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시간이) 대단하고 거창해 보이지만 오랫동안 한 연륜 있는 배우라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처음 뮤지컬 하는 느낌이죠.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거라 걱정도 많은데, 무사히 공연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벌써 반이나 진행했는데, 워낙에 공연하는 게 재미있어서 남아 있는 공연이 아쉽기도 해요”
“사회복무요원 근무 때 작품 이야기가 많이 들었어요. 회사 권유로 박효신 형, 수호 것을 같이 봤었죠. 처음 봤을 때는 별 감흥이 안 왔는데, 두 번째 그윈플렌의 마음이 다가왔죠. 다 내던지고 다시 밑바닥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지 이해가 갔어요. 출연하려고 본 것은 아니었지만 괜찮은 공연이었죠"
뮤지컬 데뷔 10년 차 소감을 밝힌 규현은 배우로서 느껴지는 자부심과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열정, 공연을 염두해 목 보호를 위해 두른 머플러까지 ‘프로’다운 느낌이 물씬 풍겼다. 이번 뮤지컬 ‘웃는 남자’로 무대에 선 규현은 ‘모차르트’ 이후 4년 만의 공연이고 소집해제 후 무대에 올랐다.
“‘모차르트’ 공연 당시 성대결절 걸렸어요. 그때와 지금의 차이점은 훌륭해진 목 상태와 넘버 소화력이죠. 음악감독님 하시는 말씀이 ‘네가 노래를 이렇게 잘했었니’라고 말씀하시는 들었어요"
뮤지컬 '웃는 남자'의 주인공 그윈플렌은 기이하게 찢긴 입을 가져 영원한 미소를 가진 인물이다. 이번 작품으로 호평을 받는 규현은 첫 공연 소감을 묻자 벅찬 마음을 전달하려 애를 썼다.
“커튼콜 때 뛰쳐나가는데 눈물 날 것 같았어요. 나가서 노래해야 하는데 그 감정을 그대로 못 느껴서 아쉬웠어요. 그걸 삭히고 노래를 불렀는데, 조금 더 즐겼으면 좋았을 뻔했어요"
“무대에서 집중하고 있어서 아예 관객석이 안 보여요. 특히나 이번 공연은 객석에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끝나고 나서야 알 수 있죠. 사람이 있는 것만 느껴질 뿐 얼굴이 보이진 않아요. 물론 커튼콜에서는 관객분들 얼굴이 보여요”
“후기는 웬만하면 다 찾아보려고 해요. 예능 가수 이미지가 조금씩 보인다는 걱정스러운 후기들도 봤었지만, 대체로 좋은 후기였죠. ‘예당(예술의 전당) 천장 뚫었다’ 이런 거는 듣고 싶은 후기죠. 요즘 주접 후기가 유행인데 그런 것도 듣고 싶죠”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로 레슨을 받았어요. 넘버 부를 때 하는 스킬적인 부분이 달라졌어요. 극 마지막에 데아가 잘못되고 슬퍼하는 장면에서 많이 되게 많이 울었어요. 넘버를 부를 때 상황에서 연기할 때 전달하고 싶은 표현들이 있죠. 그런 것에 집중해요. 관객분들의 귀중한 시간을 뭔가 좋은 감정으로 극장에서 나가시길 바라죠"
”뮤지컬 '웃는 남자'는 제작 기간 5년에 제작비 175억 원이 투입된 작품으로, 지난해 초연해 객석 점유율 92%, 관객 수 24만 명을 기록했다. '예그린뮤지컬어워드' 6관왕, '한국뮤지컬어워즈' 3관왕 등을 수상했다. 재공연은 지난달 9일 개막해 내달 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진행된다. 규현은 이미 뮤지컬 관객들 사이에도 호평이 나 있는 작품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넘버는 ‘그 눈을 떠’가 마음에 남았는데, 사람들에게 어떤 이기적이고 권력에 대해 버리고 눈을 뜨고 이런 걸 전달할 때 희열을 느껴요. 실제로는 이 세상을 바꿔보려 하지는 않지만 그윈플렌은 권력가들이 모인 곳에서 '제발 이러지 말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보자'라고 이야기 하는 게 용기있는 행동이죠. 제가 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빨간 립스틱을 바르는데 뭘 먹지도 못하겠고 여성분들이 립스틱을 바르는 고충을 알았어요. 입술 지우는 데만 15분 정도 걸려요. 아무래도 역할에 분장이 있으면 도움이 됩니다. 사람들에게 다 같이 ‘잘 살아 보세’라고 설득하고 그걸 비웃는 귀족들에게 분노해서 나락으로 떨어지며 '웃는 남자' 넘버를 부르는 장면에 힘이 들어가요. 그걸 하고 나면 정말 후련해지는 명장면이죠”
그윈플렌은 '배트맨‘ 시리즈의 '조커'의 원형인 인물답게 흉측하게 찢어진 입술이 캐릭터를 표현할 만큼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분장이다.
‘웃는 남자’ 공연장에는 국내 관객뿐만 아니라 큰 짐을 가지고 공연장을 방문하는 해외 팬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들은 자막도 없이 무대 배우들에게 집중하며 때로는 웃고 울며 온전히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팬분들의 커튼콜 때 박수와 함성이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때 뿌듯하고 감사하면서도 내가 이 공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해외 팬분들도 많이 오시는데, 한국말을 잘하는 팬들도 있지만 (뮤지컬이) 무슨 내용인지 모르는 팬분도 있어요. 예전 작품은 자막도 있었는데 죄송스럽기도 하고 감사하죠. 신인 때는 키스신 나오면 객석에서 팬들이 소리 지르고 그랬었죠. 이제는 팬들도 성숙했고 키스나 뽀뽀하는 장면은 작품 안에서 캐릭터가 하는 거로 생각해서 이제는 부담이 없어요”
“일반 관객분들도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만족해 주셔서 기쁘고 뿌듯하죠. 10년 지났지만 많은 작품을 했는데 어느새 많이 했나 싶기도 해요. 이루고 싶다는 것보다는 믿고 보는 뮤지컬 배우분들이 많은데, 그런 훌륭한 선배님들처럼 어떤 역할이든 뭘 해도 볼만해 그런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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