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광기에 사로잡힌 인간은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을까. 뮤지컬 '광염소나타'가 매혹적인 클래식 선율로 예술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한다.

1930년 김동인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광염소나타'는 화려한 데뷔로 후속작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는 작곡가 J가 살인을 통해 영감을 얻고 곡을 완성시켜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J와 S, K 단 세 인물만이 등장한다. S는 그를 응원하는 친구이자 천재적 재능을 가졌기에 J의 부러움을 사는 인물이다. K는 J의 재능을 이용해 명예를 얻으려는 스승이다. 

이들이 지닌 예술에 대한 생각 차이를 보는 재미가 있다. 재능이 있는 S에게 음악은 즐겁기위해 하는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재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J와 K에게는 명곡만이 음악이고 예술이다. 어떤 고통이 있더라도 예술적 완성도를 높여야한다는 욕망에 사로잡혀있다. 다만 둘의 다른점은 이를 위한 수단이 비도덕적인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지 여부의 차이다.

관객에게도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예술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볼 여지를 던져준다. 또한 도덕적 잣대를 생각하기 이전에 인간이 가진 고통, 불안, 욕망 등 근원적인 감정들에 공감하게 해준다.

무대는 피아노와 책상만 단촐하게 놓인 구성이다. 변화도 없다. 때문에 시선은 오로지 세 명 배우에게 집중된다. 지난 해에 이어 또 다시 J역을 맡은 려욱은 혼란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인물을 충실히 표현한다. 특유의 미성이 J의 불안함을 전달해주는데 탁월하게 작용한다.

유회승은 려욱과 대비되는 파워풀한 보컬을 자랑한다. 서술자, 관찰자의 입장으로 전하는 대사도 전달력이 좋다. 다만 감정을 폭발시키는 부분의 연기는 조금 어색한 감이 있다. K역의 김주호는 베테랑 배우답게 연기도 노래도 확실하게 무게감을 보여준다.

무대 위 배우들이 시선을 붙든다면 멜로디는 귀를 사로잡는다. 살인과 타락을 다루는만큼 극의 톤은 무겁고 어둡다. 하지만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는 피아노 선율은 무엇보다 아름답다. 잔혹한 이야기와 대비되는 클래식한 넘버가 극을 한층 매혹적으로 만들어준다.

한편 이번 2차 공연은 오는 9월 27일까지 유니플렉스1관에서 진행된다. 공연채널 프레젠티드라이브와 전국 22개 CGV 극장에서 생중계로도 볼 수 있다. 김지철, 려욱(슈퍼주니어), 후이(펜타곤)가 J역을 맡는다. 유승현과 유회승(N,Flying), 홍주찬(골든차일드)이 S, 김주호와 이선근이 K를 연기한다.

사진=신스웨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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