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에 첫 발을 내민지 어느새 10년. 이름만 들으면 아는 '슈퍼주니어'의 멤버라는 타이틀만큼 '뮤지컬 배우' 려욱도 서서히 자리잡고 있다. 특히나 일본 공연을 포함해 세 번째로 함께하는 '광염 소나타'는 려욱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인 듯하다.

'광염 소나타'는 1930년 김동인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화려한 데뷔로 후속작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는 작곡가 J가 살인을 통해 영감을 얻고 곡을 완성시켜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려욱은 주인공 J역을 맡았다. J는 재능 넘치는 절친한 친구 S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음악적 영감을 교류하기도 한다. 슈퍼주니어라는 절친한 멤버들이 있는 려욱 역시 이같은 부분에서 많은 공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멤버 수가 많다보니 활동 영역이 광범위하고 그에 따라 다양한 부분에서 자극과 영감 받아요.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데요. 어렸을 때는 저에게 부족한 모습이 보이면 자책하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자책보다는 부족한 점을 받아들이고 보완하면서 조금 더 신경 쓰고 노력하는 쪽으로 바뀌었어요. 다들 그렇게 조금씩 발전하는 것 같아요"

'광염 소나타'는 전반적인 극의 톤이 어둡고 무겁다. 명곡을 완성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며 타락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온전히 캐릭터에 몰입한 모습을 보면 팬들은 '저러다 우울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이 들 정도다. 하지만 려욱은 "배우들끼리 토닥토닥 해주고 잘했다며 칭찬해줘요"라며 팬들을 안심시켰다.   

"다들 작품에 몰입을 하는데 극이 끝나고 그 상태로 집에 바로 가버리면 조금 우울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무대를 마치면 극에서 빨리 빠져나올 수 있게 다들 서로 도와줘요. 저 역시 무대를 마치면 밤마다 한강을 뛰면서 좋은 노래를 듣거나 가끔 노래도 부르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편이에요"

려욱이 연기한 J를 비롯해 극중 인물들은 서로 다른 예술관을 가지고 있다. 아이돌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인 려욱도 분명 자기만의 관점을 가진 예술가일 터. 10년넘게 음악과 함께하고 있는 려욱이 생각하는 예술이란 뭔지도 궁금해진다.

"예술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그때 그때 추구하는 가치도 달라져요. 저에게 예술이란 아름다움이고 제가 좋아서 하는 것이에요. 가수로서는 정말 사람들에게 눈물 날 만큼 감동과 희망을 주고 싶어요. 뮤지컬 배우로서는 정확한 딕션과 감정을 전달하면서 보시는 분들에게 감동을 안겨 드리고 싶고요"

최근 '모차르트!'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등 천재 작곡가의 비극을 다룬 작품이 많이 개막했다. 공연 규모는 작지만 려욱은 "서사가 빠르고 지루하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꽉 찬 느낌이 들어요. 주인공의 이름 대신 '그'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참 매력있다고 생각해요"라며 '광염 소나타' 만의 매력을 직접 전했다.

려욱은 '광염 소나타'를 통해 심리적 불안을 느끼는 연기, 처절하게 감성을 자극하는 노래, 어색함없는 피아노 연주까지 다재다능함을 보였다. 마지막 부분 친구 S와 함께 연주하는 부분을 가장 좋아한다는 려욱은 "J와 S가 마주보며 피아노 치는 순간이 저에게는 정말 짜릿해요"라며 피아노치는 즐거움, 피아노 듣는 즐거움이 있는 '광염 소나타'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오랜기간 뮤지컬 무대에 도전하고 있지만 팬들에겐 아직 '슈퍼주니어' '가수'의 타이틀이 좀 더 친숙하다. 그런만큼 려욱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라고 뮤지컬 배우로서 가진 목표를 전했다.

"꾸준히 활동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친근하면서 부담스럽지 않은 배우. 노래가 좋아서 시작한 뮤지컬인데 어느 순간 꿈이라는 게 생겨나고 하고 싶은 작품이 생겨났어요. 이 모든 것들이 아직도 저에게는 신기하기만 해요. 앞으로 더 많은 작품,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만나는 게 목표예요. 그만큼 노력해야겠죠. 무엇보다 제 공연을 본 팬 분들이 '려욱이 참 잘했는데, 또 보고싶다' 그렇게 기억되고 싶어요"

사진=신스웨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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