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콘텐츠는 더 이상 이야기 자체로 새로움을 주기 어렵다. 창작 뮤지컬인 '광주' 역시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전달하느냐가 핵심 과제다. 결과적으로 의미는 강하게 담아냈다. 하지만 뮤지컬에 기대하는 장르적 재미 측면에선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뮤지컬 '광주'는 편의대원 박한수의 시각을 주로 다룬다는 점에서 기존 작품들과 결을 달리한다. 그는 광주 시민들 사이에 잠입해 그들을 폭도로 만들고 시위를 폭동으로 변질시켜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그러나 시민들과 함께하며 군의 잔혹성을 목도하고는 갈등을 겪게 된다.

"진실을 진실로 알고 진실되게 행하는 자, 진실 속에 영원히 머문다"는 글귀가 관객들에게 강렬히 전해진다. 그날의 진실을 다시금 자각하도록 유도하는 것과 더불어, 인물들이 진실에 대응하는 다양한 시각을 보는 것 또한 눈여겨 볼 대목이다. 다만 한정된 시공간내에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고 사건의 막전막후가 폭넓게 그려지다보니 서사 몰입도가 약해진 측면도 없지 않다.

'광주'는 또한 민주화운동을 추모하는 곡 '님을 위한 행진곡'을 모티프로 했다. 곡을 극 전체 넘버들 곳곳에 배치하도록 시도했다. '애국가' '훌라훌라' 등 당시 불렸던 노래들도 녹여냈다. 하지만 일반적인 뮤지컬에서 기대하듯 귀에 쏙쏙 박히거나 임팩트가 강한 넘버는 많지 않다. 넘버를 중시하는 관객들에겐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여지가 있다.

고선웅 연출은 "5∙18민주화운동을 계속 아파하고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당시 상황의 본질을 노래하고 춤추고 사랑하는 모습으로 보여드리면 좋겠다"고 작품의 방향성을 밝힌바 있다. 그 말마따나 '광주'에서는 당시의 참상을 막연히 비극적이고 슬픈 방향으로만 그려내지는 않았다. 참상을 마주하기 전 인물들은 춤추고 노래하며 긍정의 에너지를 분출한다. 그렇게 아픔을 기쁨으로 감싸낸 모습이 보는 이들을 더욱 슬프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작품은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대중화∙세계화하기 위한 취지로 탄생했다. 민주·인권·평화의 보편타당한 가치를 담아냈다. 장르적 재미에는 호불호가 갈릴지 모르지만 작품이 가진 의미만큼은 모두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

한편 이번 공연은 박한수 역 민우혁·테이·서은광, 정화인 역 장은아·정인지, 윤이건 역 민영기·김찬호, 문수경 역 정유지·이봄소리·최지혜 등이 출연한다. 오는 11월8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극공작소 마방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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