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시청자들이 배우 박은빈의 여려 보이지만 알고 보면 단단한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극본 류보리 연출 조영민)에서 박은빈은 뒤늦게 꿈에 뛰어든 늦깎이 음대생 채송아로 시청자와 마주하고 있다. 채송아는 명문대 경영대 졸업 후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반대에도 4수 끝에 음대에 재입학했을 정도로 바이올린을 좋아하는 인물이다. 의지와 인내력이 대단함이 짐작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이 부족한데다 조기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해 벌어지는 현실과의 괴리로 가슴앓이를 겪고 있다.

열심히 연습해도 따라주지 않는 냉혹한 현실은 채송아를 주눅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채송아는 상처받을지언정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는다. “음악이 사람들을 위로해준다”는 굳은 믿음과 미약하지만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겉으로는 자신 없어 하고 여려 보이지만 속은 단단한 채송아의 모습에 시청자들도 점점 빠져들어 응원을 보내는 중이다. 특히 지난 7~8회에서 이런 채송아의 면모들이 십분 드러나 눈길을 끌었다.

채송아는 자신이 먼저 애정 고백한 월드클래스 피아니스트 박준영(김민재)의 마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첫사랑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정경(박지현)의 마스터 클래스에 참여했다. “불편하지 않겠냐”는 박준영의 물음에 채송아는 “준영씨에 대한 내 감정도 중요하지만 나한테는 내가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다른 것들도 있어요. 그래서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내 감정에 휘둘려서 놓치고 싶지 않아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자존심 상할 수도 있지만 채송아는 직진했고 부딪혔다. 채송아의 이런 모습은 박준영을 좋아하는 상황에서도 드러났다. 자신의 풀린 신발 끈을 묶어주려는 박준영에게 “영화에서 맨날 남자가 여자 신발 끈을 묶어주잖아요. 그럼 여자가 남자한테 반하는데요. 난 반하기 싫거든요”라며 스스로 신발 끈을 묶었다. 주체적으로 사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단면이었다.

그런 채송아가 “기다리는 사람은 남들이 답답하다고 생각해?”라고 아빠에게 묻는 장면은 특별한 의미를 더했다. 이에 아빠는 “아빠도 잘 기다리는 사람이야. 버스도 기다리고 지하철도 기다리지. 아빠는 네가 어떻게 행복을 찾아갈까 기다리고 있어”라고 말해 뭉클함을 안겼다. 누구나 기다림을 겪고 있으며 그 기다림은 빠른 성취와 속도를 요구하는 사회에서 다소 느려보일지라도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이었다.

채송아는 무언가를 열심히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상처받을 것 같아 발빼는 법 없이 일단 부딪히면서, 참고 기다리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할 줄 아는 단단한 사람이다. 포기조차 5G급인 요즘, 이런 채송아는 시청자들의 마음에 울림을 전하고 있다.

박은빈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긴 생머리의 청순한 음대생으로 변신, 섬세한 감정 연기로 호평을 얻고 있다. 맑은 눈빛과 또렷한 발성은 외유내강 캐릭터의 매력을 빛나게 만든다. 준영(김민재)의 말을 듣는 상황에서 감정의 변화에 따라 시선을 아래로부터 위로 천천히 올려가는 신이라든가 준영과의 첫키스 장면에서 피아노 건반을 짚은 손끝 처리 등 디테일을 살린 심리연기가 시청자 몰입을 끌어내고 있다. 바이올린 연주 장면의 리얼리티, 상대 배우와의 호흡 역시 빼어나다.

아역부터 시작해 22년의 연기 경력을 지닌 스물아홉 박은빈이 클래식 음악 소재 청춘멜로를 품고 비상의 날개를 펼쳤다.

사진=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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