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이제는 ‘국민가수’가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불특정 다수가 많이 보는 프로그램에 많이 나오지 않잖아요. 그래서 어린 친구들은 이름만 알거나 제 데뷔곡이 ‘I believe’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그럼 ‘국민가수’가 아니죠. 자격 없는 것 같아요. 국민가수 타이틀을 고수하는 것보다 제가 해왔던 대로 음악을 하고 싶어요.”

사진=도로시컴퍼니

‘발라드의 황제’, ‘국민가수’. 모두 신승훈을 지칭하는 말들이다. 신승훈은 이런 호칭으로 자신을 불러주는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면서도 꼭 그걸 의식하며 갇혀있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많은 장르를 했다. 그런데 많은 분들에게 저라고 하면 ‘보이지 않는 사랑’ 때 슬픈 노래를 불렀던 게 생각나는 것 같다. 그래서 ‘발라드의 황제’라는 타이틀이 생긴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물론 저도 ‘발라드의 황제’ 했을 때 제 이름 빠지면 서운하겠죠. 어떻게 보면 발라드를 해야 한다는 족쇄 같은 것일 수도 있어요. 애증의 관계예요. 좋은 의미로는 그 분야에 열심히 해왔다는 뜻이 되겠지만, 대신 그 외에 다른 걸 하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프레임 갇혀있는 감도 있죠. 하지만 기분이 나쁜 건 아니고 자부심을 느껴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물론 계속 붙여주시면 감사하겠지만, 이제 다른 이름도 생각해 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아티스트를 꿈꾸고 있으니 그런 타이틀도 붙이고 싶어요.”

그렇다면 ‘발라드의 황제’가 생각하는 ‘발라드가 주는 힘’은 어떤 것일까. 신승훈은 해당 질문에 “요란하지 않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시작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확 끄는 요소는 없지만, 뒷심이 강하다. 시의적절하게 나온다면 그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터트려 줄 수도 있는 것 같다. 울고 싶은데 그냥 울면 웃기지 않나. 그런데 발라드가 나온다면 핑계가 될 수도 있다. 그게 발라드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도로시컴퍼니

지난 1990년부터 무려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요계에 몸담아 왔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신승훈은 강산이 세 번 바뀔 동안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왔다. 그런 그의 입장에서 바라본 30년 전과 지금 가요계의 달라진 점은 무엇일지 묻자, 신승훈은 “제가 1990년 11월에 데뷔했다. 그때는 가요계가 엄청 강했던 황금기였다. 저도 그 수혜자라 생각한다. 근데 이제는 음반시장에서 음원 산업이 됐다”고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지금은 산업화 돼 있죠. 투명성도 좋아졌고, 그러면서 음악이 전문화됐어요. 이제는 ‘노래를 듣자’보다는 ‘노래나 들을까’가 된 것 같아요. 워낙 바쁜 일상이니 BGM이 돼 버린 거죠. 대신 전문성이 좋아져서 다양한 장르를 하는 것보다는 그 장르에 특화된 멋있는 친구들이 범접할 수 없는 레벨 생겼어요. 자신이 잘하는 장르에 정착해 성장하더라고요. 또 장르 안에서도 변화가 많아졌어요. 그 덕에 저도 잘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음악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신승훈은 가요계가 전문화되고 다양성이 늘어난 만큼 “음원이 많아서 좋은 노래를 찾기가 힘들다. 그래서 서로 간 좋은 노래를 소개시켜 주는 것들도 필요하다 생각한다. (저 같은) 선배 가수가 이끌어줄 필요도 없지 않아 있다”고 강조했다.

“예전에는 전주가 멋있으면 ‘팝송 같다’고 어요. 그런데 이제는 전주만 듣고 어떤 게 가요인지 팝송인지 못 맞춰요. 오히려 국내 가요가 팝 스러울 때가 더 많죠. 그 정도로 전문화되고 음악적 역량이 높아졌어요. 그럼으로써 싸이나 BTS(방탄소년단)같이 선두주자가 나타난 거죠. K-POP으로써 세계 음악 주도하는 게 자랑스럽고, 기특하고,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에요.”

특히 그는 “눈길 가는 후배가 있냐”는 질문에 “너무 많다”며 쉽게 답을 꺼내지 못했다. 신승훈은 “나중에 제대로 ‘신승훈 pick’을 정리해서 보여드리고 싶다. ‘신승훈이 얘네를 알아?’하고 놀라실 수도 있다. 인디도 있고, 요즘 ‘네오’ 장르가 많은데 그런 음악들을 잘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고 전했다.

사진=도로시컴퍼니

30년간 동고동락했던 만큼 신승훈에게 있어서 음악은 특별한 존재가 됐을 터였다. “예전에는 밥 같고 공기 같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는 그는 “지금은 애증의 관계다. 음악 때문에 너무 힘들면서도 좋다. 곡이 안 나올 때는 핑계도 많이 댔다. 음악에 투정도 많이 부린다. 음악도 어떨 때는 좋은 영감을 안 내준다. 서로 잘못하고, 반성하고, 그러면서 화해하고 잘 되려고 노력한다. 서로 우정을 쌓으면서 음악과 내 사이의 매개체인 멜로디가 대중들에게 사랑받는다면 서로 칭찬도 하고, 그런 의미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신승훈은 자신의 음악을 ‘30년 맛집’이라고 했을 때 어떤 홍보 문구를 넣고 싶냐는 질문에 ‘신뢰’를 강조했다. 그는 “맛있으니 30년 있지 않았겠나. 맛있다는 건 신뢰일 거다. 너무 맛있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해서 ‘지금까지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실망은 없을 겁니다’라고 쓰고 싶다. 핀잔은 있더라도 실망시키지 않는 음악을 내고 싶다”며 “단골이 아닌 한번 왔던 사람들이 ‘이 음식은 싫어하지만 여긴 나쁘지 않네’라며 재방문 의사가 있다고 했을 때가 가장 좋은 것 같다. (제 음악도) 재방문 의사를 물어봤을 때 ‘네’였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신승훈의 30년을 한 단어로 압축한다면 ‘그래, 너다웠어’ 이지 않을까요. 저다웠고, 잘 싸웠고, 타협 안 하고 억울하면서도 잘 참았고. 그렇게 해 왔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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