 해봤어요. 5등도 안 되더라고요. 로또보단 높은 확률이지만 작품에 캐스팅되는 게 로또 1등 같은 순간 같아요. 배우를 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일자리는 한정돼 있고. 그런 부분에서 저는 행운아예요. 실력에 비해 행운이 따라줘 감사할 따름이죠.”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KA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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