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브람스’ 바람을 타고 배우 박은빈-김민재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20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일명 ‘준쏭 커플’로 사랑받은 두 사람이 얼마 남지 않은 2020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고 있다. 20대를 대표하는 연기자이자 대중에게 신뢰감을 주는 배우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박은빈 김민재는 올해의 시작과 끝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올해 2월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와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로 시동을 걸었다. 각각 프로야구단 꼴찌팀 드림스의 괄괄한 여성 운영팀장 이세영, 돌담병원의 책임감 강한 남자 간호사 박은탁 역이었다. 정의감 넘치는 캐릭터였고 주인공(남궁민·한석규)의 서포팅 롤이었다.

6개월여 만에 다시금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남녀주인공으로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야구, 메디컬 소재의 전작에서도 인상적인 플레이로 호평받았으나 이번엔 다른 출발이었다.

청춘 로맨스물의 남녀주인공이었고, 클래식 연주자 역이었다. 일반적인 연기뿐만 아니라 극의 리얼리티를 위해 바이올린, 피아노 연주력까지 어느 수준까지는 체화해야 했다. 그 어려운 미션을 기대 이상으로 완수해 실제 연주자라 해도 믿길 만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박은빈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아역 배우 시절부터 쌓아온 내공을 바탕으로 극의 중심을 단단히 지켰다. 최고 명문대 경영학과 졸업 후 취업이 아니라 바이올린에 대한 열정으로 4수 끝에 음대 기악과에 입학하는 채송아를 맡아 부족한 재능과 닿지 않는 꿈 사이 방황하고 흔들리는 감정을 손끝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은 섬세한 연기로 표현했다.

위축되고 소심한 듯 어리바리해 보이다가도 의연하고 단단한 모습을 불쑥불쑥 드러내는, 젊은 배우가 매끄럽게 소화하기 힘든 진폭 넓은 캐릭터를 고구마와 사이다를 오가며 똑 부러지게 연기해냈다. 무엇보다 회고형 내레이션은 극의 감성을 한층 짙게 만들었다. 바이올린을 향한 짝사랑, 박준영(김민재)을 향한 애정과 불안한 마음을 담은 목소리가 장면들과 어우러지며 깊은 여운과 울림을 남겼다.

김민재는 흙수저 출신 월드클래스 피아니스트 박준영으로 탈바꿈했다. 중학교 때 서울로 올라온 박준영은 어려운 가정형편 속 피아노를 그만둘 위기에 처했지만 경후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지금의 유명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빚에, 후원자에 대한 부채감에 피아노를 치는 것이 더이상 행복하지 않았고, 혼자서 힘든 것을 감내하고 속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됐다. 말보다 음악으로 먼저 위로를 건네는, 자신을 늘 후순위에 두느라 욕망을 참고 비워내는 '옛날 사람' 캐릭터를 공감 가게 그려냈다.

남자배우로서 천혜의 조건인 ‘중저음 목소리’를 탑재한 김민재는 예술가의 고뇌부터 생계형 피아니스트의 무력감, 청춘의 불안, 서툴지만 풋풋한 직진 연애 등 입체적 면모를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소년의 표정을 날카롭게 비집고 나오는 도전적인 눈빛으로 액센트를 줬다. 무엇보다 사랑 때문에 지옥까지 갔다가 돌아온 순정남을 ‘키스장인’ ‘미안해요 달인’ 수사와 함께 성숙하게 연기해 ‘여진구 닮은꼴’ ‘어린 이미지’를 순삭했다.

짝사랑의 아픔, 불안한 현실에 대한 공감과 위로로 시작한 두 남녀의 로맨스를 요즘 감성이 아닌 클래식한 감수성으로 빚어낸 박은빈-김민재의 연기 이중주는 15회 브람스 소나타 무대에 이르러 압권을 이뤘다. 악기를 연주하며 일궈낸 남녀 배우의 신뢰, 이해, 포용, 애정, 의지와 같은 감정연기는 어디서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 까랑까랑한 목소리와 똑 부러지는 눈빛으로 인해 톰보이 역할을 자주 맡아왔던 박은빈이나 과묵한 캐릭터를 주로 소화했던 김민재는 ‘브람스’가 터닝포인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변신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스펙트럼을 넓혔기 때문이다.

장르의 확장성뿐만 아니라 기존 이미지를 뛰어넘으며 쓰임새 많은 배우로 거듭난 이들의 '크레센도(점점 크게)'가 기대된다.

사진=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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