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회 칸국제영화제부터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까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최대 라이벌로 화제를 모은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가 인생에 공감과 위로를 선사하는 명장면, 명대사 BEST 3를 공개해 이목이 집중된다. 

사진='페인 앤 글로리' 스틸컷

# “이 영화와 화해하는 데 32년이 걸렸어”

영화감독인 살바도르 말로(안토니오 반데라스)는 ‘맛’이라는 작품을 연출할 당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연기하지 않았던 배우 알베르토(에시어 엑센디아)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32년 만에 다시 보게 된 작품에 새로운 감명을 느낀 그는 ‘맛’과 관련된 발표를 앞두고 불쑥 알베르토를 찾아간다. 

왜 왔느냐는 알베르토의 질문에 살바도르 말로는 “이 영화와 화해하는 데 32년이 걸렸어”라고 말하며 알베르토에게 발표하는 자리에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 ‘맛’ 이후 불편한 관계로 연락조차 하지 않았기에, 알베르토는 오랜만에 재회한 반가움보다는 의아함이 앞섰지만 이전과는 다른 낯선 살바도르 말로의 모습에 호기심이 생긴다. 알베르토에게는 비단 ‘맛’뿐만 아니라 영화가 그의 삶의 일부이기에, 누구나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변모해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돼 보는 이들에게 담담한 위로를 선사한다. 

사진='페인 앤 글로리' 스틸컷

# “감정의 부스러기까지 놓치고 싶지 않아”

알베르토는 우연히 공개되지 않은 살바도르 말로의 단편 원고를 읽고, 단숨에 작품에 매료된다. 그는 살바도르 말로에게 자신에게 그 작품을 연기할 기회를 줄 것을 부탁한다. 알베르토는 거절하는 살바도르 말로를 설득해 작품을 연극으로 공연에 올리게 된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하던 알베르토를 찾아온 살바도르 말로는 알베르토가 대본을 연습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그토록 대본에 집중하는 이유를 묻는다. 

알베르토는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겠어? 일이 있을 때도 없을 때도 있었지만 난 연기의 노예라고. 하지만 이 연극은 나한테 꼭 필요한 거니까 최대한 맑은 정신으로 있어야 해. 네가 이 글에 담아둔 감정의 부스러기까지 놓치고 싶지 않아”라고 답한다. 이러한 알베르토의 대사는 자신의 말처럼 전성기가 끝난 배우지만, 아직도 때때로 끓어오르는 연기를 향한 열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살바도르 말로와 관객들에게 강렬한 이끌림이 있었던 순간을 되짚어보게 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사진='페인 앤 글로리' 스틸컷

# “하지만 신이 정해준 대로 우리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살바도르 말로의 옛 연인인 페데리코(레오나르도 스바라글리아)는 우연히 자신과 살바도르 말로의 이야기가 담긴 연극을 관람한다. 연극에 감명을 받은 그는 알베르토를 통해 살바도르 말로의 집으로 찾아간다.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페데리코는 연극 중 인상에 남았던 대사를 언급하며 “너는 여태까지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채우지 못했던 내 삶을 채워줬어” “당신의 영화 한 편 한 편이 내 삶의 중요한 사건이었고, 세계적으로 성공한 것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해”라며 공연을 통해 알게된 살바도르 말로의 아픔을 위로하며, 자신의 진심을 전한다. 

살바도르 말로는 페데리코의 말을 기쁘게 받아들이지만 “하지만 신이 정해준 대로 우리의 이야기는 어디까지야”라고 말하며 그를 다시 떠나보낸다. 지금의 것이 아닌 옛사랑, 상처와 과거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그의 대사는 가슴 뜨거워지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반짝거리는 명장면과 명대사들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페인 앤 글로리’는 2월 5일 개봉해 현재 극장 상영 중이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