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에 이어서…

그간 여러 작품을 해왔지만 ‘브람스’는 박은빈이 진한 멜로 가성을 그렸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었다. ‘청춘시대’ 역시 청춘물이었지만 사뭇 결이 다른 캐릭터였기 때문. 멜로에 대한 부담은 없었냐는 말에 박은빈은 “그 나이대에 할 수 있는 작품을 골라온 거 같아요”라고 전했다.

“제가 그 나이대에 할 수 있는 작품을 골라온 거 같아요. 이 나이가 됐기 때문에 브람스를 할 수 있었는데, 그렇다고 ‘브람스’가 완전 진한 멜로 드라마냐고 한다면 그건 또 아닌 거 같아요. 우리 드라마는 성장이 분명히 포함된 측면이 있으니까요. 진한 멜로를 내가 할 수 있냐 했을 때는 ‘아니요’라는 대답이 될 거 같아요. 이 드라마가 청춘 멜로였기 때문에 지금의 박은빈이 가능했다는 생각이 되어져요. 앞으로도 제가 감당할 수 있는 그런 역할이나 작품들을 보여드리게 될 거 같아요”

1회부터 가족들, 특히 언니와 엄마로부터 ‘팩폭’을 당하는 채송아. 연기긴 하지만 폐부를 찌르는 대사들에 상처를 받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박은빈은 오히려 송희와 엄마의 입장에서 공감한다고 말했다.

“두분의 입장이 공감이 됐어요. 송희 언니가 송아한테 하는 말들이 다 너무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송아같은 동생이 있었다면 백퍼센트 송희 언니가 되겠구나 싶었어요. 연기를 할 때는 송아로 생각하고 송아로 살고, 그런 감정들을 오롯이 겪어내야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스스로 자아와 캐릭터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편이에요. 저의 자아 건강까지는 괜찮았습니다”

묵직한 감정선을 그려 냈기에 종영 후 송아와 자신을 분리하는 게 어렵지는 않을까. 박은빈은 “경험치를 쌓아온 게 제가 가질 수 있는 강점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운을 뗐다. 연기에 몰입하되, 캐릭터의 정서에 잠식되지는 않는 건강함을 추구하고 있었던 것.

“ 촬영할 때 그 인물 감정 때문에 제 삶이 힘들어지는건 피하고 싶은 사람인 거 같아요. 박은빈이 잘 살아야 그 캐릭터도 잘 연기할 수 있는 거고, 작품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개인의 안녕을 잘 지키는 것이 직업인으로서 제 삶을 바라봤을 때 더 행복한 삶인 거 같아요. 메소드 연기를 하는 것도 더 훌륭한 연기의 방편이 될 수 있지만 길게 봤을때 자신의 삶을 지키면서 그 역할에 몰입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게 양질의 연기를 오래도록 보여드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송아의 삶이 한때 너무 우울했지만 저는 행복했어요”

송아는 열등감같은 감정에 치이기보다 자기 자신이 사랑하는 바이올린, 그리고 클래식을 바라보는 인물이었지만 ‘브람스’는 전공자들 간의 묘한 질투와 시기도 뒤섞여 있었다. 살다 보면 한번쯤 누구나 겪을 만한 상황이기에 그런 순간을 마주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누구한테 열등감을 느꼈다기 보다 어렸을 때는 정말 내성적이었거든요. 분명히 제 속 안에도 저력이 있었지만 겉으로 봤을때 과연 내가 이 직업을 갖기에 알맞은, 괜찮은 사람인가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면서 살았던 거 같아요. 분명 내가 아는 나는 이런 점을 재미있고 폭발력이 있지만 객관적으로 봤을때 내가 이 직업에 맞는 사람일까 생각해 봤던 거 같아요. 무척이나 오래된 이야기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좋은 선배님, 선생님, 연기자분들이 ‘너같은 성격을 가진사람들이 훨씬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이런 성격이여도 괜찮구나, 너무 비교하지 말고 나의 힘을 믿고 차근차근 해나가면 또 하나의 길을 찾을 수 있겠구나 이렇게 단단해져 온 거 같아요”

사진=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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