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빈 김민재의 브람스 이중주가 ‘특급무대’이자 ‘인생연기’로 극에 방점을 찍을 전망이다.

오는 19일 방영될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15회에서는 바이올린 전공 음대생 채송아(박은빈)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박준영(김민재)의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 협연이 예고된 상태다.

지난 14회에서는 엇갈리는 타이밍, 오해와 불안으로 안타까운 이별을 선택한 송아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준영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초여름의 밤, 공감과 위로로 시작했던 상처 많은 두 남녀의 사랑은 혹독한 세상과 복잡한 관계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둘은 늦가을의 밤, 검은색 드레스와 수트 차림으로 한 무대에 섰다. 바이올린 독주자와 피아노 반주자로.

송아의 대학원 입시 연주곡이었던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가 오르가니스트였던 세자르 프랑크의 연주 경험을 바이올린 작품에 반영시킨 만큼 피아노 반주 비중이 큰 데다 화려한 기교를 요구한다면 평소 송아가 좋아했던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은 소박하면서도 기쁨과 슬픔, 회고와 성찰, 어두운 기억과 희망 그리고 위로의 감정을 품은 작품이다. 졸업연주회를 앞둔 채송아에게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브람스 연주를 기피해왔던 박준영에게도 마찬가지다.

뒤늦게 바이올린을 시작, 4수 끝에 입학한 음대 4년 내내 실기에서 꼴찌를 맴돌았지만 누구보다 바이올린을 사랑하고, 연습에 충실했던 송아의 실력은 나쁘지 않다. 유년기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한 전국의 영재들이 모인 집단이라 상대적으로 저평가됐을 뿐이다.

줄리아드 음대 박사 출신 이정경(박지현)은 마스터클래스에서 송아의 프랑크 소나타 연주를 들은 뒤 “참 어려운 곡인데 정말 잘했다. 소리도 좋고, 음정도 좋고, 그런데 음악이 조금 주저하는 것 같다. 내가 음악을 끌고 간다는 생각으로 확신을 갖고 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송아의 입시곡 전문 반주자도 “혼자 하면 괜찮은데 피아노만 들어가면 자기 템포를 잃고 흔들려버린다. 송아씨는 자기 음악에 확신이 없어?”라고 힐난한 바 있다.

위축돼 자신감을 갖지 못했던 송아가 아픈 성장통을 겪은 뒤 자신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브람스 소나타를 통해 “어떻게 해야 생길 수 있는지” 아득했던 ‘확신’을 비로소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파트너이자 동반자 박준영’이 옆에 있다. 앞서 라벨 ‘치간느’ 연주 때 피아니스트와 페이지터너로 호흡을 맞췄을 당시 송아는 준영의 “연주자의 호흡을 느끼면 돼요”란 따뜻한 조언에 음(音) 샐 틈 없이 임무를 완수했다. 짧았지만 뜨거웠던, 아픈 사랑을 공유한 두 사람이 주고받을 호흡의 밀도, 송아를 받쳐주고 때로는 리드할 준영의 플레이가 빛을 발휘하면서 그 어떤 피아니스트-바이올리니스트 페어와도 차별화된 무대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준영에게도 이 곡의 의미는 각별하다. 음악사에 있어 중요한 작곡가 브람스로까지 레퍼토리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뿐 아니라 원치 않던 이별의 이유를 상쇄할 타이밍이라서다. “너무 힘들어서 기대고 싶었는데...나보다 더 흔들리는 준영씨한테 어떻게 기대요” “준영씨를 사랑하는 게 힘들어요. 행복하질 않아요”란 송아의 외침이 여전히 가슴 한복판에 응어리처럼 남아 피아니스트 은퇴선언까지 한 상황이다. 사랑하는 여자조차 불행하게 만든 자신이 음악으로 사람들을 위로해줄 수 없다고 자책해서다.

송아가 음악 안에서 자신에게 온전히 기대고 행복을 만끽하게 해줄, 가슴 저릿한 후회를 만회할 금쪽같은 기회이며 앞서 송아의 반주 '프러포즈'를 완성할 순간이다. 

더욱이 차이콥스키 콩쿠르 출전을 앞두고 지도교수와 갈등을 겪으며 “피아노라도 내 마음대로 치면 안돼요”라고 복잡한 속내를 털어놨던 바 있다. 타인을 의식해서, 고득점을 겨냥해 치는 피아노가 아니라 사랑하는 상대와 함께 마음 가는 대로 연주함으로써 예술가로서 충만함과 성장을 이룰 것으로 여겨진다.

배우 박은빈, 김민재에게 이번 브람스 소나타 연주 신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치열했던 감정연기와 악기연습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해 달려온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동안 두 사람의 극중 연주 모습은 클래식 연주자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지나 바카우어 국제콩쿠르 우승자인 젊은 피아니스트 신창용은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배우들의 페달링, 핑거링과 보잉 등을 두고 저희 같은 전문 연주자들도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1회에 등장한 비장미 넘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1악장을 시작으로 감미롭고 서정적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월광’과 슈만 ‘트로이메라이’를 연주했던 박준영,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등을 직접 소화해 대학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류보리 작가로부터 “진짜 음대생 같다”고 격찬받은 박은빈이 그간 기울여온 노력이 극명하게 드러날 순간이다. 특히 독주가 아닌 이중주이므로, 무대 위 두 청춘배우가 손길과 눈빛으로 일궈낼 농밀한 감정연기가 기대될 수밖에 없다.

사진=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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