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 중 유일하게 단막극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KBS가 올해 ‘드라마스페셜2020’으로 다시 시청자들을 찾아왔다. 신인작가와 연출, 배우가 의기투합해 완성되는 ‘드라마스페셜’은 다양한 장르와 소재로 단막극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드라마스페셜2020’ 포문을 연 작품은 명랑한 시대물이자 여성의 성장기를 그린 ‘모단걸’이다. 1930년대라는 특수한 공간적 배경에서 신분, 성격, 성향 무엇하나 닮은 구석이 두 여성이 삶의 주체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모단걸’이 통통 튀는 젊은 배우들이 주를 이뤘다면 ‘크레바스’는 윤세아, 지승현, 김형묵 믿보배들의 강렬한 연기가 관계성을 더욱 탄탄하게 구축하며 극을 압도했다. 여기에 멜로와 스릴러적 서사가 혼재된 밀도높은 전개와 캐릭터성이 더해져 채색 짙은 드라마가 완성됐다.

학교폭력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나의 가해자에게’는 각각 단편영화와 연극무대에서 탄탄하게 연기력을 쌓아온 김대건, 문유강, 이연 그리고 우다비가 합세해 전개를 이끌었다. 과거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교편을 잡으며 복수와 소신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면적 갈등이 사건의 전개와 치열하게 맞물리며 방송 뒤 호평이 이어졌다.

장류진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일의 기쁨과 슬픔’은 작가와 연출자의 따뜻한 시선이 오롯이 화면에 옮겨졌다. 누구나 공감할 법한 직장인을 주인공으로 생계라는 현실, 자아실현이라는 이상 사이를 오가는 세계를 넘나드는 상상력이 재미를 더했다.

‘드라마스페셜2020’은 드라마가 왜 존재하는지 근본적인 지점을 일깨우고 있다. 드라마는 각 시대의 현실을 담아내는 거울이기도 하다. 꼭 직관적인 문체가 아니더라도 동시대 사람들의 목소리에 드라마가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이런면에서 ‘드라마스페셜2020’은 주체적인 여성상, 학교폭력, 일상의 균열 등을 장르 안에 담아내고 있다.

오직 단막극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점은 ‘드라마스페셜’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부분이기도 하다. 시청률이라는 지표에 연연할 수 밖에 없는 기성 드라마에서는 주제의식이 흐려지고 퇴색될 수 밖에 없다. 영상문학이라고 불리던 드라마의 정통성을 단막극이 연명해주고 있는 셈이다.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이 본다는 점에서 드라마는 주제의 보편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런 주제의 보편성을 바탕으로 독창적이고 참신한 이야기로 다양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드라마스페셜2020’의 남은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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