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과 위로가 필요한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한 편의 드라마가 툭 튀어나왔다. 인생의 한 챕터를 넘기는 스물 아홉 살, 삶의 페이지터너를 만난 고독한 피아니스트 이야기다. 올가을 안방극장을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과 청춘 로맨스로 가득 채운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조영민 PD를 서면으로 만났다. 통찰력 있는 대본,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를 서스펜스와 서정으로 탁월하게 세공한 주인공이다.

조영민 PD(가운데)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주연배우들

- 20대 배우 ‘박은빈-김민재의 재발견’ 등 찬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폭발하는 파워, 디테일한 묘사까지 놓치지 않는 섬세함과 집중력, 캐릭터에 최적화된 연주능력까지 놀라웠습니다.

▲ 두 배우에 대한 칭찬은 해도 해도 모자랍니다. 박은빈 배우는 정말 영리하고 똑똑한 배우입니다. 캐릭터와 드라마 흐름에 대한 이해가 훌륭하고 본인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정확히 압니다. 김민재 배우는 몰입도가 너무 좋습니다. 본인이 박준영처럼 행동하고 박준영처럼 생각하며 온전히 박준영이 되고자 했습니다. 두 배우에게는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 그런 두 배우가 연기했던 장면 중 인상적인 신을 말씀해 주신다면.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1회에 나오는 ‘30초’ 신(경후문화재단 마케팅팀 회식장소인 식당 앞 첫 만남 장면)인데요. 이걸 찍으면서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우리 드라마는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로 끌고 갈 수 있는 드라마겠구나 하고요. 찍으면서 둘의 어색하면서도 호감을 느끼게 되는 묘한 공기가 느껴졌고 제가 너무 좋아했던 장면입니다.

월드클래스 피아니스트 박준영(김민재)과 경후문화재단 인턴으로 활동을 시작한 음대생 채송아(박은빈)가 회식장소인 식당 앞에서 만나는 '30초' 신

- 전작(단막극 ‘17세의 조건’)에서도 함께한 연기자들을 비롯해 주조연 대부분이 자신의 포지션에서 제 역할을 완성도 높게 표현했던 것 같습니다.

▲ 경후재단 사무실 식구들, 학교 교수님들 모두 제가 같이 작업해 본 분들도 계시고 평소에 좋아하던 연기자 분들이었는데요. 사실 이분들에겐 제가 많이 얹혀갔습니다. 아무런 디렉션을 주지 않아도 완벽하게 캐릭터를 표현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그분들이 드라마의 빈 곳을 너무 많이 채워주신 덕분에 무사히 드라마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 인상적인 내레이션, 대사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게 기억에 많이 남으시나요.

▲ 류보리 작가님의 훌륭한 대본 덕분에 좋은 대사가 너무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2회에 중견 여성지휘자가 했던 “모든 사람 마음에 들게 하려고 너무 애쓰지 말라"라는 대사와 3회에 인터미션 술자리에서 “믿어야 하지 않을까요 음악이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우리는 음악을 하기로 선택했으니까요”라는 송아의 대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저에게 드라마 연출자로서 마음에 와닿는 말이었는데요. 모두에게 7~8점 받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누군가에게 5점을 받더라도 누군가에게 10점 받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드라마가 누군가의 삶에 작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위로를 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앞으로 어떤 드라마(소재나 주제)를 만들어서 수용자들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으신지도 궁금하네요.

▲ 아직은 어떤 것을 해야 할지,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가능하다면 세상에 소외된 이들,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물론 드라마는 다양하게 존재해야 한다 생각하고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를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 MZ세대의 경우 16부작 미니시리즈도 호흡이 길어서 잘 안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시간소모가 크다는 이유에서죠. 2시간 남짓 분량의 압축된 영화를 보거나 짧은 동영상 클립을 소비하는 등 팝콘컬처가 날로 심화될 텐데 어떤 대응 방법이 필요하다고 여기시는지요.

▲ 기존 한국 드라마는 60분 내외를 한편으로 16~20부작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드라마의 장르나 속성에 따라 시간과 회차가 자유로운 방향으로 흘렀으면 합니다. 진득하게 집중해서 볼 드라마도 있고 지하철, 버스 타고 다니면서 가볍게 볼 수 있는 드라마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느 한 방향이 맞는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다양하게 존재하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포맷을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종영 이후에도 유튜브 등에 ‘브람스’ 편집 동영상 등이 많이 올라오고 열기가 이어지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여기시는지요.

▲ 시청자분들께서 드라마에 많이 몰입해 주신 덕분에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관심이 지속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는 가상 현실이지만 가상이 실제처럼 느껴져야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캐릭터 설정부터 공연 장면, 디테일까지도 최대한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팬들 특히 단원분들께서 이런 점을 잘 받아들여 주시고 ‘브람스’의 세계관에 몰입해 주셨기에 드라마가 끝났어도 계속 관심을 주신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것 같은 송아와 준영의 행복을 빌어주시는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사진=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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