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팀이 부산과 서울 공연을 마치고 대구로 향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연되고 있는 한국인만큼, 공연과 배우들에 대한 관심도 어느때보다 크다. 그리고 그 중심엔 유령 역의 조나단 록스머스가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부산과 서울에서 연달아 공연을 펼쳤다. 그 사이 한국은 코로나19가 강타했고, 기록적인 폭우까지 내렸다. 조나단 록스머스 역시 이날 인터뷰에서 한국이 겪는 어려움에 위로의 말을 전하며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부심이 강해졌어요. 23주간 공연했는데 관객들 중 확진자가 한 분도 없었잖아요. 관객분들을 안전하게 하겠다는 약속, 최고의 공연을 보이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 같아서 자랑스러워요"라며 어려운 시기 무사히 서울 공연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한국에서 머문 시간도 반년이 넘었다. 서울 청계천에서 등불축제를 관람한 것에 대해 "상징적이었어요.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려는 이 시기에 아름다운 빛을 보고 있다는 것, 특히 세계 공연계의 이목이 집중된 한국에서 보고 있다는게 감명깊었죠"라며 한국에서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조나단 록스머스는 2011년 마닐라 투어 공연에서 라울 역에 이어 유령 역을 맡으며 영어 프로덕션 기준 역대 최연소 유령 타이틀로 화제를 모았다. 이후 2019년부터 월드투어팀 유령을 맡고 있고, 올해 7월까지 무려 500회의 공연 기록을 세웠다. 역할에 딱 맞는 파워풀하고 애절한 보이스로 보는 이들을 매료시켰다.

오랜기간 참여한 만큼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기본, 누구보다 작품과 유령 역할에 대해 잘 알고있을 터다. 그가 오랜기간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로 꼽은 것은 '사랑'이다.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서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다는게 이유다. 더불어 팬들이 보내주는 관심에 감사해하며 작품이 가진 예술적 영향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작품이 예술이라는 게 중요해요. 다른 작품에도 영감을 넣어주거든요. 팬분들이 가끔 제게 그림을 그려주신다거나, 페인팅, 스티커 같은 것들을 보내주세요. 그만큼 공을 들여주셨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지고 자랑스러워요.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시각적으로 영감을 받아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걸 보면 작품이 지닌 중요성을 알게 돼죠"

'오페라의 유령'은 1800년대 파리를 배경으로 한다. 원작 소설은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의 작품이지만 오늘날 보는 뮤지컬은 영국에서 초연됐다. 프랑스 이야기를 한국에서 영어로 노래하는 작품. 조나단 록스머스 역시 "추상적인 시기를 배경으로 하기에 작품이 오랜시간 사랑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추상적인 시기를 바탕으로 하기에 절대 늙지않고 촌스러워지지 않는 작품으로 남은 것 같아요. 좀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많은 시대죠. 모두가 탈출구를 찾을 수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우리가 힘든 시기에 어딘가로 탈출하고 싶은 생각이 있으니까, 과거도 지금도 미래에도 사랑받는 작품으로 남겨진게 아닐까요"

'오페라의 유령'에서 유령은 아름다운 프리마돈나 크리스틴을 사랑하지만, 흉측한 얼굴 탓에 잘못된 사랑을 표현하는 인물이다. 더군다나 크리스틴은 유령이 아닌 라울을 사랑하게 된다. 가슴 아픈 삼각관계가 핵심인만큼 함께하는 동료 배우들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나단 록스머스는 인터뷰 내내 크리스틴 역의 클레어 라이언, 라울 역 맷 레이시와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무대 밖의 호흡이 무대 안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고스란히 느끼게 했다. 앞으로 펼쳐질 대구 공연에서도 최고의 호흡, 최고의 공연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번 우리 셋 콤비는 완전히 협업한다고 느껴져요. 서로가 빛나야하는 순간에 물러나주기도 하고요. 사실 배우분들이 무대에서 자신만을 봐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근데 이 두분은 그렇지 않아요. 클레어 같은 경우는 극중에서 마주하는 역할이다 보니 많이 지켜봐요. 7년이 지난 지금 더 연기가 깊어졌구나 느껴요" 

"맷은 라울이 어떤 인물인지 제대로 알게 만들어줬어요. 사실 극이 유령과 크리스틴의 사랑이야기라서 라울이 제외되기 쉽거든요. 근데 맷은 라울을 얕잡아볼 수 없게 만들어요. 제가 쉽게 사랑에 빠지지 못하게, 애써서 얻게끔 힘쓰게 만드는거죠. 그런 도전이 저에게도 힘이 돼요"

사진=에스엔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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